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없이 결정된 한반도의 운명 – ‘원 씨어터’가 말하는 것
- 한경준 기자
- 승인 2025.04.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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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일본의 '전역 통합(원 씨어터, One Theater)' 구상이 커다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일본 방위상이 미국 국방장관에게 한반도,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독립된 작전과 지휘가 가능한 전쟁 공간)로 묶자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안보의 자주성과 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4월 15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지난 3월 30일 도쿄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지고, 한국·일본·미국·호주·필리핀을 하나의 '전역(theater)'으로 간주해 군사 협력을 심화하자는 구상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원 씨어터' 전략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제안을 환영했으며, 이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이 구상을 거론하며 한미일 및 역내 국가 간 연계를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한반도에는 OPLAN 5015, 남중국해는 항행의 자유 작전 등 각각의 작전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일본의 ‘원 씨어터’ 구상이 실현된다면 인도·태평양은 통합된 작전계획에 따르게 된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군사 주권을 잃고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통합 지휘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일본 측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는 “미일 간 장관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할 입장은 아니며, 미측으로부터도 관련 입장을 전달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추가로 확인해 보겠다"며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또한,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 대만해협, 일본 등을 별개의 전구로 간주해 왔으나, 원 씨어터 구상이 현실화 될 경우 중국을 둘러싼 갈등에 주한미군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는 한국을 중국과의 전면 충돌 가능성이 있는 대만·남중국해 전선에 포함시키는 심각한 외교·안보적 사안이다.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를 넘어 중국 전쟁에 동원되면 한국도 ‘교전국’이 된다. 국민의 생명과 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포함하지 않고 주권을 침해하는 논의를 진행한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미일 간 장관 회담 내용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라는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사실상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주권을 내팽개친 행위다. 주권 없는 안보는 허상일 뿐이며, 한국은 그 허상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경준 기자 han99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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