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기자
"우리는 혹독한 겨울 밤낮으로 싸워 검찰 독재와 친위 쿠데타를 진압했다. 절대로 윤석열·김건희와 그 잔당들이 설쳤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저 무도한 내란 무리의 회귀를 다시는 용납할 수 없다. 내란 잔당에게 대선 승리를 주문하는 내란수괴를 보라. 우리는 국민에게 총을 겨눈 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저들은 민주정치의 한쪽 날개가 아니다. 배려의 대상이 아니다. 법치와 민주주의를 총으로 사살하려고 한 민주공화국의 적이다." (배우 현서영 씨의 격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5일 오후 4시 서울시 중구 시청역에서 '민주 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134차 촛불대행진'을 열고 "애국세력 총단결로 민주정부 건설하자!"고 외쳤다. 지난 4일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 두번째 촛불문화제다. 개최 측 추산 5000명의 촛불 시민이 참여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파면으로 1박 2일 콘서트를 하기로 해서 이틀 연속하고 있다"며 "통돼지구이, 떡볶이 2000인분, 김밥 400줄이 준비됐다. 식사도 하고 촛불 대행진도 하자. 윤석열 파면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촛불 시민들은 전날 있었던 '윤석열 파면'의 감격을 잊지 못한 표정이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모두 활짝 웃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첫 발언자로 나서 촛불 시민들에게 미소 가득한 얼굴로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이런 시민들과 함께 정치를 한다는 것에 정말 행복하다"며 "여러분 앞에서 많이 부족한 것을 느꼈다. 어떤 공직자가 여러분들 앞에 낯을 들 수 있으며 어떤 헌법재판관이 여러분을 외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추 의원은 "지위가 높을수록 책임이 두꺼워야 한다"며 "애국 시민은 밤을 새며 파면을 기다렸는데 좋은 학교에 다니고 지위가 높은 공직자의 책임은 얄팍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헌법의 주인공"이라고 전하며 촛불행동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추 의원은 "이제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위대한 시민이 만들어 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겠다.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부터 윤석열의 불법적 행위를 지적하고 말했다. 결국 그가 영구적인 독재 왕국을 만들기 위해 12·3 내란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윤석열과 김건희가 벌인 범죄 행위를 밝히고 제2의 윤석열이 나타나지 않게 만들자. 개혁이 민생이며 정의다. 촛불행동이 개혁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이 있었다. 이들은 "원래 노래 제목이 '촛불이 이긴다'인데 '촛불이 이겼다'로 개사해서 노래 부르겠다"며 노래를 시작했다. 촛불 시민은 신나는 노래 가사에 맞춰 따라 함께 노래불렀다.
123일 간의 대장정에 시민들의 소회는 남달랐다. 대학생 최수진 씨는 "길고 길었던 싸움에서 우리는 끝내 승리했다"며 "윤석열 집권 3년은 지옥이었다. 경제, 민생, 외교 등 모든 게 파탄났다. 비상식적인 내란은 너무 처참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위대한 촛불 시민들의 힘으로 윤석열이 파면됐다"며 "이제 내란 주범과 내란 가담자를 모두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감히 국민에게 총을 겨눈 내란은 절대 용서받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촛불행동과 함께했던 극단 '경험과상상'의 공연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 3년간 촛불은 계속 전진했고 승리하는 기적의 역사를 만들었다"며 "쉬지 않을 것이다. 민주 정부 건설을 위한 항쟁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 이번에도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외쳤다.
윤석열은 정권 내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거부했다. 유가족들은 가족과 친구 등을 잃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거리에 나와 '윤석열 파면'을 외쳐야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윤석열의 파면을 '대한민국은 죽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조 씨는 "드디어 윤석열이 파면됐다"며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작년부터 촛불집회에 나오면서 한겨울 키세스 담요를 밤새 덮고 있다가 독감에 걸린 적도 있다. 이제는 이런 일이 미소로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조 씨는 "윤석열은 파면 후 형사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10·29 이태원 참사와 채 해병 사망 책임을 추가해 사면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야 진정한 처벌"이라고 했다. 이어 "어제 파면 소식을 들은 뒤 집에 와서 아들이 이태원 참사에 입었던 찢긴 셔츠를 안고 통곡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아이들의 죽음 이후에도 희생자의 인권을 유린했다. 내가 윤석열을 감옥에 넣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울분을 토했다.
촛불행동은 집회 막판 윤석열 파면 선고 영상을 틀었다. 촛불 시민들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하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바로 이어 백금렬 촛불밴드는 "민주 시민과 함께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대동 한마당'을 진행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18차 범시민 대행진'을 진행했다. 첫 발언을 한 비상행동 박석운 대표는 "늦게나마 헌재에서 윤석열 파면이 결정나서 다행"이라며 "이 모든 게 빛의 광장에서 국민 주권을 실현한 주권자 시민들 덕분"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박 대표는 "윤석열이 헌법을 위반했는지 판단하기 너무 단순한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에도 파면 결정이 지연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은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30일 이내 국민투표로 하는 등 근본적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정권교체, 내란 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과제 완수라는 과제가 우리 앞에 남아있다. 내란 동조와 선전 선동한 국민의힘을 해산시키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행동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역시 윤석열 파면에 기쁨을 만끽했다. 김동휘 씨는 "광장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새롭게 쓰일 것이다. 우리 모두 함께 투쟁해 나가자"고 말했다.
박나혜 씨는 "어제 문 재판관의 말을 듣고 눈물이 터졌다"며 "그다음 내용이 무엇인지 직감했다. 지금까지 함께한 민주 시민의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 집, 회사, 광장에서 함께했던 마음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헌법의 적을 헌법으로 물리친 헌재와 민주주의의 적을 민주주의로 물리쳐 준 자랑스런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이것이 민심이고 헌법 정신이다. 이것을 증명해 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제 윤석열은 감옥에서 내란정당 국민의힘은 역사 속에서 보내야 하지 않겠냐"며 "내란 선동과 내란 부역자는 결코 용서하면 안된다. 내란 정당은 대선에 참여하지 마라. 우리가 그들을 단죄하지 않으면 그들이 우리를 단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들은 이제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합하고 있다. 시민 진은선 씨는 "우리는 차별과 불평등을 뚫고 이 시대가 가진 불안을 이긴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새롭게 만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제 차별과 혐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안주현 씨는 "지난 4달을 견뎌낸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계엄 직후 집회에 나와 광장의 사람들과 함께했을 때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젠 내란 세력 척결 등의 과정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행동 심규협 사무국장은 123일 동안 집회를 준비하며 느낀 소감을 말했다. 그는 "윤석열이 파면되는 순간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이 생각났다"며 "무대 뒷편에서 철야의 어려움을 이겨낸 스텝과 1000명의 자원봉사자, 비상행동 활동가, 문화 예술인 분들이 있어서 이 모든 일이 가능했다. 그리고 광장을 채워준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시민들은 "내란 정당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구속하라" "우리가 내란을 끝장내자" "주권자 국민이 승리했다"고 구호를 외쳤다.
야 8당의 대표들은 모두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완벽한 내란 종식'을 다짐을 했다. 민주당 김현정 대외협력위원장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며 "민생, 경제, 평화, 연대가 회복되고 사회대개혁을 통해 대한민국을 완성하는 것이 진정한 내란 종식"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권한대행은 "국민이 이겼고 민주주의가 이겼다"며 "조국혁신당은 내란 전모를 파헤치고 공범을 끝까지 추적해 법과 역사 앞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진보당 김재현 대표는 "이제 내란 세력의 100년 권력을 완전히 회수할 때"라며 "남태령과 한강진 등에서 밤을 빛냈던 우리의 꿈들을 광장의 힘으로 다시 실현할 때"라고 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이제 국민적 통합으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내란을 선동하고 옹호하기까지 한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낼 자격이 있느냐. 절대 아니다. 국민통합은 묻어두고 가자는 것이 아닌, 민주주의를 위해 새로운 원칙을 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광장의 힘을 우리는 확인했다"며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두 권력자를 내려오게 했다. 이제 어깨를 피고 당당히 오늘을 즐기자"고 전했다. 노동당 정상천 사무총장은 "윤석열이 없는 나라, 차별 금지법이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를 위한 대행진을 시작하자"고 했다.
녹색당 이상현 대표는 "윤석열이 없는 나라에서 새 아침을 맞았다"며 "잡았던 손을 꼭 쥐고 광장을 열자. 정의로운 전환을 맞이하자"고 다짐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4달 동안 우리는 광장에서 함께했다. 이제 파면을 넘어 차별없는 사회 대개혁의 대장정에 함께 나섭시다"고 전했다.
비상행동은 △124일간 67차례 집회시위 △시민 행진 총 60회 약 145km △매주 토요일 18차례 범시민 대행진 △두 차례 남태령 대첩 △긴급집중행동 집회시위 △24시간 철야 집중 행동 △끝장 대회 등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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