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의 발로go 인터뷰 1] 민언련 활동가 이봉우씨이영광 기자 | balnews21@gmail.com
3일 오전 11시 황교안 총리가 담화를 통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고시를 확정했다. 행정고시 예고 한 지 22일만의 일이다. 지난 10월 12일 국정화 행정고시가 예고되자 우리사회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방송과 신문은 역사교과서 문제를 연일 보도했다.
하지만 언론의 문제점은 이번에도 똑같이 나타났다. 보수언론과 지상파 3사는 정쟁으로 몰아 사안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물타기 보도나 정부 여당의 주장을 받아쓰는 보도를 했다. 그러나 언론의 본질인 검증은 JTBC를 제외하고 다른 방송사에선 전혀 이루지지 않았다.
마침 언론을 모니터 하는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이와 관련한 모니터를 발표해 자세히 듣기 위해 지난 2일 민언련 활동가인 이봉구씨를 만났다. 다음은 이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 이영광 기자 |
“언론의 국정화 보도, 전형적인 정부‧여당 프레임에 장단 맞춰”
- 지난달 12일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 이후 신문과 방송을 모니터하셨던데 총평을 해주세요.
“신문의 경우 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 방송의 경우 KBS‧MBC‧SBS‧JTBC‧TV조선‧채널A의 저녁 종합뉴스를 모니터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경향과 한겨레, 그리고 JTBC를 제외하면 국정화 사태를 제대로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경향‧한겨레‧JTBC를 제외한 언론들이 교과서 국정화를 그 자체로써 보지 않고 북한 또는 좌파사상을 끌어들여 이념적으로 오염시키고 여야의 정쟁으로 몰아갔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정부 여당의 프레임으로써 언론들이 이에 장단을 맞췄다고 할 수 있겠죠.”
- 늘 해오던 패턴이네요.
“그렇죠. 그동안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번에는 문제가 많았어요. 특히 지상파 3사가 국정화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보도량이 적어요. 저희가 10월 12~26일까지 모니터를 했는데 그 기간에 JTBC가 73건 정도로 하루 평균 5건 정도였고 지상파 3사는 20건 내외예요. 하루 평균 2건도 안 한 거죠.”
- 보도량 보다 내용의 문제가 더 클 것 같은데.
“맞아요. 보도량이 적어서 국정화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의 개요 자체도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어요. 국정화 비밀TF 경우 보도는 1~2건밖에 안 돼요. KBS는 1건이고 MBC, SBS가 2건씩 했는데 TF라는 게 있다고만 말한 거예요. 굉장히 중요한데 수박 겉핥기식 보도를 2건 한 거예요.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정화 사태 전체를 봐도 대부분 받아쓰기 보도를 하고 있죠. 교육부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죠. 정부 여당 입장만 받아쓰는 보도는 특히 MBC가 그 비중이 높아요. 지금 다른 사건과 다르게 반대 여론이 끌어 오르고 있잖아요. 그러면 언론은 국민이 왜 반대하는지 알려야죠. 그러나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는 전혀 보도를 안 해요. JTBC가 가장 열심히 했죠.
물론 보수언론과 지상파 3사가 반대 여론을 언급하기는 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최대 역사학회인 한국역사연구회가 반대성명을 발표했다’고 한 다음에 ‘다른 보수단체는 거기에 반발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나열을 시키는 거예요. 반대여론을 다룰 거면 이 학회가 어떤 이유로 반대하는지 짚어야죠. 학회뿐만 아니라 대학도 60개가 넘는 곳이 집필거부 선언을 했는데 그런 걸 전혀 말 안 해요”
▲ <이미지출처=민언련> |
“MBC, 정부 입장 받아쓰기 비율 가장 높아…편향적”
- MBC가 가장 편향적이라던데.
“아마 미디어오늘이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그렇게 제목을 뽑았던 걸로 아는데 사실 MBC가 가장 편향적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실 편향성으로만 따지면 TV조선이 1등이죠. 그러나 MBC는 지상파고 공영방송이잖아요. 12~26일에 MBC는 그나마 적은 지상파 중에서도 18건으로 가장 적었어요. 그리고 정부 입장 받아쓰는 비율이 38.9%로 가장 높아요. 이 정도만으로도 편향적이라 할 수 있죠. 정부·여당 입장만 받아쓸 거면 뭐하러 공영방송하죠? 그래서 편향적이란 거예요.”
- 언론의 역할 중 하나는 검증이잖아요. 그러나 JTBC를 제외한 방송은 검증이 없었다던데.
“이게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신문마다 정치적 성향이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정부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그 문제점을 드러내서 검증하는 게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에요. 이걸 경향, 한겨레, JTBC를 제외하면 아무도 안 해요. 이건 문제가 많죠.
보수언론이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싶으면 경향, 한겨레, JTBC가 제기하는 문제점에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안 해요. 사실 불가능하죠. 그러니 검증을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 겁니다. 늘 하듯 정부·여당 입장 쫓아서 좌파 몰이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일부 여론이 있잖아요. 그런 행태를 계속 반복하고 있어요. 검증하면 합리적 논쟁이 될 텐데 전혀 안 하죠.
사실 언론 지형이 국민이 느끼는 수준보다 훨씬 심각한 정도로 무너졌어요. 특히 국정화 사태를 보면, 이 정도로 보수언론과 지상파 3사가 검증을 안 한 경우는 처음 봐요. 정말 전혀 안 했거든요. 그야말로 우기는 수준이죠. 물론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어서 못 하는 거죠.”
“조선, 왜곡보도 심각…교묘한 보도로 국민 바보 취급”
“조선, 왜곡보도 심각…교묘한 보도로 국민 바보 취급”
- 신문 보도 태도가 어땠나요?
“정부가 내세우는 프레임이 ‘제대로 된 교과서를 새로 만들자’는 거잖아요. 그걸 12일 발표했고 13일 첫 보도가 나왔는데 조중동 제목이 ‘제대로 새로 만들자’예요. 교육부 발표를 그대로 따온 거죠. 이건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는 거예요.
제대로 새로 만들자란 말엔 수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잖아요. 일단 기존 교과서가 모두 잘못되었다는 얘기죠. 그래서 보도 내용을 쭉 보면 특히 조선일보가 굉장히 심한데 ‘기존 교과서는 종북으로 김일성을 찬양하고 북한은 긍정적으로 얘기하면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은 부당하게 비난을 많이 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아요. 그런데 이게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어요.
이게 안 되니까 10월 15일부터 교사로 방향을 틀어요. 이것 역시 조선일보가 심해요. 수업에서 교사들이 이런 말을 했다면서 그런 사례를 나열해요. 15일부터 '편향교사가 더 문제다'라는 연속 시리즈 보도를 내놓습니다. 이 교사 관련 보도는 정말 질이 나쁩니다. 제보를 받은 거라는데 녹취록도 나오지만 출처가 특정 보수단체예요. 꾸준히 제보받아 왔다면 그걸 왜 이제서야 문제 삼는지도 의심스럽고요.
일부 발언만 싹둑 잘라서 내보내는 것도 문제예요. 한홍구 교수 왜곡보도와 똑같은 겁니다. 한 교수 강의 전체를 보면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이 아니잖아요.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어야 한다는 저주의 말이 아니라 여순반란 사건과 연결되는 역사적 맥락의 이야기였죠. 이런 식으로 일부 발언만 자르면 왜곡의 여지가 많죠.
또 한가지 문제는 교사들의 발언과 교과서는 상관없다는 거예요. 이게 가장 악질적인 부분인데 교묘한 보도로 국민을 바보 취급해요. 그런 교사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니 100번 양보해서 교실에서 문제 되는 발언을 하는 교사가 있다 쳐요. 그러면 우리 똑똑한 학생들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해요. 학생들이 제보했다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그런 교사들을 징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 있어요. 교과서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 교사가 잘못했다고 하면서 교과서를 바꾸자는 거죠. 전혀 상관없는 걸 국정화 정당화에 쓰고 있다는 겁니다.”
- 이른바 진보언론인 한겨레와 경향의 보도량은 많지만 보수언론인 조선. 중앙, 동아는 적었는데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9월부터는 김무성 대표, 황우여 장관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니까 조중동도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보도량이 경향 한겨레보다 턱없이 적습니다. 사실 이렇게 민감한 문제에 조중동이 보도를 비교적 적게 하는 건 계속 있었던 일입니다. 최근의 사례만 봐도 성완종 게이트, 국정원 해킹 사태에서도 조중동은 진보언론보다 턱없이 보도가 적었어요. 이는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권과 얽힌 민감하면서도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에 보수언론이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정화 사태는 더 말할 게 없어요.
왜냐면 이건 너무 뻔한 문제거든요. 국정화가 잘못이란 건 모든 사람이 다 알아요. 전 세계에서 북한과 방글라데시 등 밖에 안 하거든요. 그리고 국정화 교과서가 민주주의에 어긋나고 교육에도 좋지 않다는 건 사회 통설이고 심지어 조중동도 반대했던 사안이란 말이죠. 그래서 더더욱 할 말이 없는 겁니다. 때문에 보도량이 적죠.
모니터 기간 11일간 보도량을 보면 가장 많은 조선일보가 72건이고 중앙일보는 49건이에요. 신문의 경우 방송보다 보도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중앙일보는 하루에 4~5건밖에 안 했다는 거죠. 경향신문의 경우 하루에 12건씩 했어요.“
▲ <이미지출처=민언련> |
“보수언론은 기회주의자…새누리와 속내 다를 바 없어”
- 보수언론이 초반에는 국정화를 반대하다가 교육부 발표가 나자 말을 바꾸던데.
“사실 보수언론의 태도는 좀 복잡합니다. 한 마디로 완전히 기회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중동도 10월 초까지도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설칼럼도 내고 그랬습니다. ‘진단과 처방이 잘못된 일’(동아일보 9일)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중앙일보 9일). 그 반대 이유도 진보적 매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문제’(조선일보 9일) ‘국격 훼손’(중앙), ‘정권의 역사 개입’(동아), 그 대안도 검정 강화로 나름대로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는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전 교학사 교과서 파동 때 ‘오죽하면 국정 전환 얘기까지 나올까’(조선 2013년 11월 7일)라며, ‘차라리 국정교과서로 회귀하든지’(중앙 2013년 10월) ‘차제에 국정교과서로의 전환 등 근본적 대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동아 2013년 11월 1일)면서 기존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점에서는 새누리당이나 뉴라이트, 대통령과 뜻을 같이한 것이지요. 국정화가 잘못되었단 걸 너무 잘 아니까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기존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건 똑같았어요.
그래서 12일에 정부가 발표하고 새누리당이 강행 의지를 천명하니 기회주의적 입장을 드러내서 다시 충실한 나팔수 역할로 돌아갑니다. 초반에는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해서 설득시켜야 한다,’, ‘이왕 하기로 한 김에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사설을 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교과서 좌편향이고 교사도 좌파다. 야당은 발목 잡지 말고 민생이나 돌봐라’란 식으로 본색을 드러내죠. 사실 민생이나 노동 개혁을 제쳐놓고 교과서 문제를 트집 잡아 들고 나온 건 정부 여당이잖아요. 조중동의 또 하나의 공통점이 야당을 끌어들여서 발목 잡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왜곡과 거짓말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태도를 바꾼 거죠. 기회주의죠. ”
“진보언론, 보수언론과의 논쟁에서 주도권 잡아야”
- 한겨레와 경향 등의 진보언론은 문제점이 없나요?
“보수언론과 비교하면 문제점을 지적할 수가 없죠. 사실 모니터하고 비평하는 입장에서 보수언론의 대항마가 되어주는 진보언론에 고마움까지 느끼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문제점이라기보단 바라는 점인데 진보언론이 잘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 논쟁을 주도한다는 느낌은 아니에요. 보수 언론에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잖아요. 그것에 대해 반박하는데 너무 많은 역량을 투여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것도 필요하고 해야죠. 그러나 저들에게 논쟁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끌려가는 느낌이 있어요. 지금 벌어지는 국정화 사태는 확대해보면 해방 직후 친일파들이 갑자기 반공 투사로 변신해서 현대사를 왜곡하고 혼돈에 빠뜨렸잖아요. 그 비극이 지금 반복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친일을 덮으면서 종북 타령하고 무조건 경제개발 밀어붙여서 국민은 입 다물어라, 이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겨레와 경향은 저들의 의도가 뭔지 확실히 짚어줄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건 단순히 교과서를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아픈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또 한 번 반복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김무성 대표가 우리 역사학계 학자들 90%를 종북 좌파로 몰아버렸는데 그러면 진보언론은 아니라고 반박하죠. 거기에 좀 더 나아가서 ‘학자들의 좌편향은 당연히 말도 안 되고 오히려 국정화를 추진하는 세력이 극우이고 반민족 세력이다’라는 논거를 제시하면서 논쟁을 주도할 필요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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