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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30일 목요일

세월호 목포신항으로…완전한 인양, 9명 미수습자 수습


<거짓말이다> 김탁환 “해경 왜 선원들 먼저 구했나…진상규명 아직 시작도 안 해”김미란 기자  |  balnews21@gmail.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31일 세월호는 이날 오전 7시께 목포신항으로 마지막 항해를 시작했다. 세월호는 105km를 달려 출발 약 7시간 30분만인 오후 2시30분께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접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가 육상에 거치되면 본격적인 미수습자 수색 작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미수습자 수색 방식은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세월호 선체 가운데 객실 구역만 잘라내 똑바로 세월 수색하는 ‘객실 직립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데 반해, 유가족들은 “객실을 분리할 경우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이 어려워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반이 31일 오전 7시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 사고해역에서 목포 신항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세월호와 함께 해경 경비함이 목포 신항까지 안전 호송과 경비 안전을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참사의 진실을 규명할 최고의 증거물인 선체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전날 성명을 내고 “지난 3년간 세월호 인양을 둘러싸고 가장 분노케 한 대목이 바로 범죄 당사자와 다름없는 해양수산부가 모든 과정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과정을 훼방 놓고 인양을 지연시켜온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그런데 어제 선체조사위의 입장을 보면 해수부를 모든 과정의 주체로 삼고 자신들은 이 과정에 대해 점검 정도만 하겠다는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체조사위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는 미수습자들을 하루빨리 온전히 수습하고 선체를 낱낱이 조사해 국민 앞에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증거들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경이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 구조상황이 담긴 영상. 해경이 공개한 영상에는 선장 이준석씨와 선박직 선원들이 세월호가 침몰한다고 전남소방본부에 신고된 오전 8시 52분부터 40여분이 지난 9시 35분부터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는 세월호의 갑판위에는 승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해경의 구명보트가 접근하고 있다. <사진제공=서해지방경찰청/뉴시스>
한편,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를 소재로 한 소설 <거짓말이다>의 저자 김탁환 작가는 SNS에 “박근혜가 구속된 이 아침에 다시 질문하고 싶다”며 “해경 123정은 왜 세월호 선원들을 먼저 구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선장은 배가 침몰할 때 퇴선 명령을 내려야 하고, 선원들은 승객이 전부 하선할 때까지 배에 머물러 있다가 마지막에 배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을, 선원도 알고 해경도 알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원이 먼저 내리겠다고 해도, 해경이 막고 승객 구조를 하도록 명령했어야 한다”며 “뱃사람이라면 이건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들도 선박 침몰 때 대응과정을 매뉴얼에 따라 반복 훈련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작가는 “123정에 탄 해결들은 자신들이 먼저 구한 이들이 선원인줄 몰랐다고 재판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전하며 “조타실에서 내려온 이들을 그럼 누구로 알았단 말인가? 이건 비행기 조종석에서 내려온 이가 조종사인지 몰랐다는 소리와 같다. 해경과 선원들을 다시 조사하고, 다시 물어야 한다. 진상조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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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9일 수요일

새 정부서 4대강 사업 이렇게 된다-10대 예측

새 정부서 4대강 사업 이렇게 된다-10대 예측

김찬국 2017.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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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 안에 상식이 될 환경 상식(1): 물은 흘러야 한다

'보 해체와 재자연화' '복원사업에 국토부와 건설사 참여'-큰 가능성
'어용 전문가와 정치인 사과' '4대강사업 전면 재조사'-작은 가능성

05622339_P_0.JPG» 적폐청산을 내건 새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은 어떻게 될까. 녹조와 생태계 파괴의 원흉인 대형 보의 수문 개방과 해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낙동강 함안보에서 녹조가 번창한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봉규 기자

우리 모두를 안타깝게 하였던 세월호가 물 위로 다시 올라오면서 그 진실도 함께 드러나길 기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머지않은 미래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과연 4대강 사업의 진실은 언제 어떤 과정을 통해 떠오르게 될까? 아니 강과 바다를 막아 시화호, 새만금호라는 감당 못할 상황을 만들던 비상식에서 벗어나 언제쯤이면 ‘물은 흘러야 한다.’는 상식이 널리 받아들여질까? 

최근 환경운동연합이 제19대 대통령 선거로 출범하게 될 새로운 정부의 환경 분야 과제로 ‘4대강 보를 철거하는 흐르는 강으로’를 제안하였다. 이명박 정부 동안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대형보가 철거될 것이라는 예상은 비단 시민사회의 목소리에서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총아라고 불리는 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대한 예상이 나타난다. 2008년 대선 당시 한반도 대운하 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기대로 무려 40배나 주가 상승을 맛본 모 건설사의 주가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4대강 복원 관련주라는 이름으로 상한가 포함 2배 이상 상승한 일도 생겼다. 상식적으로 보면 혈세 22조를 쏟은 국책사업을 10년도 안되어 되돌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동일한 회사가 수혜주가 되는지 의구심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깨어있지 않으면 과거 4대강 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건설사들마저 끼어들려 할 것이다. 

과연 다가오는 10년 안에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어떤 일이 생겨날지 함께 예상해보자. 여기서는 이러한 예상과 함께 새로운 사회에서 상식으로 통해야 할 진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중 어떤 일들은 이르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이고, 어떤 일들은 가까운 미래에 기대를 담아 논의가 되겠지만 10년이 지나도록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 가능성에 대한 글쓴이의 예상은 과학적인 수치가 아니라 상식적인 짐작과 바람직한 기대를 담아서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 4대강 관련하여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1. 4대강에 세워진 16개 대형보의 수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매우 큰 가능성)
2. 물의 흐름을 막는 보를 해체하고 재자연화가 추진될 될 것이다. (매우 큰 가능성)
3. 4대강 복원을 국토부가 주도하고 다수 건설사들이 참여할 것이다. (큰 가능성)
4. 이전 정부들의 ‘오물’을 상당히 치워야 할 것이다. (큰 가능성)
5. 수자원공사의 해체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큰 가능성)
6. 곡학아세(曲學阿世) ‘전문가’들이 공개 사과할 것이다. (매우 작은 가능성)
7. 각종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각성할 것이다. (매우 작은 가능성)
8.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작은 가능성)
9. ‘민주주의가 환경을 살린다.’는 상식이 통하게 될 것이다. (큰 가능성: 바람이 담긴)
10.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드디어 알게 되다. (큰 가능성: 바람이 담긴)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하나: 
4대강에 세워진 16개 대형보의 수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매우 큰 가능성)

이른바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인 2008~2012년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대규모 보를 설치하고 하천 바닥을 준설하는 일 등에 약 22조원을 투입한 사업이다. 당시 이 사업에 대해 정치권, 시민사회, 환경 전문가로부터 치열한 반대가 있었지만, 일자리 창출과 홍수 예방, 기후변화 대응 등을 명목으로 강행하였다.

오는 2017년 5월에 출범할 새로운 정부는 무엇보다 4대강에 세워진 대형보의 수문을 전면 개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적어도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 날에 보의 문을 열거나 보를 해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선 지난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4대강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한 중장기 계획인 ‘로드맵’이 세워져야 한다. 이미 일부 구간은 준설로 강바닥이 낮아져있어 수문을 전면 개방하면 수위 유지나 용수 공급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펴보아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 머지않은 시기에 대형보의 문이 열리고 강의 물은 다시 흐르게 될 것이다. 

youngsan_8.jpg» 영산강 죽산보.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둘: 
물의 흐름을 막는 보를 해체하고 재자연화가 추진될 될 것이다. (매우 큰 가능성)

4대강에 설치된 보의 문을 여는 결정과 아울러 보의 해체나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4대강 사업 당시와 달리 단번에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보를 해체하거나 강을 재자연화할 때 하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검토하고, 상대적으로 예상 가능한 구간부터 모니터링하면서 살금살금 추진할 것이다. 특히 준설작업으로 강바닥이 많이 낮아진 곳은 보의 해체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까지 듣고 반영하려면 보다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다. 다소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우리의 결정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분명하지 않을 때, 이런 방식을 택하여야 한다. 물론 지난 2008년에도 그렇게 했어야만 한다. 

우리 사회의 4대강 재자연화 추진 논의를 통해 보의 유지와 제방의 관리, 하천 바닥의 준설 등에 드는 비용보다 보를 해체하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다만, 마찬가지로 16개 보의 해체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보의 개방과 일부 보의 해체 결과를 모니터링하며 수질이 현저히 개선된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흐르는 물은 역동하는 자연 시스템의 일부이다. 보다 많은 예산을 들여 빠른 속도로 4대강 전 구간에서 재자연화를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기본적인 치수 관리와 병행하여 자연의 회복력에 맡겨두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이다. 인공으로 만든 시화호에서 강물과 바닷물이 만났을 때 심각한 수질 문제가 해결되었듯이, 4대강에서도 보를 해체하여 물이 흐르게 한 후 5~10년이 지나면 하천은 예전의 모습을 상당 부분 회복할 것이다. (■ 관련 기사“강물은 바다와 만나야 독성을 잃는다.” )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셋: 
4대강 복원을 국토부가 주도하고 다수 건설사들이 참여할 것이다. (큰 가능성)

미국 플로리다의 키시미 강(Kissimmee River) 복원 사례가 보여주듯이 하천을 직강화하여 운하를 만드는 데뿐만 아니라 그 복원에도 돈이 필요하다. 키시미 강을 운하로 만드는 데 약 3000만 달러가 든데 반해 이후 재자연화 공사에는 3억 달러가 필요했다. 또한 2000년 미 의회가 승인한 키시미 강 유역의 습지 에버글레이즈(Everglades) 복구 계획은 30년간 100억 달러를 들여 더 자연스런 물의 흐름으로 되돌려 놓으려고 한다. (■ 관련 기사“4대강 치유, 강에게 맡겨라”)

r3_kissimmeeriver.jpg» 직강화된 키시미 강(갈색 부분)을 구불구불했던 원래의 강으로 복원한 모습. 미국 플로리다 남부의 키시미강 복원 사업은 2020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미 육군 공병단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이루어질 4대강 복원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다만, 보를 그대로 두며 하천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나은 결정이라는 판단이 나올 것이다. 얼핏 받아들이기 힘든 점은 이 과정에서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국토부가 주관부처 노릇을 할 것이고, 4대강 사업 입찰에서 담합한 건설사들이 일부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물론 새로운 정부에서는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되어 있는 물 관리 체계를 통합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국토부는 물의 양을 관리하고 환경부는 물의 질을 관리하는 현재의 방식이 갖는 한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통합적 하천 관리를 위한 법적, 제도적 시도의 성공 여부는 우리 사회의 역량에 달려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구조라면 4대강의 모든 보의 수문을 개방하고, 보를 해체하는 과정 역시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또는 이 과정에서 담합하였던 건설사 등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환경부 등이 맡기 어려운 것은, 업무 범위에 대한 논란을 넘어, 안타깝게도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환경부 역시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평가하는 이들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넷: 
이전 정부들의 ‘오물’을 상당히 치워야 할 것이다 (큰 가능성)

사실 4대강 복원 자체가 이전 정부들의 ‘똥’을 치우는 일이 아닌가 하겠지만, 복원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일들은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4대강 사업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이화공영, 특수건설, 자연과환경 등 중견 건설사가 참여하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름 있는 건설사의 상당수가 4대강 사업 입찰에서 담합하였다. 2012년 공정위는 턴키방식으로 발주한 공사 27건 중 19건(70%), 낙찰금액 5조3천억 원 중 4조4천억 원(83%)에 대해 담합이 있었다고 적발하였고, 11개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 전체 구간에 대한 입찰 담합으로 11개 건설사가 고발되었고,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 담합으로 얻은 수익 추정치는 1조원에 달하지만, 담합한 대형 건설사에 내려진 법정 최고형은 벌금 7500만원에 불과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건설공사 입찰 담합 행위자의 형량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95조)’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가중 처벌 시 7500만원). 

03954669_R_0.jpg» 경남 합천군 낙동강 합천보 공사현장의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들에 대한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에서 입찰담합을 저지른 대형 건설사들에 다시 면죄부를 주었다. 원래 담합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일정 기간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2014년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여 경미한 과징금만 내면 되도록 한 것이다. 2015년에는 8·15 광복절 특사로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업체를 포함하여 48개 건설사에 입찰제한 해제 처분을 내렸고, 이중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32억 여 원을 기부하게 된다. 막대한 공공입찰에 바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여전히 남는 장사였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현재로서는 4대강 사업에서 담합한 건설사들이 4대강 재자연화 사업에 다시 입찰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다섯: 
수자원공사의 해체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큰 가능성)

우리는 책임을 묻지 않으면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4대강에 물이 다시 흐르도록 하는 논의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 관료, 정부조직, 전문가 등에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높게만 보기는 어렵다. 민주화 투쟁의 열매를 그 과정에서 노력한 이들이 오롯이 누리지 못하였던 것처럼 환경 분야에서도 새로운 10년 동안 책임을 되짚어 묻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 등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전문가로서의 양심에 기반한 수자원공사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가 있겠지만, 조직의 틀 안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과도한 부채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과 성과급 등의 제한으로 인한 내부의 불만은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로 등장할 것이다(2007년 부채가 5000억 원에 불과하던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2016년 현재 회사채 발행 잔액 11조4000억 원이고 이자로만 연간 4000억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위주로 이루어지는 물 관리 체계를 지방으로 분권화하려는 시도 역시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의 실행 과정에서 책임이 있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성찰과 공식적인 사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여섯: 
곡학아세(曲學阿世) ‘전문가’들이 공개 사과할 것이다. (매우 작은 가능성)

03954598_R_0.jpg» 4대강 사업으로 파낸 대규모 준설토는 팔아 공사비에 충당한다고 했지만 많은 곳에서 애물단지로 변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실 4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입찰에서 공사 구간을 ‘나눠먹은’ 건설사들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담합을 조장했다고 주장했고, 감사원은 정부의 불공정 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했다. 2조원이나 들인 수변공원과 8조원 수익을 장담했던 준설토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정치인이나 언론의 무책임과 함께 당시 이러한 과정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참여했던 학자들은 적지 않다.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당시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소위 전문가들 중에 자신의 역할을 성찰하여 공개적으로 반성하는 이들은 매우 적을 것이다. 오히려 지난 3월25일자 조선일보의 기사처럼 새만금에 물이 흐르도록 하자는 주장을 반대하는 근거 등으로 다시 등장할 것이다. 다만 한동안은 ‘어느 전문가’, ‘모 교수’와 같이 익명으로 활동하며 다시 기지개를 펼 날을 기다릴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일곱: 
각종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각성할 것이다. (매우 작은 가능성)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영산강, 금강 유역의 정치인들도 국책 사업비 유치라는 명목으로 동조하였다는 점을 그 때 정도가 되면 여전히 너무 착한 우리 시민들이 잊어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향후 10년 이내에 행여 가뭄이나 홍수 피해가 발생하면,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은 4대강 사업의 효과에 대해 다시 논의하려고 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4대강 사업에 든 22조와 복원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에 대해서 무관심할 것이고, 4대강을 현재 모습대로 둘 때 발생할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도 책임질 수 없는 이들이란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04780058_R_0.jpg» 경기 여주군 대신면 양촌리에 쌓아 놓은 남한강 준설토 적치장.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여덟: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작은 가능성)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 작업이 진행될수록 그 안에서 벌어진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과 국가 정책의 사적 오용에 관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는 곧 이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당시 최고 책임자에 대한 수사 요구 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 강행 과정에서의 불법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전전임 대통령은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고 사과 성명도 없이 침묵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아홉: 
‘민주주의가 환경을 살린다.’는 상식이 통하게 될 것이다. (큰 가능성: 바람이 담긴)

결국 4대강 사업은 환경에 대한 고려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운영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다. 우리 사회 내에서 양심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과 그 지역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절차가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점을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환경에 대한 고려가 ‘물을 아끼는 것’, ‘이면지를 쓰는 것’, ‘전기 플러그를 뽑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국 사람이 주인이 되는 민주사회를 이루고 생명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da6.jpg» 4대강 공사에서 빠져 자연스런 하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섬진강에서 한 사람이 은어 낚시를 하고 있다. 우리는 실패한 4대강 사업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이병학 기자

앞으로 10년 안에 일어날 일, 열: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드디어 알게 되다. (큰 가능성: 바람이 담긴)

시화호 건설, 새만금 간척 사업, 4대강 사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시화호는 시흥과 화성을 연결하는 바다를 막아 담수호를 만들려다 실패한 사업이고, 새만금호 역시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물을 막으면서 생겨난 인공 호수이다. 언제인지도 한참을 떠올려야하는 노태우 정부 때 기획되었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농업용, 산업용, 레저용으로 논의만 무성하다가 오는 5월에 들어설 새로운 정부조차 실패한 담수화에 대한 고민을 떠안아야 하는 땅이다. 4대강 사업과 함께 이 두 사례는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는 매우 단순한 상식을 알려준다. (■ 관련 기사“4대강서 비싸게 확인한 상식, ‘고인물은 썩는다’”)

이제 다가오는 새로운 미래에 우리는 흐르지 않는 물은 유지하려면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새로운 10년이 다가기 전에 수명이 다한 대규모 댐을 해체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모든 핵발전소에 수명이 있고 그것도 매우 짧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최근에야 알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때가 되면 강과 바다를 막아서는 비상식에서 벗어나 ‘물은 흘러야 한다.’는 상식이 통용되는 세상이 되길 기대한다.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환경과 공해 연구회 운영위원

2017년 3월 28일 화요일

김경준 “MB 주가조작 입증 자료 있다”

박범계 의원, “진상규명 의사 확고” 김씨 특별면회 결과 공개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경준씨를 특별 면회한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뉴시스]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만기 출소한 김경준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 사건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28일 천안교도소에서 청주외국보호소로 이송된 김씨를 특별 면회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시간 정도 김씨를 면담했는데 첫 마디가 ‘정권이 교체돼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였다”면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이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 유죄’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 “김씨가 ‘이 전 대통령이 BBK 사건과 관련해 50대50의 지분을 가지고 여기에 관여했고, 투자금이 흘러간 내용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의원은 김씨가 말한 결정적인 자료에 대한 기자들 질문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진상규명과 관련해 수사 받을 당시 김씨가 검찰로부터 ‘부인·누나도 죽는다’는 협박을 받았고, 수사에 협조하면 ‘형집행 순서도 변경해 주겠다’는 회유도 받았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기소된 뒤엔 검찰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씨가 진상규명을 위해 본인이 나설 것이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적절한 언론사와 인터뷰도 할 계획이 있다고 전했다”면서 “정권교체 후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전했다.
김경준씨는 지난 2009년 5월 BBK 주가 조작 사건으로 횡령죄가 인정돼 징역 8년, 벌금 100억원 형을 확정받아 천안교도소에 수감됐다. 징역형은 지난 2015년 만료됐지만 검찰이 벌금형의 시효를 연장시켜 그동안 노역장에 유치됐다.
미국 국적인 김씨는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은 외국인은 강제 추방되는 법에 따라 이날 청주교도소 내에 있는 외국인보호소로 옮겨져 심사를 받았다. 김씨는 외국인보호소의 결정이 나면 내일 출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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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정상화 되는 길에 다시 만나자”


[릴레이인터뷰③] 진안에서 만난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 “장삼이사가 MBC 사장 뽑으면 왜 안 되나?”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7년 03월 29일 수요일

<편집자주 : 이명박에서 박근혜 정권까지 MBC는 9년 동안 철저하게 망가졌다. 부당한 권력에 비판적인 MBC 언론인들은 2012년 파업 이후 비제작부서로 쫓겨나고 해고당했다. 뉴스는 정권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PD수첩’ 등 송곳 같던 시사 보도 프로그램은 무뎌진 지 오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통해 근현대사에 드리운 그늘을 조명하던 MBC는 이제는 말할 수 없는 방송사가 돼 버렸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언론장악 빗장을 푼 방송사 노동조합 활동도 위축됐다. 미디어오늘은 87년 체제 30년을 맞아 전·현직 MBC 언론인과 전문가들의 생각을 담고 권력의 언론장악 구조를 분석해 MBC 사태를 되짚으려 한다.>
“김 기자, 스틱 운전할 줄 알아요?” 지난 26일 만난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난감한 표정이었다. “여기 와서 처음 스틱 운전을 해보네. 익숙지 않으니…. 고갯길에서 멈춰야 할 때 그게 제일 힘들어.” 콜록거리며 기자에게 건넨 말에는 암 투병 환자의 힘겨움이 묻어났다. 암 수술 대신 자연 치유로 경기도 남양주시 한 요양원에 거처를 마련했던 그는 한 달 전 전라북도 진안에 위치한 건강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크게 부푼 그의 배는 직시해야 하는 현실로 다가왔다. “나빠지는 현상은 있어도 좋아지는 증후가 없으니 좀 그렇네. 복수에 이어 흉수(폐에 물이 차는 현상)까지 왔어. 위암이나 폐암은 시티(CT)를 찍어서 확인이 가능한데 복막암은 체크가 어려워. 직접 배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니까.”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 MBC는 이를 이유로 그해 이 기자를 해고했다. 파업 이후 MBC의 공영성을 더욱 추락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인들은 보도·제작 일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기자는 26일 전북 진안의 한 건강촌에서 전주고등학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파업 이후 MBC의 공영성은 더욱 추락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인들은 보도·제작 일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기자가 지난 26일 전북 진안의 한 건강촌에서 전주고등학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용마 기자는 2012년 MBC 170일 파업을 이끌었다. 공정방송 사수를 기치로 내걸고 MB정부와 그에 부역한 경영진에 맞섰다. 해고는 파업에 대한 혹독한 대가였다. 그의 암 투병은 지난해 9월 김종구 한겨레 편집인 칼럼(“암에 걸린 후배 해직 기자를 바라보며”)을 통해 알려졌다. 이 기자의 전주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한 김 편집인은 칼럼에서 “‘심화’는 사람을 태운다”라고 썼다. 해직이라는 고통이 가슴속 솟구치는 불길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수년 만에 만난 이 기자는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여기는 경기도 남양주보다 공기가 더 좋은 것 같더라고. 남양주에서는 별을 보기 어려웠는데, 여기 내려오니까 별이 쏟아져서 참 좋아.”
진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익숙지 않은 스틱 운전으로 30분. 이 기자가 머물고 있는 한 건강촌이 보였다. 냇물이 흐르고 인적은 드물었다. 황토방의 향기는 30분 전의 긴장감을 달래주는 듯했다. “우리 용마 왔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그의 전주고등학교 동창 3명이 이 기자를 반겨줬다. 이 기자는 1987년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애들이 용마 너한테 안부 전해달란다. 애들이 여기 찾아온다고 하더라고.” “여기까지 와서 뭐해. 괜찮아.” “20차 촛불집회에서 너 발언한 거 이미 카카오톡이랑 밴드에 막 올라오더라.” “그랬어? 난 몰랐네.(웃음)” 
궁금해졌다. 이 기자는 학창 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는지. “우리 반 반장이었어. 모범생이지 모범생.” “전교 1등이었나요?” “전교 1등은 아니었는데 우리 반 1등이었어. 키 큰 순으로 번호를 매겼는데 용마는 1번이었어.” 친구들이 생각하는 MBC 대량 해직 사태도 궁금했다. 고등학교 친구 권혁씨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정말 너무한 거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라고 탄식했다. 최재철씨는 “하필이면 (이 기자를 해고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이) 나랑 이름이 같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대법원에 묶여있는 해고무효소송(1·2심 재판부는 모두 해고무효판결을 내리며 MBC 해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을 걱정하며 무너진 MBC를 안타까워했다. 권씨는 “신경민 앵커가 클로징 멘트를 할 때만 해도 MBC 잘나갔지. 그때가 그리워”라고 말했다. 김옥주씨는 “정수장학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MBC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도 꺼냈다. 본격적인 인터뷰는 친구들이 기자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시작됐다.
-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아직 잘 모르겠다. 좋아지는 현상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데 나빠지는 현상만 있으니 좀 그렇다.(웃음)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다. 복수가 많이 찼고 흉수까지 찼다. 기력도 많이 떨어졌다. 원래는 등산을 1시간 반이나 2시간 정도 했었는데 여기 와서는 1시간 정도로 줄어들었다. 등산은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작했다. 여전히 항암식품을 먹으며 몸을 다스리려고 노력한다.” 
- 기침도 심하고 복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의사들은 뭐라고 진단하고 있나?
“의사도 명확하게 이야기해줄 수 없는 것 같다. 복막에 위치한 종양의 개수, 그 크기 등에 대해서 직접 체크가 어려우니까. 복막암은 직접 배를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다만 악성종양으로 나타나는 현상들, 그게 지금 복수다. 복수가 넘쳐서 폐로 간 것인지 흉막에 종양이 생겨 흉수가 생긴 건지 잘 모르겠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 MBC는 이를 이유로 그해 이 기자를 해고했다. 파업 이후 MBC의 공영성을 더욱 추락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인들은 보도·제작 일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기자는 26일 전북 진안의 한 건강촌에서 전주고등학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2012년 170일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 파업 이후 MBC의 공영성은 더욱 추락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언론인들은 보도·제작 일선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 기자가 지난 26일 전북 진안의 한 건강촌에서 전주고등학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암 투병 중 지난 11일 촛불집회에서 연대 발언을 한 것이 화제였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그것도 치료를 위해 올라가던 차였다. 흉수 때문에 숨쉬기 매우 어려웠고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찾았다. 그때 마침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도 퇴진행동에서 한번 나와 달라고 요청하셨는데 나가는 게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나가지 않았다. 요양하느라 촛불집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도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촛불집회는 챙겨봤다.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컸었고.”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굉장히 자유롭더라. 매력적이었다. 어린 시절 고향 전주에선 시청 뒤 광장에 ‘난장’이라는 게 크게 열렸다. 음식을 파는 이들, 특산물을 파는 이들, 한쪽에는 풍물패도 있었다. 말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난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보통 시위라고 하면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분위기나 경찰이 시위대를 포위하는 모습을 떠올리지 않나? 긴장감이 팽배해 있는 분위기.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사실 처음 가다보니까 연단을 찾지 못했다.(웃음) 또 중간에 스크린이 있으니까 그쪽으로 향했는데 연단은 저 앞에 있더라. 이렇게 축제처럼 시위가 열릴 수 있는데 그동안 어땠나. 정부가 계속 시민들을 억눌렀고 이 때문에 긴장이 조성되고 충돌이 발생한 것 아닌가. 굉장히 질서정연했다.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마음껏 자기 목소리를 내고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평화로운 집회였지만 MBC 기자들은 수모를 겪었다. 취재진이 발을 붙일 수 없을 정도로 MBC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있었다. 나아가 MBC 앞에서 열린 친박집회에 MBC 기자가 나서서 연대 발언을 하기도 했다. “MBC가 ‘애국방송’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쏟아지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태극기집회를 포함해 소위 ‘애국세력’들은 한국사회의 패배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사회에 뒤처진 사람들. 그들의 인정 투쟁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분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MBC 내 애국세력들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아웃사이더들이 스스로 주류가 되고자하는 극한 열망의 표출 아닐까. 한때 자신들을 대리해준 박근혜의 몰락에 대한 극한 반발이다.” 
이 기자는 지난 11일 촛불집회에서 검찰과 언론 개혁을 주문했다.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돌려줘라.’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 돌려줍시다.” 검찰과 언론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그의 외침은 시민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 촛불집회에서 “언론과 검찰의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직접 뽑자는 이야기인가? 
“공영방송 사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 KBS·MBC 사장을 대통령 뽑는 것처럼 할 수는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추첨제’다. 직접 민주주의 시작은 그리스 아테네였고 아테네는 선거를 중시하지 않았다. 선거를 하게 되면 귀족주의 편향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돈이 있는 사람들이라든지 귀족 혈통을 가진 이들이 지배하게 되고 중요한 자리를 그들이 독점하게 된다. 이런 것들을 막기 위해 아테네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추첨을 활용했다.” 
- 추첨제는 조금 낯설다. 이게 현실화할 수 있는 대안인가?  
“우리는 이미 추첨제를 활용하고 있다. 국민참여 배심원제도가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사법개혁 일환으로 도입한 제도로서 관할 구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추첨해서 배심원 후보들을 뽑아낸다. 남녀 성비, 연령 비율 등을 감안해 뽑는다. 이렇게 추첨된 배심원 후보들을 변호사와 검사 양측이 골라낸다. 이렇게 선발된 배심원들은 대한민국 평균의 사람들이다.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와 판사가 내린 마지막 최종 판결이 어긋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추첨을 통해 일반인 가운데 배심원을 무작위로 뽑는다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장삼이사가 무슨 판결을 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엘리티시즘’이 짙게 깔린 거다. 그런 기준이라면 현 대통령 선거야말로 가장 무책임한 선거가 아닐까.” 
- 추첨제를 어떻게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건가?
“현재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 이사진은 여야 6대3 구조다. 진영 논리에 의해 모든 투표 결과가 6대3으로 동일하다. 그렇다보니 회의를 통한 건전한 의견 교환 자체가 불가능하다. 1987년 ‘방문진 체제’가 들어선 뒤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방문진 이사진 구성원을 여야 7대6으로 만드는 등 단순히 숫자 조정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숫자 조정해봐야 어차피 7대6이면 과반수 차지하는 쪽이 이긴다. 추첨을 통해서 50명이면 50명, 100명이면 100명이 선발되고 이들이 공영방송 사장 청문회를 보고, 직접 참여해 사장을 뽑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추천된 인사들은 아무리 사장 후보자가 흠결이 있다고 해도 여당에서 ‘이 사람을 밀라’고 하면 미는 거다. 오차 한 치도 없다. 추첨제 대리인단은 한 번 모였다가 해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판단할 이유도 없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에 참석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권성민 MBC PD 페이스북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연단에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국민의 것인 공영방송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권성민 MBC PD 페이스북

- 그렇다면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언론장악방지법에도 부정적인가?
“언론장악방지법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시민사회 진영에서 합의된 안이고 어떤 취지인지 알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 언론장악방지법에 따르면 여야가 합의해야 사장을 뽑을 수 있다. 야당이나 여당 어느 한쪽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사장을 뽑을 수 없다. 떼쓰면 답이 없다는 말이다. 또 그걸 고리 삼아 또 다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사장은 누구를 뽑을 테니 보도본부장이나 제작본부장을 누구로 임명하라는 식으로 딜(deal)이 이뤄진다면 누가 손해인가. 국민이다.” 
- 그럼에도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지 않나? 
“여야 양쪽 지지를 받는 사람이 사장이 된다면 그는 아마 중립을 가장한 기회주의자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나. 여야 양측의 눈치를 봐야 할 텐데. 여야가 추천한 이사들로 공영방송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는 프레임에 갇힌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 19대 국회처럼 양당 구조가 아닌 다당 구조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 MBC는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해온 대표적 언론사였다. 이 때문에 세월호 인양을 지켜보는 심정도 남달랐을 것 같다. 
“그 말이 제일 가슴 아팠다. ‘이렇게 쉽게 인양할 수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를 수년째 바다에 처박아뒀다. 박근혜가 물러나니까 세월호가 떠올랐다. 세월호가 인양됐다는 소식을 듣고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었는데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박근혜의 몰락과 세월호 인양을 연상하더라.” 
- MBC가 세월호 특보를 편성하는 등 보도를 쏟아냈던 것은 알고 있나?
“열심히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그건 내가 모르겠다.(웃음) 중요한 것은 공영방송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진상규명과 인양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자유롭게 보도하던 그때였다면 이미 해결되지 않았을까 싶다. 인양은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지금 올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작년 이맘때도, 재작년 이맘때도 가능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 현 김장겸 사장이 차기 권력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닐까?
“글쎄.(웃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또 모른다. 저 사람들은 변신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이야기는 대선으로 흘렀다. 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MBC는 전쟁 중이다. 문 후보는 지난 21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MBC를 강하게 비판했다.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을 만들었다. 공영방송이 다 망가졌다. 옛날 자랑스러운 MBC 모습이 어디 갔나 생각이 든다.” 면전에서 MBC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 문재인 후보와 MBC와의 충돌은 어떻게 지켜봤나? 
“100분토론 영상을 모두 본 것은 아니다. 기사나 일부 영상을 통해 봤다. 문 후보는 적어도 언론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현재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문제의식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 차원에서 100분토론 현장에서 MBC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보여줘야 하는 행보다. 사실 문 후보가 뛰어났다기보다 그동안 다른 대권 주자들이 공영방송 문제에 너무 소극적이었다.”
이 기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안희정 민주당 후보 비판으로 이어졌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21일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의 시급성을 호소하기 위해 MBC 사옥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는데 안 후보가 “무엇 때문에 시위하는 것이냐”고 물었다는 보도가 논란이었다. 이 기자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 통해 “MBC와 KBS 구성원들이 언론 장악 철폐와 독립성 확보를 내세우며 시위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느냐”며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는 데 구조가 그렇게 힘드냐’고 물었던 박근혜가 떠오른다. 우리가 2012년 6개월 파업하고 수백 명이 부당 전보로 업무에서 배제됐고 MBC가 엠XX 소리를 듣고 있는 이 악몽 같은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안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언론 문제를 그렇게 몰라서는 안 된다. 현재 언론은 철저하게 국민의 눈과 귀를 통제하고 있다. 과거 군사 정부에서 언론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억압적으로 언론과 언론인들을 때려잡았다.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비로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겼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언론에서 정부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MB정부가 다시 언론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억지로 때려잡다보니까 파열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고. 여러 사람들이 해고되고 징계 받는 등 지금도 비정상적인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봤다. 언론을 기득권의 정책 홍보로 만드느냐, 아니면 다수 대중에 봉사토록 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지난 2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도연 기자
▲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지난 26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김도연 기자

MBC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뷰 후반부에 이뤄졌다. 본격적으로 MBC를 도마 위에 올리자 그의 목소리는 커졌고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민감한 주제인데도 거침없었다. ‘2012년 파업에 대한 평가’, ‘MBC 내 부역 세력들과의 갈등 해소 문제’,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의 김재철 퇴진 약속 번복’ 등의 질문을 던져봤다.
- 첨예하게 MBC 노사가 대치하고 있고 사측에 가담한 인사들은 탄압에 서슴없다. 태극기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이도 MBC 기자 아닌가. 설사 MBC 정상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들의 존재는 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다.
“어떻게든 해결해야지.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상식에 입각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상식을 거부한다면 그건 언론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기만이 무조건 옳다? 그건 아니다. 그런 자세라면 그 사람들은 내버려둬도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동안 MBC 전·현직 인사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MBC는 ‘87년 체제’ 위에서 언론 민주화를 일정 부분 달성할 수 있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권력과 맞서왔던 것 같다. 1996년에 입사했는데 신입 기자 이용마가 바라보는 MBC는 어땠나?
“그때는 우리 사회가 언론의 자유 물결을 타고 있던 때였다. 정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강하게 비판하긴 어려웠다. 여전히 여당이나 청와대 입김이 MBC 내에 작용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런 부분이 점점 완화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에 와서는 청와대 입김은 거의 작용하지 않았다. MBC 내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면 오히려 ‘조져버려라’고 지시하고 따를 수 있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분명 1987년 민주화 혜택을 봤다.”
- 기자 사이에서 보도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첫 번째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정치부 기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였다. 입사했을 무렵에는 여야를 5대5로 써주면 된다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여당 기사가 95라면 야당 기사는 5에 불과했다. 사실 야당 기사라는 게 없었다. 민주화가 되니까 여야 균형을 맞춰야하지 않느냐, 중립과 객관적인 보도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 이른바 기계적 중립도 민주화의 산물인 건가?(웃음) 
“그것도 엄청 발전한 거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과연 5대5로 보도하는 것이 맞는 거냐는 고민들이 있었다. 여당에서 사실이 아닌 걸 가지고 사실이라고 우기고 야당이 사실을 가지고 반박할 경우 그것을 5대5로 보도하면 어떻게 되나. 한쪽이 틀렸으면 틀렸다고 명확히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들이다. 논의가 발전한 거다. 이런 논의가 나오던 차에 이명박 정부로 넘어갔다. 모든 논의는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웃음)”
- 현재 공영방송 보도들이야말로 ‘기계적 중립’을 통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지 않나?
“논의 프레임은 여당에 찍혀 있다. 여당 주장으로 리포트를 만드는 거다. 여당에서 야당 후보 의혹을 제기하면 의혹 제기를 50% 보도하고 나머지는 야당 반론이다. 사람들이 보면 중립을 지키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야당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반면 야당의 의혹제기는 묵살하는 게 공영방송이다.” 
- 박근혜 탄핵이 1987년 체제처럼 공영방송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후배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큰 변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2018년 7월까지다. 이 구성이 바뀌지 않는 한, 고영주 체제는 김장겸 MBC 사장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 이사진이 구성될 때까지 지금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 기간 동안에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시민들은 야당이 집권하면 공영방송 사장이 교체될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교체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정해져 있는데 사퇴하지 않는 한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쫓아낸 것처럼 사정기관을 동원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으려는 야당이 그렇게까지 할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KBS는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이지만 MBC의 경우 방문진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더욱 어려울 것이다. MBC 구성원들한테는 우울한 이야기다.” 
- 이와 관련해 국회에는 MBC 출신들이 많지만 공영방송 문제에 있어서는 눈에 띄는 인사들이 드물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분들이 언론 개혁을 위해 국회의원이 됐는지 아니면 MBC를 통해 사회적 지위나 쌓고 그것으로 국회의원이 된 것인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 박근혜 탄핵 이후 언론노조 MBC본부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무래도 언론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지지가 적어도 조합 운동에는 힘이 되지 않겠나?
“상황에 맞게 노조가 대응할 거라고 본다. 박근혜 탄핵 이후 전반적으로 구성원들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그게 노동조합에 큰 힘이 될 거다. 노조가 지난해 처음으로 상암동 MBC 본사 내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전에는 그곳에서 집회 한 번 열 수 없었다. 조합원 100여 명 이상이 현장에 있었다. 달라진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조합원들 정서가 많이 고양됐다는 점을 노동조합이 적극 반영할 거라고 본다. 노동조합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려고 해도 조합원들이 꿈쩍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2012년 파업 때 노동조합이 세서 파업한다고 일부에서 그랬지만 사실과 다르다. 아래로부터 요구가 있지 않으면 조합은 움직일 수 없다.” 
▲ 지난해 9월 이용마 MBC 해직기자의 암 투병 소식이 알려지며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1·2심 재판부는 그의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해 9월 이용마 MBC 해직기자 암 투병 소식이 알려졌다. 1·2심 재판부는 그의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대법원 선고는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병마와 싸우는 동안 10kg 이상 빠졌다고 한다. 사진=김도연 기자

- 2012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한다면. 실패인가 성공인가?
“의미는 있었지만 실패했다. 실패했지만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2012년 당시 우리는 공정방송 파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의 공정성이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파업을 안 한다? 그건 노동조합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이기며 회사는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 이로 인해 파업이 무한정 늘어져버리는 상황이 됐고 결과적으로 패배했다. 그럼에도 암흑기에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침묵하지 않았다는 것, 그 동력으로 여전히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업은 실패했지만 파업 정신은 끝난 게 아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MBC가 정상화되는 순간에 우리는 최종적으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진행형이다.” 
- 파업 관련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공정방송은 방송 노동자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언론계뿐 아니라 노동계도 주목하는 판결이었다. 방송 언론 종사자들의 공정방송 투쟁 정당성을 인정해 준 것이었는데?
“법정 투쟁을 통해서 파업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다시 같은 상황이 우리를 포함해 방송사에서 발생한다면 그 싸움은 합법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해준 판결이다. 대법원은 현재 상고를 미루고 있지만 원심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2012년 170일 파업 상황을 고려해보면, 새누리당의 4월 총선 승리는 파업 동력을 점차 잃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정영하 본부장과 이용마 홍보국장 등이 이끈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2년 7월 파업을 끝내고 MBC로 복귀했다. 같은 해 11월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되자 이들은 “박근혜 후보가 김재철 퇴진 약속을 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MBC 인사 문제에 개입해 김재철 전 사장의 해임안을 부결토록 획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근혜 후보 메신저로서 언론노조 MBC본부와 소통했던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김 전 사장 해임을 전제로 노조에 파업을 풀 것을 약속했다. 2012년 8월 방문진 이사진이 교체됐지만 김 전 사장 해임안이 부결되며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  
- 2012년 파업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약속했다. 물론 당선 뒤 그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됐고 언론장악은 더욱 공고화했다.
“사실 박근혜 약속은 믿지도 않았다. 파업이 장기화하는 상황이었고 회사는 망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적반하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빨리 끝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약속을 그 출구로 삼은 측면이 있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웃기는 놈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웃음) 진심이다. 파업을 계속 강행하는 건 지나치게 소모적이었다. 상대가 어느 정도 통해야 대화도 하는 것인데, 회사는 완전히 외면했다. 박근혜가 해온 행태를 알면서도 파업을 접을 명분으로 박근혜 약속을 확인받고 들어간 것이다.” 
- 암 투병 이후 김재철 체제 경영진으로부터 ‘미안하다’ 등의 메시지를 받은 적은 있나? 
“전혀. MBC 사내에서 이미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한 지 오래됐다. 한쪽에서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후배들을 배신하고 엉뚱한 일들을 하고 있다. 후배들은 그런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서로 언성 높일 이유도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지금 경영진들도 한때 조합원으로서 권력 외압에 싸웠던 동료들 아니었나?
“선후배들끼리 그런 얘기를 한다. 일제 35년 그때의 군상들이 MBC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일부는 극렬 친일파로 변신해 충성 맹세를 하고 일본인보다 더 지독하게 한국 사람을 탄압하고 억눌렀지 않나? 똑같은 모습이다. 해외로 도피한 독립군처럼 MBC에서 아예 쫓겨난 이들도 있고 내부에서 근근이 버티면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독립군을 지원하면서(웃음). 짧은 시간 내에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다. 어려운 시기가 돼야 진면모를 알 수 있다던데 지금 MBC가 그렇다.” 
- JTBC, SBS와 견주어 ‘이럴 바에 MBC도 민영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JTBC에 손석희 사장이 영입되면서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홍석현 회장이 자신의 결심을 바꾼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게 민영 구조다. 변화의 가능성을 단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인데 위험성이 여전히 크다고 본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국민이 통제력을 발휘해 항구적인 권력 차단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특정 개인의 선의에 맡기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공영언론을 포기하지 말아달라. 국민이 왜 자기 것을 포기하려고 하나.”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한 달 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전북 진안에 위치한 건강촌으로 거처를 옮겼다. 26일에는 전주고등학교 동창들이 방문을 했다.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한 달 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전북 진안에 위치한 한 건강촌으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 26일 전주고등학교 동창들이 방문을 했다.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그렇다면 MBC 정상화를 위해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당장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다만 탄핵과 똑같다고 본다. 박근혜를 탄핵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MBC 문제도 마찬가지다. 쪽팔리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게끔 욕도 필요하다. 하지만 MBC를 욕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경영진을 압박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잘 뽑아야 할 것이다.(웃음)” 
- MBC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보도가 있나? 
“복귀하면 리포트할 짬밥이 지나버린 것 같은데(웃음). 우리가 파업하고 파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싸웠을 때, 주류 언론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했는지 살펴보고 싶다. 조중동과 종편, KBS와 MBC 모든 언론들이 철저히 외면했다. 우리 문제가 사회 이슈로 등장하는 걸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면해왔다. 우리 사회에 그런 문제가 MBC뿐 일까. 쌍용자동차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겨우 사회 이슈로 등장한다. MBC가 다시 출발한다면 외면 받은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 
- MBC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항상 미안하다. 2012년 파업에 대해 평가 가운데 하나로 ‘실패했다’고 한 건 후배들 때문이었다. 한참 현업에서 뛰어야 할 친구들이 배제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럼에도 버텨주고 있는 후배들이 고맙다. 장하다. 조금만 더 우리가 힘을 낸다면 정상화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상화가 되어 다시 만난다면 가장 좋을 것 같다.” 
인터뷰가 끝나고 친구들은 이 기자의 건강을 염려해 일찍 황토방에서 일어났다. 친구들을 배웅하는 이 기자는 “이젠 오지마. 무엇하러 이렇게 먼 곳까지 오려고 해”라고 했다. 친구들은 대답 대신 두 손을 잡았다. 이 기자는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동창의 차편으로 돌아오는 길에 권혁씨는 말했다. “용마가 그래도 혈색과 낯빛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처음에는 정말 어두웠거든. 용마가 고민이 많았어요. 수술 여부에 대해서. 수술 이후의 삶과 지금의 삶을 고민한 끝에 ‘삶의 질’을 택한 거 같아요. 좋아질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니까 분명 다시 일어날 거예요.”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 기획 1-①] 시민의 희망이었던 MBC, 시민의 절망이 되다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 기획 1-②] 김재철·안광한·백종문, 그들도 한때 파업 전선에 있었다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 기획 2-①] 5·18 기획 다뤘더니 특전사 웃통 벗고 시위까지 열었는데 [이제는 말할 수 없는 MBC 기획 2-①] MBC PD수첩 반대집회에 추선희와 주옥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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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한복·이불 가게’ 시장 상인의 한숨

은행 문턱 높아져 11.5% 카드 대출…“1년 버틸 수 있을까”


등록 :2017-03-28 18:21수정 :2017-03-29 09:09

‘30년 한복·이불 가게’ 시장 상인의 한숨
2014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며 은행들도 자영업자 대출 확장에 열을 올렸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상가건물 외벽에 음식점와 유흥업소 등의 간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사진 속 상가는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한겨레〉 자료사진
2014년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며 은행들도 자영업자 대출 확장에 열을 올렸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상가건물 외벽에 음식점와 유흥업소 등의 간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사진 속 상가는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한겨레〉 자료사진
일요일 오후 경기도 ㅅ시장. 1990년대엔 1000여개 점포가 성업했던 재래시장이지만 이제는 250여곳만 드문드문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2대째 한복·이불 가게를 운영하는 옥아무개(60)씨가 가게 문을 밀고 나와 시장 뒷길에서 담뱃불을 붙였다. 고작 열걸음쯤 떨어진 길 끝에 은행 간판이 보인다. 옥씨는 간판을 볼 때마다 열흘 전 충격이 생생히 살아난다 했다.
“이제 끝났구나 싶었어요. 앞으로 1년은 버틸 수 있을까, 절벽에 서 있다는 생각만 들었죠.” 옥씨는 열흘 전 주거래 은행에서 대출을 거부당했다. 직원 두 명의 월급날을 앞두고 은행에 2천만원의 추가 대출을 요청한 참이었다. 은행 직원은 그에게 “카드론을 이용해 신용등급이 4등급으로 떨어진데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 규제가 강해져 추가 대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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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부터 매출 급격히 줄어
하루 70만→20만원…작년엔 적자
신용등급 떨어지고 대출 규제 강화
한때 VIP 대접해주던 은행서 외면
카드사 찾으니 금리 4%→11.5%
주택담보대출도 원금상환 걱정

“몇년 전엔 대출 홍보 열올리더니…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합니다”

30년간 한 자리에서 장사하다 보니 한때는 브이아이피(VIP) 대접까지 해줬던 은행 지점이었다. 3~4년 전부터 매출 사정이 크게 나빠지더니 지난해 급기야 2000만원의 적자를 냈고 모든 게 달라졌다. 하루 70만원씩 나오던 매출이 20만원을 밑돌았다. 봄 결혼 시즌을 앞두고도 올해 들어 두달간 혼수 손님을 한 건도 잡지 못했다.
“재래시장에서 혼수 마련하는 분들은 대부분 호주머니 얇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인데 확실히 그분들 소비가 줄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골들도 기본적인 침구만 사 가는 등 씀씀이가 확 줄었고요.” 여든이 넘는 옥씨 어머니와 아내까지 가게에 매달렸지만 120만원의 월세와 직원 두 명의 월급 340만원을 주기도 힘들다. “대출이 안 된다면 우선 직원부터 그만두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옥씨는 결국 급한 마음에 신용카드사의 장기카드대출을 이용해 1700만원을 빌렸다. 금리가 11.5%로 높았다. 금리가 4%대인 은행 대출을 이용하다가 하루아침에 3배가 넘게 뛴 카드사 금리를 물게 된 셈이다. 지난 3년간 가게 운영이 어려울 때마다 대출이 하나둘 늘어갔다. 은행에서 개인사업자대출 5000만원(금리 연 4.2%)을 받았고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고 주택담보대출로 2억5000만원(금리 연 4.5%)을 빌렸다.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급하면 집 담보대출로 갈 수밖에 없어요. 주택담보대출 빌린 것도 다 가게 운영하는 데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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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 대출이 늘어난 시점은 전 사회적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시기와 비슷하다. 2014년 7월 취임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부동산 양도세 일시 면제 등을 추진한 뒤 2013~2014년 6%대 한자릿수이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5~2016년 11%대 두자릿수로 뛰어올랐다.
특히 은행권은 이 기간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등 자영업자 대출 확대에 열을 올렸다. 옥씨가 장사하는 시장에서도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개인사업자대출 홍보활동을 나온 신용보증기관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대출뿐만 아니라 가계대출도 쉬웠다. 이제는 모두 지난 이야기다.
28일 <한겨레>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정보(나이스)로부터 받은 2012~2016년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면, 옥씨 사례는 자영업자 평균치와 매우 유사하다. 520조원에 달하는 이들의 대출을 분석한 결과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합한 자영업자 대출의 1인당 평균 금액은 약 3억2400만원에 이르렀다.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2012년 이후 4년간 46.7% 증가했다.
옥씨는 오는 8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가계대출 급증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많은 이들이 옥씨처럼 원금상환을 곧 맞닥뜨리게 된다. 초저금리 환경에서 이자만 갚던 자영업자들에게 원금상환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죄기에 나선 탓에 대출 갈아타기나 추가 대출도 쉽지 않다. 금리도 상승기에 접어들어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보기 : 치킨집 사장님에서 ‘일수찍기’ 추락까지 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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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11.5%에 달하는 옥씨의 신용카드 대출은 당장 이달부터 원리금 상환을 해야 한다. 이달에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만 모두 160만원이나 된다. 옥씨는 은행을 방문해 8월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일부터 어떻게든 연기해볼 참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추가 대출을 거절하던 은행 창구 직원의 얼굴이 떠오르며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다.
이달 들어 옥씨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10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축소됐다. “요즘 정부에서 맨날 자영업자 대출이 문제라고 하잖아요. 경기 타서 위험하다고 여신 심사 강화한다고 빚 안 내어 주고 하면 자영업자들을 절벽으로 내모는 것 아닙니까? 은행 직원이 추가 대출 거부도, 마이너스 통장 한도 축소도 제가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금리 11%짜리 카드 대출까지 받고 나니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너무 큽니다.” 옥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중산층까진 못 되어도 애들 공부시키고 밥은 먹고 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제는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앞이 꽉 막혀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일요일 온종일 홀로 가게를 지켰지만 손님이 들지 않았다. 가게 앞, 시장 골목엔 ‘자영업자 환영, 영세상인 가능’이라 적힌 대부업체 광고지가 굴러다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하루 3번 25만원 일수 찍히는 ‘빈대떡집 사장님’의 눈물
치킨집 망하며 대부업체 찾아
200만원 대출이 1800만원으로
“막장 몰린 자영업자 지원 절실”

충북의 한 소도시에 있는 김아무개씨 빈대떡집에는 매일 오후 5시쯤 ‘일수업자’들이 찾아온다. 현재 3곳의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김씨는 매일 13만원, 6만5천원, 6만원 이렇게 모두 25만5000원을 세 명의 일수업자에게 건넨다. 하루 매출이 20만원도 나오지 않는 날이 이어져 일수가 밀리기 시작하면서 김씨는 스트레스에 가슴이 답답해질 지경이 됐다.
김씨의 추락은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던 치킨집이 6개월 만에 망하면서 시작됐다.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 문을 열었는데 바로 조류독감이 터지고 장사가 안 돼도 너무 안 됐어요.” 신용카드 대출로 돌려막기를 하다가 부부 모두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간판만 바꿔 빈대떡집을 이어가는 요즘, 갈아놓은 녹두는 사흘을 못 견뎌 버려지기 일쑤다. 한 명뿐이던 아르바이트생도 지난달부터 그만두게 했다. 월세 160만원짜리 가게에서 부부는 새벽 2시까지 일한다. 신용카드도 못 만드는 김씨는 가게 앞에 날마다 서너개씩 뿌려지는 대부업체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처음 200만원을 빌린 게 1800만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일수업체는 공증 수수료, 연체금을 대출 원금으로 돌리는 ‘꺾기’, 재대출 때 원금 제하기 등의 명목으로 돈을 떼갔다. 그래서 김씨는 정확한 대출 금리를 모른다.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대부업체는 필요악이에요. 금리가 너무 높지만 정말 절실할 때 빌려주니까요.”
김씨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일수대출로 내몰려 ‘자영업 막장’에 들어서는 경우는 찾기 어렵지 않다. 지난 2014년 나온 송지용(한국소비자원)·이희숙(충북대 교수)씨 논문 ‘전통시장 자영업자의 재무관리와 사금융 이용’을 보면 충북의 한 전통시장 자영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8%가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사금융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해 성실한 세금 납부 기록 등을 소득 증빙 자료로 대체해 제도권 대출을 이용할 길을 열어주고 재무관리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28일 한국신용정보(나이스)의 2012~2016년치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면, 자영업자 대출총액은 4년간 은행권에서 44.5%, 비은행권에서 57.4% 증가했다. 그나마 불법적 고금리를 적용하는 사금융은 비은행권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허점이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 2015년 성인 50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바탕으로 국내 성인 중 33만명이 10조5천억원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평균 대출 금리는 연 114.6%에 달했으며 이용 목적은 사업자금(42.9%), 가계생활자금(35.9%), 대출금 상환(25.2%) 순이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최근 경제환경이 악화하면서 제도권 금융의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이 생활자금을 구하러 금리가 높은 대부업이나 사금융을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지선 류이근 기자 sun21@hani.co.kr

세월호 선체 훼손은 ‘증거 인멸 행위’

416가족협의회 등 입장 밝혀
제휴뉴스  | 등록:2017-03-29 10:16:33 | 최종:2017-03-29 10:17:58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세월호 선체 훼손은 ‘증거 인멸 행위’
416가족협의회 등 입장 밝혀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해수부의 세월호 인양이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세월호 ‘선체 정리’ 방식으로 선체 절단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심각히 걱정하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지난 8일 동안 진행한 인양작업이 “미수습자 온전한 수습, 진상규명, 선체 보존” 등의 목적을 잃은 채 졸속과 무대책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하고, 그동안 해수부 등 정부가 보인 오만함과 무지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특히 인양된 세월호 방향타 위치가 바뀐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먼저 이들은 인양 이후 상황에 대해,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해수부가 졸속으로 인양을 주도하면서 인양 과정의 투명한 공개, 피해자 가족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활동할 선체조사위원회의 인양 지도감독, 수습, 조사 등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해수부가 유실방지 작업과 보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인양을 진행한 점, 유실 가능성이 있음에도 좌현 선미램프를 제거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해수부는 인양이 시작된 뒤인 3월 23일, 해수부가 파악한 창문, 출입구, 구멍 등은 291곳이며, 이 가운데 막혀 있는 28곳을 제외한 263곳 가운데 162곳에만 유실방지망이 설치됐다고 밝히고, “나머지 101곳의 구멍은 직경 20-30센티미터로 유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유실 대비책에 대해서는, “유실가능성이 있으면 대책을 마련할 것이며, 해수를 빼기 위해서 추가로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선미램프 절단에 대해서는 3월 24일, “램프 구멍에 방지망 설치를 검토했지만,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며, “절단 뒤 열린 부분으로 컨테이너가 쏟아져 문을 막고 있어, 유실 가능성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해수부가 설치했다는 유실방지 그물 구멍 크기는 2-2.5센티미터로 인체 뼛조각 중 2센티미터 미만의 뼈가 많기 때문에 온전하게 유실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 또 세월호 선체가 실린 반잠수선 주변에도 높이 1미터의 펜스를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2-2.5센티미터의 구멍이 있어, 유실방지를 막기에 부족하다. 유실방지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해수부는, “조류가 빠른 해역 특성상 그물 구멍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기술적으로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해수부 태도에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해수부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문제는 사전에 유실방지 대책과 그물 구멍 크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는 해수부가 화물구역에 미수습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인양에 중점을 둬, 선체 훼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며, 인양의 목적을 잊은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해수부가 인양을 진행하면서, 진상규명 조사 사항을 의미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인양된 세월호는 현재 반잠수선에 실려 고정 작업 등을 거친 뒤, 30일 쯤 목포신항으로 이동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기름 유출 등 때문에 선체 구멍뚫기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침수 과정, 잔존 화물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지만, 인양 과정에서 좌현 선미램프가 잘려 나가면서, 침수 과정에 대한 검증, 관련 참고인 조사가 의미 없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빠른 속도로 침몰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침수 과정이 해명되어야 한다. 좌현 선미램프는 세월호가 왼쪽으로 기울었을 당시 초기에 바닷물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지점으로 지목됐었다.
그러나 해수부는 3월 23일 좌현 선미램프를 절단했고, 이에 대해 “진상규명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족협의회 등은 “해수부의 이같은 입장은 얼마나 세월호 진상규명에 무지하고 무책임한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물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협의회 등은 잔존 화물의 양, 종류, 대략적 위치 파악은 세월호의 경하중량 및 무게중심, 복원성 관련 수치 검증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사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해수부가 선미램프를 절단하고 사후조치를 하지 않아, D데크에 실려 있던 굴삭기 1대, 차량 1대가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는 선미램프를 통한 화물 유실이 없었다는 해수부 주장을 확인할 수 없으며, 화물의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해수부가 이미 2015년 하반기, 인양시 선체 절단 방안을 밝혔음을 확인하고, “이는 세월호 인양 목표를 완전히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미수습자 수습, 진상규명, 역사적 교훈을 위한 선체 보존에 치명적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앞서 3월 23일 세월호 인양 관련해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도 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세월호 안에는 이미 올라온 희생자들의 일부 시신과 유품, 희생자들이 마지막까지 남긴 흔적이 있다”며, 미수습자 가족은 물론, 가족들 모두는 결코 배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체를 자르더라도, 올라온 선체 실물과 상태를 제대로 살피고, 정 어려울 경우 해야 한다”면서, “지금껏 그랬듯이 정부는 철저히 정보를 차단하고, 이미 저지른 뒤 가족들에게 통보하고 있으며, 훼손하면 안 되는 곳을 더욱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박흥석 조사관도 해수부는 미수습자의 수습과 선체조사의 요구를 ‘선체 정리’로 파악하고, 몇 가지 확인 외 진상규명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는 각종 방역과 세척, 안전점검, 미수습자 수습 등 ‘선체 정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서,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선체 가운데 객실을 수직으로 나눠 절단, 분리하고 화물구역과 객실도 절단, 분리한 뒤 객실을 바로 세우는 방식을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체를 산소 절단할 경우 주변부 손상을 가져오고 내부 차량 등 화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어 미수습자의 온전한 수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세월호 인양선체 정리용역 과업 지시서’에 따르면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에 대한 기본 원칙조차 없이 업체의 판단에 위임하고, 선체 정리 중 미수습자가 발견되면 수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흥석 조사관은, “세월호 훼손은 세월호 참사를 묻어 버리겠다는 의미”이며, “사고 원인의 직접적 증거를 없애는 ‘적극적 증거 인멸행위’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현진 기자]

* 제휴매체인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8일 자 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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