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끼운 첫 단추 4대강 사업, 지류에서 또 한다?
내성천이 보여주는 '4대강'의 실패 …지류에 되풀이하나
가뭄 막으려면 상수 누수 줄이고 지방상수원 확충해야
» 모래가 사라지고 풀로 덮인 내성천. 멀리 영주댐이 보인다. 8월26일 드론을 이용해 촬영했다. 사진=영주 /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제2의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는 모양새다. 4대강 사업이야말로 가뭄과 홍수를 해결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정말 괜찮은 사업이었는데,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해서 최근 일어난 충남의 가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건가?
홍수와 가뭄을 제대로 못 막은 게 지류와 지천까지 손보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면서 제2의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 걸까? 이쯤 되면 헷갈린다.
제2의 4대강 사업을 벌여야 한다지만 사실 4대강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미 4대강 본류에 댐을 세우고 무지막지하게 모래를 퍼낸 준설 사업은 2012년에 완료되었지만 4대강 사업 부속사업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가뭄 방지와 홍수 예방에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으로 드러난 4대강 사업을 지천과 지류에까지 본격적으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대대적으로 대놓고 하겠다는 핑계로 보령을 비롯한 충남의 가뭄 문제를 이용할 모양이다.
■ 4대강 사업으로 잃어버린 것들
4대강 사업으로 4대강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아마도 낙동강 지천인 내성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2008년에 처음으로 내성천을 다녀왔다. 그리고 2009년과 2014년, 2015년에 걸쳐 몇 차례 더 다녀왔다.
처음 만난 내성천은 참으로 신비로운 곳이었다. 강바닥이 모두 고운 모래로 되어 있었고 강을 담고 있는 공간 모두가 모래였다.
세상에 태어나 40해 넘게 살면서 모래가 강에서 온다는 사실을 교과서로만 알았던 나는 모래를 만들고 실어 나르며 모래에 얹혀 있는 강을 처음 봤던 것 같다. 시인 김소월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이라 노래했던 바로 그런 곳이었다.
» 영주댐이 들어서기 전 영주시 내성천 술미마을 상류.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기 전 영주시 내성천 술미마을 하류의 모습. 사진= 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끝없이 길고 넓게 펼쳐진 모래밭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찌든 우리의 마음을 씻기고 닦아주었다. 수달, 오소리,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 온갖 동물들의 발자국이 모래 위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먹황새, 두루미, 백로, 왜가리가 유유하게 날고 있었다.
강물 속에는 토종 물고기인 흰수마자를 비롯해서 모래무지, 피라미, 꾸구리, 퉁가리, 메기, 붕어, 강준치, 은어, 칠성장어 등 온갖 물고기가 가득했고 민물조개, 민물새우, 자라가 살고 있었다.
그랬던 그곳이 불과 몇 해 만에 여뀌와 쪽이 가득한 풀숲으로 변해 버렸다. 한나절 강물을 걸어도 기분 좋게 발을 간질이던 고운 모래가 얼마 걷지 않아도 발을 사정없이 긁어대는 거친 모래로, 심지어 자갈로 바뀌어 버렸다.
곱던 모래톱엔 볼썽사나운 풀들이 엉키듯 빼곡히 들어차 있고 얕았지만 빠르게 흘러 그렇게 맑았던 물이 유속이 느려져 이끼가 끼고 그 중 일부가 썩어 거품이 일기도 한다. 고왔던 모래사장은 흔적을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딱딱한 육지처럼 변해 있다.
그 많던 생명은 어디로 갔는지, 죽었는지 여전히 살아있는지 모습조차 보기 어렵다. 사방에 어지럽게 찍혀 있었던 동물들의 발자국은 이제 찾기조차 어렵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 그 이전과 달리 여뀌와 쪽이 조금씩 들어서기 시작해 내심 마음 졸였는데 올해 만난 내성천은 이제 더는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아래 사진들은 내성천 보존회가 동일한 장소가 영주댐 건설 전후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촬영한 것이다. 어떻게 이 아름다운 곳이 그 짧은 시간에 망가져 버릴 수 있는 걸까?
■ 영주댐 건설 이후 내성천 변화: 영주시 문수면과 평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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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 문수면 술미마을 앞(위는 2014년 12월, 아래는 2015년 9월.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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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 평은면 금강마을 상류(위는 2012년 10월, 아래는 2014년 9월).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 영주댐 건설 이후 내성천 변화: 영주시 문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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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 문수면 석탑교 하류(위는 2013년 8월, 아래는 2015년 9월).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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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 문수면 조제리(위는 2012년 10월, 아래는 2015년 9월).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 영주댐 건설 이후 내성천 변화: 경북 예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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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군 용군면 회룡포(위는 2009년 9월, 아래는 2015년 9월). 사진= 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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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군 호명면 선몽대(위는 2011년 11월, 아래는 2015년 7월) 사진= 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내성천이 왜 이렇게 변해 버린 걸까? 그건 바로 영주댐 건설 때문이다. 영주댐은 높이 55.5m, 길이 400m에 총 저수량은 안동댐의 7분의 1수준인 1억 8110만 톤 규모이다. 영주댐에 담수가 시작되면 여의도보다 넓은 10.4㎢가 수몰된다. 400년된 금강마을이 물에 잠겨 511세대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 담수 직전의 영주댐.
영주댐은 왜 건설하고 있는 걸까? 영주댐건설단에서는 영주댐 건설과 4대강 사업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갈수기 때 낙동강 하류의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한 하천 유지용수로 쓰기 위해 깨끗한 내성천 물을 담아놓겠다는 게 목적이니까. 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사업이라고 선전했는데 악화하는 수질을 희석할 물을 공급하기 위해 또 댐을 만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내성천 근처에선 홍수도 가뭄도 없었다. 아무리 가문 날도 강변 모래밭에 모래가 마른 것처럼 보였어도 조금만 모래를 파면 물이 스며 나오고 조금 더 파면 물을 만날 수 있었다. 내성천의 가뭄과 홍수가 아니라 16개 댐(보)에 막혀 수질이 악화된 낙동강 물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아름다웠던 내성천이 망가져 가고 있다.
낙동강으로 끊임없이 실려 가던 모래는 더는 낙동강 하류로 옮겨가지 못한다. 어차피 잠길 곳, 어차피 망가질 곳이란 이유로 무려 16년에 걸쳐 낙동강으로 실려갈 모래를 이미 퍼내서 팔아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이제 흘러 내려갈 모래도 별로 없다. 영주댐을 건설하느라 물길을 막아 내성천에 물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또 모래가 공급되지 않자, 느려진 유속으로 굵은 모래입자만 남고 이전에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여뀌류의 풀들이 여기저기 뿌리를 내리며 안착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웠던 내성천에서는 우리의 역사가 함께 흘렀고 문화가 그 강에서 자랐다. 내성천이 감도는 회룡포는 국가명승지 제16호로 지정되어 있고 선몽대 또한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다. 무섬마을은 국가주요문화재다.
내성천의 파괴로 자연을 관조하고 대화하며 명상과 치유의 장이 사라지고 있다. 내성천과 회룡포, 무섬마을을 망가뜨린 영주댐 사업은 현장 그 자체가 비극이었다.
영주댐으로 수몰되는 것이 자연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수몰예정지역인 금강마을 이장님의 착잡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수백 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그 아름답던 내성천 회돌이 땅에서 쫓겨나는 주민들…. 그들은 말한다. 국가가 하는 일을 막기에 자신들은 너무 힘이 없다고…. 소박하게 행복했던 그들의 삶은 4대강 사업으로 그렇게 무너지고 있다.
» 여뀌에 뒤덮인 채 1m 이상 모래가 쓸려 내려간 내성천변 모래톱.
자연도 마을공동체도 할퀴어지고 끝내는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다는 아름답게 굽이 도는 모래강 내성천이 영주댐으로 잘리고 더 이상 모래가 운반되지 않고 유속이 느려져 죽어가고 있다. 그렇게 강이 신음하고 있고 강을 터전으로 삼았던 많은 생명이 사라져 가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아직도 이런저런 모습으로 4대강 지천에서 4대강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4대강 사업으로 강과 뭇생명이 고통 받고 있고 앞으로 이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잘못된 사업이니까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몸을 불살라 호소했던 이도 있었고 생업을 포기하고 강 살리기에 나섰던 이들도 있었다.
이포댐 높은 곳에서 두 달간 농성을 한 이들도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었지만 양심을 속일 수 없어 내부고발을 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그 많은 반대에도 강행되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요란하게 선전했던 가뭄과 홍수에는 무력하고 반대론자들이 예측했던 대로 자연과 사람에게는 되돌이킬 수 없는 피해만 낳고 있다는 것은 감사원도 이미 수차례 인정한 사실이다.
4대강 사업이 생명을 살리는 사업이고 경제를 키우는 사업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라 앞장서 선전하고 왜곡했던 이들도 있었고 예산을 날치기하고 사업비를 빼돌리고 반대하는 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잘못에 대해서 어느 누구 하나 처벌을 받지도 책임을 지지도 뉘우치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4대강 지천과 지류까지 손을 대서 국토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 가뭄, 4대강 사업 연장해 해결될까?
가뭄은 물이 부족한 현상이니 물을 공급하는 게 해법이다. 그런데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 꼭 4대강 본류에서 관을 연결해서 물이 필요한 곳까지 나르는 것일까?
국토교통부는 충남 보령지역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금강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도수관로를 설치하여 물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관로 길이가 무려 21㎞이고 공사비가 625억 원에 달한다.
박창근 교수에 따르면 취수 구역은 국토부 발표와 달리 백제보가 아니라 백제보에서 6㎞ 아래 지점이라고 한다. 즉, 보에 갇힌 물이 아니고 그냥 흘러가는 물이다. 4대강 사업으로 모은 물이 아니다.
게다가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물을 보내려면 160m에 이르는 지티재란 곳을 넘어야 한다. 이런 높이를 넘으려면 펌프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전기요금만 한 달에 3000~-4000만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기요금도 문제고 전기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문제다. 금강 물이 깨끗한 것도 아니니 수질 개선 비용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환경단체와 4대강 사업을 우려한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4대강 사업이 가뭄과 홍수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했고 가뭄과 홍수가 주로 발생하는 산간지방과 연안 고지대에 적합한 물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누수율을 줄이고 상수원 보호구역을 더 해제해서는 곤란하다. 지방상수원을 없애지 말고 지역 맞춤형으로 보다 분산적으로 물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잘못 끼운 첫 단추였다. 잘못을 바로 잡지 않고 그대로 따라 끼운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옷은 쉽게 벗어 다시 입을 수 있지만 우리 국토는 자연은 그렇지 않기에 더 문제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가뭄 막으려면 상수 누수 줄이고 지방상수원 확충해야
» 모래가 사라지고 풀로 덮인 내성천. 멀리 영주댐이 보인다. 8월26일 드론을 이용해 촬영했다. 사진=영주 /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제2의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는 모양새다. 4대강 사업이야말로 가뭄과 홍수를 해결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정말 괜찮은 사업이었는데,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해서 최근 일어난 충남의 가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건가?
홍수와 가뭄을 제대로 못 막은 게 지류와 지천까지 손보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면서 제2의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 걸까? 이쯤 되면 헷갈린다.
제2의 4대강 사업을 벌여야 한다지만 사실 4대강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미 4대강 본류에 댐을 세우고 무지막지하게 모래를 퍼낸 준설 사업은 2012년에 완료되었지만 4대강 사업 부속사업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가뭄 방지와 홍수 예방에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으로 드러난 4대강 사업을 지천과 지류에까지 본격적으로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대대적으로 대놓고 하겠다는 핑계로 보령을 비롯한 충남의 가뭄 문제를 이용할 모양이다.
■ 4대강 사업으로 잃어버린 것들
4대강 사업으로 4대강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아마도 낙동강 지천인 내성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2008년에 처음으로 내성천을 다녀왔다. 그리고 2009년과 2014년, 2015년에 걸쳐 몇 차례 더 다녀왔다.
처음 만난 내성천은 참으로 신비로운 곳이었다. 강바닥이 모두 고운 모래로 되어 있었고 강을 담고 있는 공간 모두가 모래였다.
세상에 태어나 40해 넘게 살면서 모래가 강에서 온다는 사실을 교과서로만 알았던 나는 모래를 만들고 실어 나르며 모래에 얹혀 있는 강을 처음 봤던 것 같다. 시인 김소월이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이라 노래했던 바로 그런 곳이었다.
» 영주댐이 들어서기 전 영주시 내성천 술미마을 상류.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되기 전 영주시 내성천 술미마을 하류의 모습. 사진= 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끝없이 길고 넓게 펼쳐진 모래밭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찌든 우리의 마음을 씻기고 닦아주었다. 수달, 오소리, 노루, 고라니, 멧돼지 등 온갖 동물들의 발자국이 모래 위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먹황새, 두루미, 백로, 왜가리가 유유하게 날고 있었다.
강물 속에는 토종 물고기인 흰수마자를 비롯해서 모래무지, 피라미, 꾸구리, 퉁가리, 메기, 붕어, 강준치, 은어, 칠성장어 등 온갖 물고기가 가득했고 민물조개, 민물새우, 자라가 살고 있었다.
그랬던 그곳이 불과 몇 해 만에 여뀌와 쪽이 가득한 풀숲으로 변해 버렸다. 한나절 강물을 걸어도 기분 좋게 발을 간질이던 고운 모래가 얼마 걷지 않아도 발을 사정없이 긁어대는 거친 모래로, 심지어 자갈로 바뀌어 버렸다.
곱던 모래톱엔 볼썽사나운 풀들이 엉키듯 빼곡히 들어차 있고 얕았지만 빠르게 흘러 그렇게 맑았던 물이 유속이 느려져 이끼가 끼고 그 중 일부가 썩어 거품이 일기도 한다. 고왔던 모래사장은 흔적을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딱딱한 육지처럼 변해 있다.
그 많던 생명은 어디로 갔는지, 죽었는지 여전히 살아있는지 모습조차 보기 어렵다. 사방에 어지럽게 찍혀 있었던 동물들의 발자국은 이제 찾기조차 어렵다.
작년에 방문했을 때 그 이전과 달리 여뀌와 쪽이 조금씩 들어서기 시작해 내심 마음 졸였는데 올해 만난 내성천은 이제 더는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아래 사진들은 내성천 보존회가 동일한 장소가 영주댐 건설 전후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촬영한 것이다. 어떻게 이 아름다운 곳이 그 짧은 시간에 망가져 버릴 수 있는 걸까?
■ 영주댐 건설 이후 내성천 변화: 영주시 문수면과 평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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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 문수면 술미마을 앞(위는 2014년 12월, 아래는 2015년 9월.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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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 평은면 금강마을 상류(위는 2012년 10월, 아래는 2014년 9월).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 영주댐 건설 이후 내성천 변화: 영주시 문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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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 문수면 석탑교 하류(위는 2013년 8월, 아래는 2015년 9월).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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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 문수면 조제리(위는 2012년 10월, 아래는 2015년 9월). 사진=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 영주댐 건설 이후 내성천 변화: 경북 예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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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군 용군면 회룡포(위는 2009년 9월, 아래는 2015년 9월). 사진= 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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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군 호명면 선몽대(위는 2011년 11월, 아래는 2015년 7월) 사진= 내성천 보존회 강의자료, 2015, “영주댐과 내성천의 눈물”
내성천이 왜 이렇게 변해 버린 걸까? 그건 바로 영주댐 건설 때문이다. 영주댐은 높이 55.5m, 길이 400m에 총 저수량은 안동댐의 7분의 1수준인 1억 8110만 톤 규모이다. 영주댐에 담수가 시작되면 여의도보다 넓은 10.4㎢가 수몰된다. 400년된 금강마을이 물에 잠겨 511세대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 담수 직전의 영주댐.
영주댐은 왜 건설하고 있는 걸까? 영주댐건설단에서는 영주댐 건설과 4대강 사업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갈수기 때 낙동강 하류의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한 하천 유지용수로 쓰기 위해 깨끗한 내성천 물을 담아놓겠다는 게 목적이니까. 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사업이라고 선전했는데 악화하는 수질을 희석할 물을 공급하기 위해 또 댐을 만드는 것이다.
더군다나 내성천 근처에선 홍수도 가뭄도 없었다. 아무리 가문 날도 강변 모래밭에 모래가 마른 것처럼 보였어도 조금만 모래를 파면 물이 스며 나오고 조금 더 파면 물을 만날 수 있었다. 내성천의 가뭄과 홍수가 아니라 16개 댐(보)에 막혀 수질이 악화된 낙동강 물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아름다웠던 내성천이 망가져 가고 있다.
낙동강으로 끊임없이 실려 가던 모래는 더는 낙동강 하류로 옮겨가지 못한다. 어차피 잠길 곳, 어차피 망가질 곳이란 이유로 무려 16년에 걸쳐 낙동강으로 실려갈 모래를 이미 퍼내서 팔아버린 지 오래다.
그래서 이제 흘러 내려갈 모래도 별로 없다. 영주댐을 건설하느라 물길을 막아 내성천에 물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또 모래가 공급되지 않자, 느려진 유속으로 굵은 모래입자만 남고 이전에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여뀌류의 풀들이 여기저기 뿌리를 내리며 안착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웠던 내성천에서는 우리의 역사가 함께 흘렀고 문화가 그 강에서 자랐다. 내성천이 감도는 회룡포는 국가명승지 제16호로 지정되어 있고 선몽대 또한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다. 무섬마을은 국가주요문화재다.
내성천의 파괴로 자연을 관조하고 대화하며 명상과 치유의 장이 사라지고 있다. 내성천과 회룡포, 무섬마을을 망가뜨린 영주댐 사업은 현장 그 자체가 비극이었다.
영주댐으로 수몰되는 것이 자연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수몰예정지역인 금강마을 이장님의 착잡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수백 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그 아름답던 내성천 회돌이 땅에서 쫓겨나는 주민들…. 그들은 말한다. 국가가 하는 일을 막기에 자신들은 너무 힘이 없다고…. 소박하게 행복했던 그들의 삶은 4대강 사업으로 그렇게 무너지고 있다.
» 여뀌에 뒤덮인 채 1m 이상 모래가 쓸려 내려간 내성천변 모래톱.
자연도 마을공동체도 할퀴어지고 끝내는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다는 아름답게 굽이 도는 모래강 내성천이 영주댐으로 잘리고 더 이상 모래가 운반되지 않고 유속이 느려져 죽어가고 있다. 그렇게 강이 신음하고 있고 강을 터전으로 삼았던 많은 생명이 사라져 가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아직도 이런저런 모습으로 4대강 지천에서 4대강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4대강 사업으로 강과 뭇생명이 고통 받고 있고 앞으로 이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잘못된 사업이니까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몸을 불살라 호소했던 이도 있었고 생업을 포기하고 강 살리기에 나섰던 이들도 있었다.
이포댐 높은 곳에서 두 달간 농성을 한 이들도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었지만 양심을 속일 수 없어 내부고발을 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그 많은 반대에도 강행되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요란하게 선전했던 가뭄과 홍수에는 무력하고 반대론자들이 예측했던 대로 자연과 사람에게는 되돌이킬 수 없는 피해만 낳고 있다는 것은 감사원도 이미 수차례 인정한 사실이다.
<표 1>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배경과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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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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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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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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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20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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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부처의 역할과 기능 분담으로 잘못된 계획 수립・집행 우려가 있어 ‘4대강 살리기 사업’ 초기단계부터 사업이 효율적으로 계획, 집행되도록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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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는 계획대로 정상 추진 중
● 과거보다 홍수에 더 안전하게 하천 관리
● 예비 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조사 절차 이행 등에 특별한 문제점 없음
● 관계기관 잘못으로 인한 5,119억 원 가량의 예산 낭비 사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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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201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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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설물의 안전성, 수질오염 및 유지관리방법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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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계 기준 잘못 적용·설계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시공
● 설계부실로 총 16개 보 중 11개 보의 내구성 부족
●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향후 과다한 유지관리 비용 소요 예상
● 보 내구성을 위한 보강공사, 실효성 있는 수질개선대책 및 합리적 준설방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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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201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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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담합 결과 관련 시민단체와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국회감사 요구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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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의 담합사건 지연처리 및 턴키담합 처리 부적정
● 국토부는 건설업계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시에 발주하여 경쟁을 제한
● 대운하 중단 이후에도 추후 운하 추진을 염두에 두고 준설·보 설치 규모를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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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201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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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감사요구로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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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와 문화재청이 시행한 문화재 조사 일부 사업구간에서 지표조사와 보존대책 이행 누락 확인
● 촉박한 공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전문가 입회조사를 하지 않은 구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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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김춘식, 2013, “‘4대강 사업’에 대한 신문보도비평”의 표와 이후 감사결과 반영하여 재구성; 윤순진(2015)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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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생명을 살리는 사업이고 경제를 키우는 사업이고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이라 앞장서 선전하고 왜곡했던 이들도 있었고 예산을 날치기하고 사업비를 빼돌리고 반대하는 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잘못에 대해서 어느 누구 하나 처벌을 받지도 책임을 지지도 뉘우치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4대강 지천과 지류까지 손을 대서 국토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 가뭄, 4대강 사업 연장해 해결될까?
가뭄은 물이 부족한 현상이니 물을 공급하는 게 해법이다. 그런데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 꼭 4대강 본류에서 관을 연결해서 물이 필요한 곳까지 나르는 것일까?
국토교통부는 충남 보령지역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금강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도수관로를 설치하여 물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관로 길이가 무려 21㎞이고 공사비가 625억 원에 달한다.
박창근 교수에 따르면 취수 구역은 국토부 발표와 달리 백제보가 아니라 백제보에서 6㎞ 아래 지점이라고 한다. 즉, 보에 갇힌 물이 아니고 그냥 흘러가는 물이다. 4대강 사업으로 모은 물이 아니다.
게다가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물을 보내려면 160m에 이르는 지티재란 곳을 넘어야 한다. 이런 높이를 넘으려면 펌프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전기요금만 한 달에 3000~-4000만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기요금도 문제고 전기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문제다. 금강 물이 깨끗한 것도 아니니 수질 개선 비용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환경단체와 4대강 사업을 우려한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4대강 사업이 가뭄과 홍수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했고 가뭄과 홍수가 주로 발생하는 산간지방과 연안 고지대에 적합한 물관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누수율을 줄이고 상수원 보호구역을 더 해제해서는 곤란하다. 지방상수원을 없애지 말고 지역 맞춤형으로 보다 분산적으로 물을 이용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잘못 끼운 첫 단추였다. 잘못을 바로 잡지 않고 그대로 따라 끼운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옷은 쉽게 벗어 다시 입을 수 있지만 우리 국토는 자연은 그렇지 않기에 더 문제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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