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올린 페이스북 편지글 공유 이어져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의 막내딸이 멀리 타향에서 애태우며 올린 편지글이 SNS를 울리고 있다.
15.11.18 15:06안홍기(anongi)
최종 업데이트 15.11.18 15:12네 덜란드에 거주 중인 백씨의 막내딸 백민주화씨는 20일 귀국 예정이다. 백씨는 자신의 아들이자 백남기씨의 외손자가 함께 병상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아버지가 죽음과 싸워 이겨내달라는 응원글을 올렸다. 이 글이 페이스북으로 널리 공유되면서 누리꾼들의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밤 쓰러진 백씨는 15일 오전 4시경 뇌수술을 마쳤지만 뇌출혈과 뇌부종이 심해 18일 오후 현재까지도 혼수상태에 머물러 있다.
다음은 백민주화씨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이다.
▲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서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농민의 막내딸이 해외에서 페이스북글을 올리며 함께 올린 백남기씨와 손자의 사진. | |
ⓒ 백민주화 |
마지막 편지.
아빠. 이제 이틀 남았어.
아빠가 건강할 땐 맨날 보고싶진 않았거든? 근데 지금은 한 시간에 한 번씩 보고싶다. 원래 막내 딸들이 이렇게 못났지. 에휴.
오늘은 좀 덜 울었어. 아빠 똑 닮아서 넙대대 하자나. 거기에 떠블호빵마냥 부었었거든? 아빠가 나 못 알아 볼까봐 오늘은 참았지 좀.
그거 기억나? 애기 때부터 우리한테 이유없이 징징 대지말라구 호랑이 눈 뜨고 어허!! 했었잖아ㅎ
그래 놓구선 막내 딸 다 크니 전화하면 아빠가 먼저 훌쩍거려서 언니가 우리 둘이 똑같이 울보라고 놀리잖아 지금도.ㅋ
얼른 일어나서 내가 며칠간 쏟은 눈물 물어내 아빠. 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반칙이지 반칙.
지 오한테 할아버지 일어나세요! 이거 열 번 연습시켰는데 완전 잘해. 아빠 손자라 똑 부러져 아주 그냥. 지오가 할아버지랑 장구치고 춤출 거라는데 안 일어날 수 없을 걸. 세상 전부를 줘도 안 바꿀 딸이라고 이십 년 넘게 말하더니 그 말 이제 손자한테 밖에 안 하잖아!!!!ㅎ
도착하자마자 달려갈게. 거칠지만 따뜻한 손 하나는 딸이 하나는 손자가 꼬옥 잡아줄게.
춥고 많이 아팠지? 아빠 심장에 기대서 무섭고 차가운 기계들 말고 우리 체온 전달해 줄게.
오늘도 하루도 평온하길...사랑해요.
*응원해주시는 한분 한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백민주화씨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나는 삼십 년간 진행 중인 아빠 딸이니 내가 잘 알아.
아빠는 세상의 영웅이고픈 사람이 아니야.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지.
근데 아빠.. 왜 저렇게 다쳐서 차갑게 누워있어? 시민이자 농민으로서 해야할 일을 한 건데 왜 저렇게 차가운 바닥에 피까지 흘리며 누워있어? 뭘 잘못한 건지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누가 그랬어?
수많은 사진들 다 뚫고 들어가서 안아주고 싶고 피도 내 손으로 닦아주고싶어 미치겠어...
핸드폰 액정 속에 있는 아빠 얼굴 비비며 훌쩍이며 한국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하루가 십년같아. 기도 소리 들려? 절대 놓으면 안 돼. 정말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고 있어.
아빠 이제 진짜 영웅이 될 때야. 지오랑 장구치며 춤추고 잡기놀이 하던 우리 가족의 영웅. 눈 번쩍 떠서 다시 제자리로 꼭 돌아와줘. 꼭.
사랑하고 많이 보고싶어.
ㅡ막내딸 지오애미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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