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6.06 21:53
최종 업데이트 15.06.06 21:54
▲ 지난 5월 29일 폐쇄한 평택성모병원, 인적이 거의 없었다. | |
ⓒ 이민선 |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 확산에 대한 경기도민들 불안감은 거의 공포 수준이었다. 특히 메르스 진원지로 알려진 평택과 첫 사망자 발생지역인 화성 시민들 불안감은 심각했다. 이 불안감이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5일과 6일,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이고, 이 불안감이 지역경제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평택·화성·안산·안양을 찾았다. 아직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안양과 안산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화성·평택 시민들 못지 않았다.
평택, 8일 기준 유·초·중·고 휴업률 94.1%
▲ 인적이 없는 평택성모병원 앞 , 차들만 무심히 지나다니고 있다. | |
ⓒ 이민선 |
"이 사태 오래가면 영업을 접어야 할지도…. 매출이 50~70% 정도 떨어졌다."
메르스 진원지로 알려진 평택성모병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아무개(남, 40대)씨 말이다. 박씨는 이어 "원래 사람들 왕래가 드문 곳이었지만 (메르스 사태 이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한 것은 6일 오전 10시 30분께다. 거리에는 인적이 거의 없었다. 자동차만 무심한 듯 도로를 지나쳤는데, 운전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알려진 대로 병원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평택성모병원과 약 4km 떨어진 평택역 주변도 인적이 뜸했다. 번화가로 알려진 곳이다.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박씨는 "예전 같았으면 주말이라 꽤 북적거렸을 거리"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일 현재 33명이 이 병원에서 감염됐으며 이곳에서 감염돼 사망한 사람은 4일 사망한 76세 남성을 포함해 현재까지 3명이다. 이 병원은 지난 29일 폐쇄됐다. 보건복지부는 확진자 30명과 사망자 2명이 나온 뒤인 지난 5일에야 이 병원 이름을 공개하며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이 지역 시민들 불안감이 높다는 것은 휴업한 학교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는 8일(월) 휴업하기로 한 학교는 전체 154개 유·초·중·고 중 145개 학교로 휴업률이 94.1%에 이른다.
화성 동탄, 대형 쇼핑센터 매장 썰렁 주차장은 한가
▲ 화성 동탄 Y초등학교, 텅 빈 운동장 | |
ⓒ 이민선 |
▲ 화성 동탄 H병원 부근 텅빈 거리 | |
ⓒ 이민선 |
메르스로 인한 최초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H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5일 오후다. 병원 문은 열려 있었지만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환자복을 입고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병원이 폐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원 인근은 대형 쇼핑센터까지 있어 꽤 번화해 보이는 거리였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말 붙일 사람 찾기도 힘이 들 정도였다. 병원 앞 대형쇼핑센터 매장은 썰렁했고 주차장은 한가했다. 손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매장 직원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후 손님이 50% 이상 줄었다고 한다.
병원 인근 Y초등학교 운동장은 텅 비어있었다. 휴업 중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지난 3일부터 휴업에 돌입했다. 원하는 학생은 학교에 와도 되지만 불안함 때문인지 학교에 오는 아이가 아무도 없다고 한다. 화성·오산 휴업률도 73.1%로 무척 높은 편이다. 8일, 전체 253개 학교 중 185개 학교가 휴업에 들어간다.
"불안하다, 3일째 밖에 나가지 않고 있다. 잠깐 나갈 때도 마스크를 꼭 쓴다. 아파트 놀이터에도 사람이 없다."
화성 동탄 주민 이아무개(여, 40대 주부)씨가 5일 오후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말을 붙일 사람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지인 소개를 받아 동탄 주민과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메르스 확진 공포 때문에 한의원 환자 수도 줄어
▲ 휴업을 한 안산 A 초등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의 큰 줄넘기 놀이. 학교에 올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 |
ⓒ 이민선 |
▲ 휴업 연장공고, 화성 동탄 Y초등학교 | |
ⓒ 이민선 |
안산과 안양은 아직 확진 자가 나타나지 않은 비교적 평온한 지역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화성·평택 못지않았다.
5일 오전, 이날부터 휴업을 하는 안산 A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운동장과 교실은 텅 비어 있었지만, 학교 뒤편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어우러진 긴 줄넘기 놀이가 한창이었다. 휴업은 하고 있지만 부모의 맞벌이 등으로 학교에 올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한 '돌봄 교실'은 운영하고 있었다.
'메르스 확진자도 없는데 왜 휴업을 한 것일까?'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 불안감이 너무 커서"라고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이어 "집단공포가 메르스 보다 더 무서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안산은 6개 초등학교가 8일부터 휴업을 하기로 했다. 휴업률은 3.5%로 낮은 편이다.
안양은 경기 중·남부에서 거의 유일하게 학교 휴업을 결정하지 않은 곳이다. 그렇다고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5일 오후 안양 만안구에 있는 D 한의원에 들러 환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조아무개 한의사는 "환자 수가 30% 정도 줄었다"며 그 이유를 '사람 모이는 곳을 피하려하기 때문'이라 추측했다. 이어 "(불안감 때문인지) 환자들이 메르스에 대해서 많이 묻는다"라고 말했다.
전체 메르스 확진자는 6일 기준 50명이다. 경기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50명 중 약 32명이 경기도에 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민이 느끼는 불안감이 다른 시·도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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