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래부 후원, 전 총리도 강사로
ㆍ고위 관료 등 150여명에 발급
‘국정원 댓글부대’ 의혹이 제기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용역업체에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회장으로 영입된 국정원 간부 출신 김흥기씨(53·경향신문 10월7일자 10면 보도)가 중국과학원(CAS) 명의를 도용해 2년여간 ‘가짜 수료증 장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국무총리와 현직 장차관들도 강사로 나서고, 가짜 수료증을 받은 고위직 공직자도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13년 9월 서울 강남에 ‘중국과학원(CAS) 지식재산 최고위과정’을 개설해 중국과학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을 공동 주최기관으로 명시하고 중국과학원 명의로 1~4기 수강생 150여명에게 영문 수료증을 발급했다. 하지만 중국과학원의 이치장 아시아담당 프로그램 매니저는 “중국과학원은 한국에 어떤 프로그램도 개설한 바 없으며 누군가 우리 대학 이름과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면 불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모집요강·수료증 등을 보여주자 ‘사기극’이라며 “한국 경찰에 고발하라. 우리도 진상조사를 거쳐 베이징 한국대사관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은 13주 교육에 1인당 교육비 600만원을 받았다.
최고위과정에는 특허청·중소기업청·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하고, 전·현직 장차관들이 강사로 나왔다. 1~4기 모집요강에 안내된 강사(당시 직책)에는 정운찬 전 총리,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민 특허청장 등이 포함됐다.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 등은 명예원장으로 이름이 올라갔다. 수료한 고위 공직자엔 최재유 미래부 2차관, 박수민 기획재정부 국장 등이 포함됐다. 수강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정부가 공식 후원기관인 데다 동기생 중에도 고위 관료들이 많아 중국과학원 명의를 도용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수강생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사용한 모스크바국립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약력도 가짜로 드러났다. 이 대학의 블라디미르 예레민 제1부총장은 “미스터 김(김흥기)은 우리 학교의 초빙교수인 적이 없다”고 e메일을 보내왔다.
김흥기는 누구…국정원 출신 기업가 모스크바대 교수 위장 정부 자문위원 맡아와
장·차관 강사진에…미래부·특허청·한림원도 깜빡 속아 후원
중국과학원 “이름 불법 도용…경찰에 수사 요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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