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말하며 유승민 의원을 죽이려고 합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친박계를 중심으로 유승민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 8명 중 4명이 유승민 의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회법 개정안’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계의 유승민 사퇴 요구는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왜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을 그토록 몰아내려고 하고 있을까요?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합리적 보수를 주장하는 유승민’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는 ‘대구 동구 을’입니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가 대구이니,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 때문에 당선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것은 맞지만, 100% 박근혜 대통령 때문은 아닙니다.
유승민 의원은 17대 비례 대표로 국회에 들어왔다가 사퇴하고 10.26재보궐선거 대구 동구 을 지역에 출마, 다시 국회로 들어옵니다. 유승민 의원이 대구에서 출마한 이유는 대구가 아버지 유수호 전 의원의 지역구였기 때문입니다.
유승민 의원의 아버지 유수호 전 의원은 대구지방법원 판사 출신으로 ‘여당의 양심세력, 여당의 비판세력’을 내세웠던 대구 중구의 13대, 14대 국회의원이었습니다.1 유승민 의원은 경북고등학교 출신의 전형적인 대구 토박이였던 아버지 유수호 전 의원의 지역 기반을 토대로 대구에서 출마해 당선됐지, 결코 박근혜 때문만은 아닙니다.
판사출신이었던 유수호 전 의원은 14대 국회가 끝나면서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가겠다며 15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과욕이 되기 전 그만두는 게 온당하다고 판단했다’는 그의 말을 통해 전형적인 권력만 추구형 보수만은 아니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2
유승민 의원은 무조건 보수를 고집하거나 편을 들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2013년 합창의장 인사청문회에서는 “진보정권, 좌파정권이라고 비난받던 노무현 정권은 자주국방을 위해 8.8%씩 국방예산을 늘렸는데,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보수정권이라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연평균 5.3%, 4.1% 늘린 것은 국가안보를 생각하는 보수정권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면서 보수정권이 내세우는 보 프레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새누리당 사회경제적특위에서는 “특위가 출범하고 자문위원이 확정되니까 외부에서 새누리당이 너무 왼쪽으로 가는 게 아니냐며 약간 이념적 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은데 저는 위원장으로서 그런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보수냐 진보냐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센터, 마을기업 등과 관련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옮은 방향이라면 이념적 색깔 씌우기에 전혀 구애받지 않겠다”며 진보에 가까운 정책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을 가리켜 ‘합리적 보수’라고 합니다. 그의 행동과 발언, 정책이 보수세력의 전형적인 모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에서 약간씩 좌에 치우치거나 진보와 보수를 정확히 나누지 않는 특징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
유승민 의원이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4위에 올랐습니다.3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모습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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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경북 광역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차기 정치적 리더 조사 ⓒ 대구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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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일보가 2014년 말에 대구, 경북 시도의원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리더를 조사한 결과, 대구시의원들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뽑았습니다.4 유승민 의원은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지역구와 상관없이 고른 지지를 받았습니다. 대구 정치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이유가 ‘정치 신뢰도가 높고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대구시의원들은 유승민 의원에 대해 “중앙 정치권에서 강력한 리더로 지역을 대표할 수 있으며, 원칙을 중요시하고 진보와 보수의 적절한 이미지를 갖춘 눈치 보지 않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 기반인 대구에서조차 합리적 보수로 가야하는 차세대 지도자의 모습을 갖춘 인물이 유승민 의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2인자와 항명을 용납하지 않은 박정희와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는 2인자를 절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부하들이 서로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도록 경쟁을 부추기면서도 결코 권력을 나눠주지는 않았습니다.
‘이후락’, ‘박종규’, ‘김재규’, ‘차지철’, ‘김형욱’ 등의 인물을 적당히 경쟁시키며 권력을 견제했던 박정희는 만약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있다면 가차 없이 내쳤습니다. 윤필용이나 김종필 등이 제거됐던 이유가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됐기 때문입니다.
박정희는 군주라는 개념이 강했기 때문에 국회조차도 자신의 명령에 따르도록 철저히 통제했습니다. 만약 국회의원이라고 국회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철저히 응징했습니다.
1971년 공화당 의원 23명이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갔습니다. 처절한 고문을 당한 공화당 의원의 죄목은 ‘오치성 내무장관 해임’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의 실세였던 ‘김성곤’, ‘길재호’, ‘김진만’, ‘백남억’은 ‘10.2 항명’5이라 불리는 해임안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고문을 당했고, 강제로 정계를 떠났습니다.
지금 유승민 의원이 겪고 있는 사퇴 요구를 보면, 박정희 정권 때 벌어졌던 ‘10.2 항명’과 너무나 유사합니다. 단지 내무장관을 해임하게 했다는 이유와 국회법 개정안을 주도한 과정을 보면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다는 것은 ‘친박 우세론’보다 새누리당의 ‘위기론’이 작용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에 출마하면서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어렵다. 특히 박빙의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는 더 힘들고 충청·강원·영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는 것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올바른 선택인가.”라며 ‘위기’를 내세워 원내대표에 당선됐습니다.6
박근혜 대통령은 절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요구를 철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녀를 위협하는 세력의 중심에 ‘유승민 의원’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을 죽여야만 레임덕을 늦출 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은 사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퇴 파문은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레임덕의 시작이 될 것이며, 친이계와 중도 보수가 힘을 합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진정한 리더는 새로운 사상을 가진 신진 세력을 품 안에 끌어들입니다. 독재자는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자들은 가차 없이 죽여 버립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사퇴 요구는 리더십이 완전히 망가지는 사건으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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