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딱딱한 껍질 부수는 ‘제2의 턱’ 만든 혁신, 입 크게 못벌리는 대가 치러
입 큰 포식자인 외래종 들어오자 경쟁서 밀려 멸종의 길…“진화는 미래예측 못해”
» '오렌지 바위 사냥꾼'이란 이름의 포식자 시클리드. 나일농어가 도입된 뒤 빅토리아호에 극소수가 살아남아 있다. 사진=매튜 맥기
진화에도 혁신 경쟁이 있다. 자신의 몸이 할 수 있는 기능적 한계를 돌파하는 혁신을 이룩하면 더 많은 곳에서 번성하며 종의 가지를 뻗쳐 다양성을 늘린다.
나는 능력을 획득한 공룡이나 시각을 넘어 초음파로 먹이사냥을 시작한 박쥐는 그런 ‘핵심 혁신’을 이룩한 고전적 예이다. 조류와 박쥐류의 풍부한 종 다양성은 그런 성공의 결과이다.
물 고기 가운데 핵심적 혁신의 예로 흔히 꼽히는 것이 ‘인두 턱’이다. 목구멍에 있는 여러 개의 뼈를 융합시켜 단단한 먹이도 손쉽게 깨뜨리는 ‘제2의 턱’을 만든 것이다. 바닷물고기 가운데 이런 턱을 지닌 예로 양놀래기, 자리돔, 날치 등이 있고 민물고기 가운데는 시클리드가 그런 적응을 했다.
» 아프리카 최대 호수인 빅토리아호. 초대형 외래종인 나일농어를 풀어놓은 뒤 진화의 보석으로 일컬어지는 시클리드, 특히 포식성 시클리드가 급속히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사진=매튜 맥기
아 프리카 동부에 있는 거대한 빅토리아, 말라위, 탕가니카 호수에 사는 시클리드는 진화생물학자가 보물로 여긴다. 생물 진화에서 순간에 해당하는 1만 5000여년 사이에 알을 낳은 뒤 입속에 보관하는 습성을 지닌 물고기 한 종이 500여 종으로 분화한 것이다.
특 히, 시클리드 가운데 인두 턱을 고안한 종은 다른 물고기는 먹지 못하는 단단한 껍질을 지닌 다슬기나 딱딱한 조류, 다른 시클리드의 비늘 등을 먹이로 삼는다. 그런데 인두 턱이 진화의 성공사례이면서 동시에 환경 변화에 따라 해당 종을 멸종으로 몰아넣는 진화의 막다른 골목이 될 수도 있음이 밝혀졌다.
» '두 줄 흰 입술'이란 이름의 육식성 시클리드. 빅토리아호 자생종이지만 야생에서는 멸종했고 수족관에서만 생존해 있다. 사진=매튜 맥기
매튜 맥기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진화 및 생태학과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진화 혁신인 인두 턱이 빅토리아호 시클리드를 멸종으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인 두 턱이란 혁신적 사냥도구를 보유한 시클리드가 시련을 겪게 것은 1950년대 사람이 호수에 나일농어를 풀어놓고부터였다. 최대 2m, 200㎏까지 자라는 나일농어는 빅토리아호 일대에서 시클리드를 마구 잡아먹어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린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외래어종이다(■ 관련기사: 자연선택인 진화 역주행시킨 ‘인간선택’).
» 초거대어인 나일농어. 1950년대 빅토리아호에 유입된 뒤 지역주민들의 주요 어획대상종이 됐지만 토착 소형 어종은 급격히 멸종했다. 사진=smudger888, cc by 2.0
그 런데 외래어종이 직접 잡아먹어 토종이 멸종한다는 통념과 달리 이번 연구는 인두 턱을 지닌 빅토리아호의 포식성 시클리드가 도입된 나일농어와의 경쟁에서 밀려 멸종의 길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었다. 목에 제2의 턱을 갖춘 해부구조는 혁신적 진화였지만 대가가 따랐다.
인두 턱을 만들기 위해 여러 뼈가 융합하면서 입을 크게 벌리는데 한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시클리드가 이런 해부학적 제약 때문에 같은 크기의 나일농어보다 입을 절반밖에 벌리지 못한다고 밝혔다. 먹이를 잡아먹는데 드는 시간도 같은 크기 나일농어가 몇 분이면 끝낼 일을 시클리드에게는 몇 시간이 걸렸다.
» 빅토리아 시클리드의 '제2의 턱'(왼쪽 색칠 부분).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CC BY-SA 3.0
이 번 연구결과에 대한 논평을 <사이언스>에 실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지라트 베르메이지는 “입을 크게 벌리는 기능을 버리고 목구멍에서 씹는 기능을 얻은 것은 시클리드 혁신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 혁신 때문에 시클리드는 동물 경쟁력의 핵심인 최상위 포식자 지위에 오르지 못했다.”라고 적었다. 그는 “진화의 혁신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로 시클리드의 놀라운 종 분화가 인두 턱을 만든 혁신보다는 광범한 성선택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라고 이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eerat Vermeij, How Victoria’s fishes were knocked from their perch-Evolutionary innovations are not always beneficial, Science, 27 NOVEMBER 2015 • VOL 350 ISSUE 6264
Matthew D. McGee et. al., A pharyngeal jaw evolutionary innovation facilitated extinction in Lake Victoria cichlids, Science, 27 NOVEMBER 2015 • VOL 350 ISSUE 6264, pp. 1077~107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입 큰 포식자인 외래종 들어오자 경쟁서 밀려 멸종의 길…“진화는 미래예측 못해”
» '오렌지 바위 사냥꾼'이란 이름의 포식자 시클리드. 나일농어가 도입된 뒤 빅토리아호에 극소수가 살아남아 있다. 사진=매튜 맥기
진화에도 혁신 경쟁이 있다. 자신의 몸이 할 수 있는 기능적 한계를 돌파하는 혁신을 이룩하면 더 많은 곳에서 번성하며 종의 가지를 뻗쳐 다양성을 늘린다.
나는 능력을 획득한 공룡이나 시각을 넘어 초음파로 먹이사냥을 시작한 박쥐는 그런 ‘핵심 혁신’을 이룩한 고전적 예이다. 조류와 박쥐류의 풍부한 종 다양성은 그런 성공의 결과이다.
물 고기 가운데 핵심적 혁신의 예로 흔히 꼽히는 것이 ‘인두 턱’이다. 목구멍에 있는 여러 개의 뼈를 융합시켜 단단한 먹이도 손쉽게 깨뜨리는 ‘제2의 턱’을 만든 것이다. 바닷물고기 가운데 이런 턱을 지닌 예로 양놀래기, 자리돔, 날치 등이 있고 민물고기 가운데는 시클리드가 그런 적응을 했다.
» 아프리카 최대 호수인 빅토리아호. 초대형 외래종인 나일농어를 풀어놓은 뒤 진화의 보석으로 일컬어지는 시클리드, 특히 포식성 시클리드가 급속히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사진=매튜 맥기
아 프리카 동부에 있는 거대한 빅토리아, 말라위, 탕가니카 호수에 사는 시클리드는 진화생물학자가 보물로 여긴다. 생물 진화에서 순간에 해당하는 1만 5000여년 사이에 알을 낳은 뒤 입속에 보관하는 습성을 지닌 물고기 한 종이 500여 종으로 분화한 것이다.
특 히, 시클리드 가운데 인두 턱을 고안한 종은 다른 물고기는 먹지 못하는 단단한 껍질을 지닌 다슬기나 딱딱한 조류, 다른 시클리드의 비늘 등을 먹이로 삼는다. 그런데 인두 턱이 진화의 성공사례이면서 동시에 환경 변화에 따라 해당 종을 멸종으로 몰아넣는 진화의 막다른 골목이 될 수도 있음이 밝혀졌다.
» '두 줄 흰 입술'이란 이름의 육식성 시클리드. 빅토리아호 자생종이지만 야생에서는 멸종했고 수족관에서만 생존해 있다. 사진=매튜 맥기
매튜 맥기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진화 및 생태학과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진화 혁신인 인두 턱이 빅토리아호 시클리드를 멸종으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인 두 턱이란 혁신적 사냥도구를 보유한 시클리드가 시련을 겪게 것은 1950년대 사람이 호수에 나일농어를 풀어놓고부터였다. 최대 2m, 200㎏까지 자라는 나일농어는 빅토리아호 일대에서 시클리드를 마구 잡아먹어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린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외래어종이다(■ 관련기사: 자연선택인 진화 역주행시킨 ‘인간선택’).
» 초거대어인 나일농어. 1950년대 빅토리아호에 유입된 뒤 지역주민들의 주요 어획대상종이 됐지만 토착 소형 어종은 급격히 멸종했다. 사진=smudger888, cc by 2.0
그 런데 외래어종이 직접 잡아먹어 토종이 멸종한다는 통념과 달리 이번 연구는 인두 턱을 지닌 빅토리아호의 포식성 시클리드가 도입된 나일농어와의 경쟁에서 밀려 멸종의 길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었다. 목에 제2의 턱을 갖춘 해부구조는 혁신적 진화였지만 대가가 따랐다.
인두 턱을 만들기 위해 여러 뼈가 융합하면서 입을 크게 벌리는데 한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시클리드가 이런 해부학적 제약 때문에 같은 크기의 나일농어보다 입을 절반밖에 벌리지 못한다고 밝혔다. 먹이를 잡아먹는데 드는 시간도 같은 크기 나일농어가 몇 분이면 끝낼 일을 시클리드에게는 몇 시간이 걸렸다.
» 빅토리아 시클리드의 '제2의 턱'(왼쪽 색칠 부분).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CC BY-SA 3.0
이 번 연구결과에 대한 논평을 <사이언스>에 실은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지라트 베르메이지는 “입을 크게 벌리는 기능을 버리고 목구멍에서 씹는 기능을 얻은 것은 시클리드 혁신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 혁신 때문에 시클리드는 동물 경쟁력의 핵심인 최상위 포식자 지위에 오르지 못했다.”라고 적었다. 그는 “진화의 혁신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로 시클리드의 놀라운 종 분화가 인두 턱을 만든 혁신보다는 광범한 성선택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라고 이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eerat Vermeij, How Victoria’s fishes were knocked from their perch-Evolutionary innovations are not always beneficial, Science, 27 NOVEMBER 2015 • VOL 350 ISSUE 6264
Matthew D. McGee et. al., A pharyngeal jaw evolutionary innovation facilitated extinction in Lake Victoria cichlids, Science, 27 NOVEMBER 2015 • VOL 350 ISSUE 6264, pp. 1077~107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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