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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24일 목요일

38노스 "신중산층 갖춘 북한…한국 대통령엔 큰 도전"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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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 입력 2025.04.24 14:10

  • 수정 2025.04.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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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내수 확대로 외부 의존 줄어"

이재명 돼도 관계 개선 쉽지 않아

"북, 러·중 지원에 대담"…윤석열 '자초'

지정학 변화, 서울보다 평양 유리

한국, 관세·미군 '동맹 스트레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새로운 북한'(a New North Korea)과 정면으로 마주칠 것이다. 지역과 글로벌 지정학에서 높아진 전략적 입지와 달라진 대남 자세, 그리고 외부 압력들에 그 어느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회복력 있는 국내 상황, 이 모두를 지닌 북한 말이다."

북한이 평양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평양 TV타워(평양텔레비죤탑) 전망대가 리모델링된 모습을 공개 했다. 조선중앙TV가 17일 방영한 '공민의 신성한 의무, 최대의 애국' 제목의 편집물에서 각진 원통형에서 구체형으로 디자인이 변경된 전망대가 확인됐다. [조선중앙TV 화면] 2025.4.17 연합뉴스

38노스 "신중산층 갖춘 새 북한"

한국 차기 대통령엔 큰 도전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뤼디거 프랑크(동아시아 경제·사회) 교수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22일 자 기고를 통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에 따른 6·3 조기 대선에서 "여론조사와 정치분석 상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도자 이재명이 확실한 선두 주자이며, 지금으로선 승리할 게 틀림이 없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기고의 제목은 '새로운 북한: 지정학적 이점과 커가는 중산층 번영은 어떻게 차기 한국 대통령에 도전이 될 것인가'다.

먼저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글로벌 지정학의 격변을 거론했다. 프랑크 교수는 다음 10년의 국제 질서를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를 떠올리는 '다극적 무질서'(multipolar anarchy)로 규정했다. 지역의 질서와 글로벌 무질서가 공존하는 '다극적 무질서'는 하나의 안정적 위계나 지배적 패권국이 없고, 전통적 강대국과 지역 중강국, 비국가 기구 등 다수의 행위자가 전략적 경쟁을 펼치는 과도기를 말한다. 이는 특히 남·북한과 같이 1945년 이후 정부가 수립된 국가에겐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0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은 투표 결과 발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4.20 연합뉴스

"북한, 러·중 지지 재개로 대담"

북한 입지 강화 '윤석열 자초'

프랑크 교수는 "현재 남·북한은 쇠퇴하는 구 패권국들, 부상하는 신흥 강국들, 균형의 변화, 규칙의 변경 등 150년 전 조선 왕국 상황을 연상시키는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며 "동맹관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짐에 따라 국가의 힘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략적 입지는 높아졌지만, 남한은 이중적 도전에 직면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다소 역설적이지만, 북한은 이런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준비가 더 잘돼 있는 듯하다. 뭣보다 오랜 자립경제 추진 덕분이다. 북한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낮고 공식적인 군사동맹이 없으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양은 국제적 반대 세력이 조용히 스러지고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지지가 재개되면서 대담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그는 특히 러시아와의 군사적·경제적 밀착이 북한의 지정학적 입지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북 봉쇄 일변도의 정책을 폈던 윤석열이 '북한의 오늘'을 만들어준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고등교육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말하고 있다. 2025. 04 23 [AFP=연합뉴스]

"서울, 여러 구조적 위협 직면"

관세·미군 등 '동맹 스트레스'

반면, 남한에는 한미동맹 등 전통적 동맹 구조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프랑크는 "서울은 여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 △ 인구 감소 △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가능성 △ 미국 관세로 인한 수출지향 경제모델의 위기 등 "구조적" 위협을 거론했다. 그는 "이런 여건에서 한국은 더 긴밀하게 협력하자는 중국의 제안을 거절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핵무장 리스크도 경고했다. 그는 "만약 새 대통령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거나 NPT에서 철수하면서까지 핵무기를 추구해 더 큰 전략적 독립을 구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역내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 평양 시내 '뉴타운' 지구 중 하나인 화성지구 3단계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며 인민 생활 챙기기 행보를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화성지구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전날 성대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 테이프를 직접 끊은 뒤 새 살림집에서 살게 될 근로자와 노인,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 참여하는 군대와 사회의 노력 혁신자를 만나 격려했다. 2025.4.16 연합뉴스

북한에 구매력 갖춘 '신중산층'

기업가·무역업자·전문직 종사자

프랑크에 따르면, 이렇듯 북한의 지정학적 입지가 개선된 것과 발맞춰 국내의 회복력도 많이 강화됐다. 이제 북한은 경제적 생존을 위해 과거처럼 적대국들과의 협력에 의존할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전면적 개혁은 못 했지만,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경제는 탈바꿈했다. 제한적인 시장개혁과 비공식 시장 증가, 북한 정권의 실용적 적응 등에 힘입어 상품과 서비스 수요를 일정하게 떠받칠 수 있는 '신중산층'이 탄생했다.

그는 "이제 상당한 정도의 구매력이 엘리트들에서 뿐 아니라, 커지는 다양한 중산층 내에서도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신중산층'은 국무원, 당, 군 등 국가 소속 관리들로 이뤄진 1990년대의 '구중산층'과는 달리, 기업가와 무역업자, 교육받은 전문직들이다. 운송업에서 소매업에 이르는 벤처들에 투자하면서 제한적인 민간 영역을 활용하고, 이들의 영향력은 국가 승인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프랑크는 "군사독재 시절 남한에서 국가-재벌 관계를 연상케 하는 (북한) 정권과의 공생 관계를 보여준다"라고 풀이했다.

북한이 '뜻깊은 4월의 명절'을 맞아 수도 평양에서 '봄철피복전시회-2025'가 지난 11일 개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경공업성, 봉화무역국, 평양시를 비롯한 전국 160여 개 단위에서 만든 20여 종에 2만 7,000여 점의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민족의상 등이 전시됐다. 2025.4.12 연합뉴스

민간에서 국가 프로젝트까지

"남한의 국가-재벌 공생 연상"

신중산층은 지난 몇 년간 쇼핑몰과 커피숍, 레저 시설이 들어선 도심지들에서 점점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기자전거 보유 확대뿐 아니라, 교육·보건·레저 관련 개인 소비도 뚜렷하게 증가했다. 개인 과외, 미용실, 오락시설의 확산이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또한 휴대전화 가입자가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약 7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며 현재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사용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현금이 주 결제 수단이다.

프랑크는 또한 2023년 말 대폭적 임금 인상 이후 중간 매니저급은 월 8만~12만 원을 벌었으며, 가처분 소득이 크게 늘면서 북한 주민은 국가 지원의 소극적 수령자에서 능동적인 소비자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유동성이 인플레 압력 등 리스크를 촉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 기회의 부정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불만을 조성할 수 있다고 봤다. 김정은 정권이 마식령 스키 리조트와 양덕 온천 리조트를 건설하고 곧 오픈할 원산-갈마 비치 리조트도 중산층의 레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화성지구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딸 주애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5.4.16 연합뉴스

"내수 확대로 외부 의존 줄어

정치적 위험 감수하지 않는다"

북한의 내수 시장이 확대되면서 외부 투자 의존도 줄었다. 프랑크는 "외국의 관여는 여전히 환영하지만,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정치적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는 확실히 줄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 남북 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공동 체육 및 문화 행사 등의 "소프트"한 교류가 있었고, 그 바탕 위에서 관광, 무역, 인도적 지원, 합작 투자, 인프라 프로젝트 등 남북경협도 활발했지만, 이제 북한의 달라진 자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30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기반으로 한 과거 김일성, 김정일의 통일 노선을 폐기하고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걸었고 작년 10월 15일 남북의 혈맥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와 도로를 폭파하고 "세기를 이어 끈질기게 이어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랐다"고 말했다.

북한의 참가로 '평화올림픽'이 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주요 장면. 가운데는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남북 선수단. 위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아래 사진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다. 2018.2.25. 연합뉴스

"지정학 변화, 북한에는 혜택,

남한에는 입지 약화 위협해"

한국이 마주친 이중의 도전도 다뤘다. 프랑크 교수는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는 북한에는 (국제사회의) 제재 약화와 중국·러시아의 지원 확대로 혜택을 주는 데 반해, 남한에는 입지 약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중산층의 구매력 증가에 따라 북한의 외부 경협에 대한 의존과 위험한 인적 교류 수용 의지는 더 줄어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프랑크는 "새 한국 대통령은 비록 대북 포용 정책을 지지한다고 해도, 지금은 적극적 대북 정책을 펼 때가 아니라고 결론짓고 남북관계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한편, 프랑크 교수는 1991~92년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한 학기 언어연수를 받은 이후 연구자로서 북한을 자주 방문했으며, 2011년부터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일했고 추후 '글로벌 어젠다 한국 협의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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