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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차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참가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12일 6.15공동선언 15주년 기념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이태우 인턴기자] |
1,2차 남북정상회담을 모두 수행한 경험이 있는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15공동선언 15주년을 맞아 <통일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안타깝다”를 연발했다.
문정인 교수는 6.15공동선언 기념일 당일인 15일, 북한이 정부성명을 통해 조건부 대화 용의를 밝힌데 대해 “물론 전제 조건을 내 걸었지만 개의치 말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우리 정부가 당국자 간의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위임’에 의해 이를 발표한다는 표현을 보면 김정은 제 1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인 것 아닌가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 그러나 정부는 북측의 발표를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즉각 일축했고,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우리 국민 모두 피로증후군에 만연 된 것 같다”며 “좀 흥이 나는, 국민들 감흥이 저절로 생겨나는 그런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 열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통일준비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6.15공동행사 무산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면서 “갑자기 현영철 처형 문제가 딱 나오고, 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포정치’ 운운 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한쪽으로는 상당히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를 북쪽에 보내면서 또 한편에서는 매파적인 행동이 막 나온다”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가급적 일관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쪽에서도 대남사업을 하는 인사들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하루는 북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다가 다음 날에는 완전히 대립과 갈등의 각을 세우는 발언을 하면 북쪽도 ‘어느 장단에 맞춰 춤추느냐’ 하는 고민이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임기도 얼마 안 남았지만 설득해서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북미관계 개선을 하는데 우리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 그 것이 필요하다”며 ‘제2의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지금 북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고 시간이 꼭 우리 편인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놔두다가는 북한의 핵무장력이라거나 탄도미사일 능력이 더 강화돼서 결국 우리의 제재.압박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해야 할 것 같다”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
그는 올해 1월 9일 북한의 중대제안을 미국이 거부한 일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금년 1월 9일 북은 ‘미국이 한미연합 군사연습을 중단하면 핵 및 미사일 실험 중단은 물론 그 이상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중대 제안을 뉴욕 채널을 통해 미 국무부에 제안한 바 있는데 이를 10시간 만에 거부”했고, 북한은 “미국에 연연할 필요 없이 우리 길을 가겠다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됐다는 관측이다.
이 일이 있기 직전까지만 해도 북측 당국자들은 경제발전을 강조하면서 ‘조건이 맞으면’ 핵포기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후에는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 병진노선’이 더욱 정당화 됐다는 것.
그는 “미국의 거부를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전쟁준비라기 보다는 침략에 대한 대비, 군사훈련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것”이라고 최근 북한이 전 사회적으로 군사적 준비를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를 해석했다.
아울러 오는 9월께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과 10월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맞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일성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지도사상을 내놓을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기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과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 등을 역임하고 중국과 일본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단행본을 내기도 한 그는 어떠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했고, 최신의 한반도 정세를 두루 꿰고 있었다.
다음은 지난 12일 문정인 교수가 이사를 맡고 있는 서울 신운동 소재 동아시아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뜨거운 룡성맥주로 건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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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 15주년 학술회의에서 김대중도서관 관장 자격으로 사회를 보고 있는 문정인 교수. 이희호 여사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김민화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등이 참석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 통일뉴스 : 오늘은 6.15 15주년 기념 인터뷰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유일하게 수행한 분이기도 한데, 6.15 15주년의 현주소는 6.15 정신이 퇴색되고 남북관계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소회나 입장은?
■ 문정인 교수 : 6.15공동선언은 당시 얼어붙어 있던 남북관계에 반전의 패러다임을 가져온 획기적 문건이다. 신뢰를 갖고 교류협력을 해보자는 걸 양 정상이 문서로 약속했던 것이다. 특히 6.15공동선언 2항에서 남과 북 두 정상이 통일방안에 대해서 공감대를 가졌다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하겠다.
당시 나는 평양에서 돌아와 성남비행장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평화가 눈앞에 있다”고 한 그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감동을 아직도 잊기 어렵다. 나 자신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화와 통일에 관해 엄청난 희망을 가졌던 그 이벤트가 지금 15년이 지나면서 퇴색되고 말았다. 지난 이명박 정부가 6.15. 선언의 기본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현 정부 역시 존중한다면서도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미 있는 대안들을 이행할 생각은 하지 않고 새로운 것만 자꾸 보려고 하니까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특별 수행원들이 6.15공동선언이 채택됐다는 걸 안 건 6월 14일 밤 11시 경 박재규 장관을 통해서다. 수행원 전부가 정말 환호 했다. 그래서 뜨거운 룡성맥주로 건배를 했다. 그때의 환희, 희망, 기대감에 비하면 지금 너무나 안타까운 거다.
□ 룡성맥주가 시원하지 않았나 보다.
■ 우리 특별수행원들은 주암산초대소에 있었는데, 냉장시설이 없었다. 그래서 찬 맥주가 없었다. 마침 LG 구본무 회장이 준비해온 ‘발렌타인 17년’을 섞어서 축하의 폭탄주도 나눠 마셨다.
당시 특별수행원 중에는 보수적인 인사와 진보적 인사들이 섞여 있었지만 그런 구분 없이 다 같이 기뻐하면서 뜨거운 룡성맥주에 폭탄주 만들어서 먹었던 그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안타까운 일이다.
□ 6.15공동행사가 분산개최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무산됐고, 눈에 띨만한 6.15를 계기로 한 교류도 없다. 연초만 하더라도 올해가 광복 70주년이기도 하니까 뭔가 좀 되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는데, 이렇게 된 이유를 뭐라고 보나?
■ 박근혜 정부와 나도 관여하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분단 70년을 맞아 오는 8월에 의미 있는 남북행사들을 여러 개 기획하고 있다. 그래서 그걸 계기로 해서 남북 간에 신뢰구축의 새로운 계기(모멘텀)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려면 결국 6.15행사를 잘 치러야 된다는 인식은 분명히 있었다. 준비도 많이 하고 있었고. 이희호 여사님 방북 문제라든가, 6.15공동위원회 협의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실무접촉을 허가해줬다. 그 외의 여러 분야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영철 처형 문제가 딱 나오고, 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공포정치’ 운운 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 북쪽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일이고 남측 의도에 대한 회의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북의 과거 행태로 보아, 자기네 최고존엄을 훼손하고, 우리의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화를 거부해 오지 않았나.
많은 이들이 4월 한미연합 군사훈련 끝나고 나면 5월, 6월이 결국 골든타임이라고 봤고, 나 자신도 그런 칼럼을 썼다. 6월에 뭔가 이루어지게 되면, 8월에는 화답을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닌가. 그리고 ‘을지포커스 가디언 훈련’ 같은 문제가 해결 되면 정상회담으로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물 건너 간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이번에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한국 정회원 가입 표결을 하루 앞두고 우리 군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참관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컨트럴 타워’가 없는 것 같다.
■ 나도 이해가 안 된다. 한쪽으로는 상당히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를 북쪽에 보내면서 또 한편에서는 매파적인 행동이 막 나온다. 그래서 대화와 화해협력의 메시지가 나가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립과 갈등, 대북 억지 이런 메시지가 자꾸 나오다 보니까 북쪽 관계자들도 어느 게 진짜 메시지인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측에게도 정책 일관성의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우리 정부는 모든 것을 북의 진정성 문제로 환치하는 것 아닌가 한다. ‘우리는 모든 걸 잘하는데 북쪽이 결국 우리 걸 안 받아줘서 판이 깨진다’는 상당히 아전인수격 해석에 집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 방식으로 남북 간에 신뢰구축이 될까?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가급적 일관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쪽에서도 대남사업을 하는 인사들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북이 대화, 교류협력 나오려고 그러다가도 우리가 강경 쪽으로 기울면 북에서 대남 사업하는 이들이 입장이 어렵게 된다. 그럴 경우, 국방위원회에서 모든 걸 거머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쪽 입장에서 상당히 애로가 많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한다면, 대북정책은 결국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종합적으로 정책조율을 해야 되는데. ‘정책조율이 잘 되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궁극적으로 대통령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하루는 북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다가 다음 날에는 완전히 대립과 갈등의 각을 세우는 발언을 하면 북쪽도 ‘어느 장단에 맞춰 춤추느냐’ 하는 고민이 있을 것이다.
“‘김일성주의’를 대신 할 새로운 것이 나올 것 아닌가”
□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지 3년 반 정도 지났다. 우려와 기대도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는 시점이 된 것 같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특성이랄까 색깔을 어떻게 보는지?
■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했던 것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도 유훈통치에 기본 축을 두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금년도 신년사 이후의 흐름을 보면 김정은 고유의 어떤 지도이념 같은 것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이와 더불어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간부들의 잦은 교체를 보면 아직도 권력 공고화의 과정에 있다는 느낌도 든다.
물론 북한은 유일지도체제와 백두혈통에 지배의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김에 도전하는 세력이 존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책을 만들고 조율, 집행하는 과정에서 유일적 영도력을 보이기 위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위상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선 지도자 교체에 따른 권력 구축의 초기증세가 아직도 보이는 것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백두혈통과 유일지배체제라는 기본적 통치이념이 자리 잡고 있는 한 어느 누구도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도전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 올해 신년사부터 김정은 제1위원장 고유의 지도이념을 모색하는 느낌이 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 가령 과거에는 ‘김일성주의’가 상당히 강조됐는데, 이번 신년사를 보면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이는 ‘김일성주의’를 대신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 나올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당 창건 70주년이 되는 10월이 되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병진노선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기본 정책노선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 파격적인 협상을 하지 않는 한 병진노선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사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취임 이후 병진노선을 추진하면서도 핵 무장력 건설보다는 경제건설에 역점을 둔 것 같다.
내가 재작년 중국 외교부가 북경 조어대(댜오위타이)에서 주최한 6자회담 10주년을 기념하는 회의에 참석했을 때만 해도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는 경제를 강조하더라. ‘인민의 경제적 삶을 증진시키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사명이다. 그러나 핵이라고 하는 것은 조건이 맞으면 포기할 수도 있는 거다. 한반도 평화체제 만들고, 우리 최고존엄에 대한 위협과 우리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핵을 가질 이유가 어디 있느냐. 우리도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금년 1월 9일 북은 ‘미국이 한미연합 군사연습을 중단하면 핵 및 미사일 실험 중단은 물론 그 이상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중대 제안을 뉴욕 채널을 통해 미 국무부에 제안한 바 있는데 이를 10시간 만에 거부했다고 한다.
최고 존엄의 특별 지시에 의한 이 중대 제안을 그렇게 쉽게 거부할 수 있느냐는 게 북의 볼 멘 소리다. 그래서 나온 것이 미국에 연연할 필요 없이 우리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병진 정책이 더 합리화, 정당화 된 것이다. 사실 그 이후 뉴욕 채널을 통한 미국과의 대화도 중단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꽉 막힌 북미관계를 풀어줄 수 있는 것이 박근혜 정부 밖에 없는데... 박근혜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 5월초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인사가 북한이 상당한 수준으로 군사적 대비를 하고 있다고 전하더라.
■ 나는 1월 9일 제안 거부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거기 보면 핵실험 유예,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것도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 측에서 완전히 일방적으로 거절해버렸다.
그래서 우리나 미국이 북쪽의 메시지를 잘 살펴봐야 하는데... 미국의 거부를 일종의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전쟁준비라기 보다는 침략에 대한 대비, 군사훈련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남쪽에서는 1월 9일 제안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더라.
□ 미국이 전혀 협상할 생각이 없고, 우리 정부도 역시 비슷한 입장인 것이 아무래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 우선 제일 중요한 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지도자로 간주하지 않은 데서 문제가 생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문제가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기둥이 되는 최고존엄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도 미국이 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그런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내가 느낀 것은 그렇다.
방러 불발, “최고 존엄의 안위가 제일 큰 문제였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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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교수는 동북아 정세는 물론 북한 내부 상황까지 막힘 없이 답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태우 인턴기자] |
□ 김정은 제1위원장이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안 간 것도 의전문제가 컸을 것 같다.
■ 북쪽에서 간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는데 러시아 측에서 방문을 기정사실화 한 것에 대해 북이 매우 불쾌 했을 것이다. 특히 최고 존엄의 안위가 제일 큰 문제였을 거다.
□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10월 당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앞서 9월께 북중 정상회담을 할 것 같다. 어떻게 전망하나?
■ 중국에 자주 가는데, 그런 이야기도 들리더라.
□ 어찌됐든 현 단계에서는 북러관계가 있긴 하지만 북중관계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중관계에 대한 전망은?
■ 현재 북한 대외무역의 90%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유엔 중심의 제재 구도 하에서는 북의 대중 의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변경무역은 활발하지만 광물자원 가격이 계속 내려가서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타격일 것이다.
그리고 해외 노무자 송출을 해서 많은 이득을 봤는데 그것도 알고 보니까 사실 상하이 등에 있는 중국의 인력송출회사들을 통해서 했더라. 자꾸 국제적 압력이 들어오고 있지만 내가 볼 때는 계속 해나갈 것 같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정말 북한이 계륵이다.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달래서 자기편으로 만들기도 부담스럽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 지도부도 북한이 붕괴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북한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에게도 유리하다. 그래야 탈북자 숫자도 줄어들고 변경지역이 안정되는 면도 있다.
또한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계속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남중국해나 동중국해를 통해 중국을 옥죄어오면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 러시아와 공조체제를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핵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중 협력은 가능할 것이라 본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한 북중 협력관계는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갈 가능성은 적다고 보지만 북한도 4차 핵실험이 가져올 여러 가지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는 상당히 잘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9월 방중설도 있고 한데, 그 즈음 돼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중이 이루어지거나 설령 안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아주 노련한 외교를 하니까, 얼마든지 북한하고 교감을 갖고 움직여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 중국이 평양에 파견한 리진쥔 중국대사는 외교부 부부장을 하던 상당한 시니어다. 중국 외교부와 당에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북중 관계가 그렇게 쉽게 형해화 되거나 악화될 거라 보지 않는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희망 사항’일 뿐이지 그렇게 될 거라 보지는 않는다.
□ 일부 보도에서 중국 원유가 북한에 반입된 통계가 없다고 한다.
■ <동아일보>의 황일도 기자가 찾아내지 않았나. 작년 2월부터 9월까지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인데, 자세히 보니까 정제 석유의 대북 수출은 증대됐다는 것이다.
결국 작년에 북한의 정유시설에 문제가 있거나 이런 것들 때문에 소위 원유를 수입하는 것보다 비행기용 휘발유, 자동차용 휘발유 등의 정제된 석유가 북에 많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북한에 들어가는 석유는 거의 다 중국에서 들어가는데, 작년 2월부터 그런 식으로 감축이 됐다고 하면 지금 북한에서 어떻게 차량을 돌리고 비행훈련을 감당할 수 있겠나. 수치상 집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공급되고 있다고 본다.
만약 중국이 그런 식으로 석유공급을 완전히 차단했다면 엄청난 타격을 줘야 할 텐데 지금 그런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금 평양에만 택시가 600대 이상이 된다고 하고, 계속 군사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또 일단 유사시를 위해서 비축유도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과 인터뷰했는데, 북중 간에 중앙정부의 정치가 오고가는 레벨과 실제 지방정부나 민간 실물경제를 보면 북중간 거래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하더라.
■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라선쪽 사업이라는게 중국 훈춘하고 바로 직결되는 고속도로가 있고, 전력공급도 그쪽에서 받고 있다. 무산광산 같은 경우도 중국의 남평진 지역과 철도연결이 다 돼 있다.
나도 현지 가서 보고 느꼈던 것이지만 북한 경제가 이미 중국 동북3성 경제권에 통합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졌다. 중국 중앙정부가 반대한다면 그게 가능하겠나.
“‘제2의 페리 프로세스’ 같은 걸 한번 해보면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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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교수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측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 토론자로 나서기도 했다. 2012년 11월 23일 63빌딩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3주년 특별좌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문정인 교수. [자료사진 - 통일뉴스] |
□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취소했고, 얼마전 일본 아베 총리의 외교행보와 비교되면서 우리 외교부와 외교정책이 집중포화를 맞았다. 외교부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들까지 나왔다. 현 정부의 외교전략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 외교정책의 우선순위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대일본 견제 외교가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그것 가지고 정치권이 우리 정부를 탓할 건 없다.
그러면 우리 정부 입장에서 뭐가 제일 중요하냐? 남북한 관계 개선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거다. 그렇지 않나? 그것 때문에 우리가 강대국 외교도 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그런 인식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이번에 대통령이 미국 안 간 것 잘했다고 본다. 메르스 사태 해결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서 어떤 외교적 성과를 얻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에 미국 가서 오바마 대통령과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공조 외교를 강화한다’는 것으로는 외교적 성과라 할 수 없다. ‘망가진 축음기’ 소리를 반복할 거라면 미국 갈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일본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지지를 얻는다.’ 이 역시 새로운 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미국 가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2의 페리 프로세스’ 같은 걸 한번 해보면 어떠냐? 우리도 나서겠다” 이런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메르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가야 된다.
“지금 북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고 시간이 꼭 우리 편인 것 같지 않다. 이렇게 놔두다가는 북한의 핵무장력이라거나 탄도미사일 능력이 더 강화돼서 결국 우리의 제재.압박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해야 할 것 같다”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다면 방미를 고려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북이 우리의 진정성을 읽기 시작할 거고, 남북관계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도 얼마 안 남았지만 설득해서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북미관계 개선을 하는데 우리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 그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가 대북 핵외교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너무 안타깝다.
□ 지금 사드 문제가 현안이 돼 있다. 어려운 문제이기도 한데,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 기본적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남북한이 평화공존으로 간다면 사드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는 거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하나의 상수로 보는 데 있다. 우리 혼자 힘으로 북의 군사적 위협을 다룰 수 없고 한미동맹을 통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사드 문제가 제기 되는 것이다.
이것도 발상의 전환 문제다. ‘북한은 희망이 없다. 북한의 정책은 바꾸지 않을 것이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영구적이고 상존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갈 길은 유일하게 미국과 동맹을 강화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사드도 도입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남북관계를 더 어렵게 하고, 중국 또한 우리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악순환의 덧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드 문제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먼저 예방외교로 북한과 협상을 통해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사용하지 않게끔 만드는 게 국가의 책무다. 그것이 외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이 외교정책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
그 다음 이게 실패한다면 우리는 공세적 능력을 강화시켜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 그게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그것도 안돼서 최후의 수단, 차차선책으로 사드 미사일 도입을 고려 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드가 기술적 유용성이 있나? 어떻게 천개 이상 되는 북한의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3개 포대, 24개 요격 미사일로 막을 수 있겠나.
또한 사드 포대 한 대당 가격이 2조 원에 해당하는데 3개 포대가 들어오면 그것만 6조 원이 된다. 우리가 지금 차세대 전투기 F35 20대 들여오는데 8조 3천억 원이 든다. 우리 37조 원 밖에 안 되는 국방예산에서 20% 이상 쓰게 되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국가안보 이익에 도움이 될까?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병진노선을 정당화시켜 준다. 그리고 북한은 가만히 있겠나? 우리가 사드를 도입하면 사드를 피해갈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군비경쟁은 계속되는 거다.
중국도 분명히 우리가 사드를 들여오면 우리를 적대적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하고 각을 세워야 된다. 우리가 사드를 가져와서 얻을 게 뭐냐는 거다. 심리적으로 안도감을 부분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그러나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근거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사드의 대량 생산체제가 완성된 것도 아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지난 4월 한국에 와서 분명히 이야기했다. 지금 생산이 완결된 것도 아니니까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이걸 기정사실화하려는 우리 보수언론들과 보수인사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공화국 정부성명, “비공식 접촉 통해 잘 활용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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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인 교수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진심으로 촉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태우 인턴기자] |
□ 야당 쪽으로도 화살이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인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NLL 대응에서 보여준 모습이나 최근 천안함 관련 발언을 봤을 때 과연 야당이 외교안보통일 문제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지 의문이다. 문 교수도 야당 자문그룹에 속하지 않나?
■ 문재인 대표의 천안함 발언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정부의 발표를 믿고 싶지만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고 본다. 너무 서둘렀고, 북측의 공동조사 제의를 거부했는가 하면 반대 의견에 대한 경청과 해명이 부족했다.
나는 음모가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그런 하자점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가는 것은 특히 야당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 야당의 기본적인 문제점은 분명히 노선의 문제다. 중도적 정책을 지향하는 것은 좋은데 외교안보 정책에 중도가 어디 있나? 답이 나와 있지 않는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고 남북 간에 교류협력을 촉진하여 신뢰구축과 평화공존을 가져오고, 그 걸 바탕으로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의 중간단계인 남북연합을 통한 ‘사실상의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 그게 정답 아닌가. 그런데 이것과 자꾸 어긋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문제다.
□ 15일 북한이 공화국 정부성명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남북관계 전망은?
■ 상당히 어둡게 본다. 우선 8월 행사가 거의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 통일준비위에서 준비한 것들이 다 어려워질 수 있고, 우리만의 행사가 되어버릴 공산이 크다.
그 다음에 ‘을지프리덤 가디언 훈련’ 시작하게 되면 북쪽에서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고, 그러다가 9.9절 행사, 10월에 당창건 70주년 행사 과정에서 병진노선을 강조하면서 4차 핵실험으로 갈 위험도 있다. 물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다행히 6.15. 15주년을 맞아 북측이 공화국 성명 형식으로 남측과 대화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특히 ‘위임’에 의해 이를 발표한다는 표현을 보면 김정은 제 1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인 것 아닌가 한다.
우리 정부가 당국자 간의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 물론 전제 조건을 내 걸었지만 개의치 말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 국민 모두 피로증후군에 만연 된 것 같다. 좀 흥이 나는, 국민들 감흥이 저절로 생겨나는 그런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 열었으면 한다.
□ 전문가들은 북한이 먼저 인공위성을 쏘고, 유엔 제재결의가 나오면 이어 핵실험을 하는 수순을 예상하고 있다.
■ 악순환일 뿐이다. 대통령이 정말 역발상의 큰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가져와서 북한과 미국, 중국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외교적 상상력과 용기를 갖는 정책을 펴야만 반전이 될 텐데, 그게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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