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한국옵티칼지회 노동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500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가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을 찾았다. 희망버스에 참가한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고공농성 500일이 오기 전에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 기획단',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6일 오후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희망버스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12개 지역에서 20여대 버스를 타고 온 1천여명(주최측 추산)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참여했다.
앞서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인 박정혜 옵티칼지회 수석부지회장, 소현숙 조직부장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해 1월 8일 한국옵티칼 공장 건물 옥상에 올라 이날로 475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옵티칼은 일본계 다국적 기업 니토덴코의 자회사로, 지난 2003년 구미4국가산단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입주해 각종 세제지원 혜택 등을 받아왔다. 그러다 지난 2022년 10월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 뒤 공장 청산을 통보했다.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에서 생산하던 LCD 편광필름 물량을 또 다른 한국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옮겨 생산을 계속하고 있지만, 구미의 한국옵티칼 노동자의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금속노조 옵티칼지회는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두 사람의 고공농성이 500일을 맞기 전에 니토덴코의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는 5월 21일이면 옵티칼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500일을 맞이하게 된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국옵티칼 본사인 니토덴코를 향해 "너희는 화재를 핑계로 모든 걸 다 버리고 갔다. 한순간에 쓸모없어지고 버려진 것들 가운데 우리 청춘이 있고 삶이 있고 노동이 있다"면서 "너희는 우릴 너무 간단하게 버렸지만, 우리마저 우릴 버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475일 세상에 모든 것들과 사투를 했다"면서 "너희의 탐욕보다 소중한 건 우리의 자존이다. 너희의 이윤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고공의 동지들이 땅을 딛는 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니코덴코는 평택 공장에서 80명의 노동자를 다시 뽑았다"면서 "그럼에도 한국옵티칼 7명의 동지들을 고용승계를 못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는 노조에 대한 혐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한 명의 조합원도 포기하지 않겠다. 고용승계가 되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박근혜를 몰아냈지만 노동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우리의 후회와 평가를 다시 하지 말자고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과정에서 결의했다"며 "고공과 거리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그 첫 출발"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120만 조합원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서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나서자"고 강조했다.
26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연대 호소한 고공농성 노동자들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연대해 달라"
이날 집회에는 한국옵티칼 노동자 외에 다른 곳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도 연대를 호소했다.
서울 세종호텔 앞 도로 구조물에서 이날로 73일간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민주노총이 모아서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곧 새롭게 들어설 정권에 또다시 경제 위기를 들먹이며 반복적인 반노동 행태를 보이기 전에 조직, 노동의 힘으로 온전한 노동 3권 쟁취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조직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한화 본사 앞 철탑에서 43일째 고공농성 중인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도 영상을 통해 "민주노총 120만 동지들이 함께한다면 박정혜, 소현숙 동지를 반드시 땅을 밟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0만이 모여 윤석열을 끌어내렸다.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나선다면 비정규직 철폐도 가능하다"고 연대를 강조했다.
고공농성 중인 옵티칼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연대에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연대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동지들 덕분에 우리가 버틸 수 있었고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면서 "연대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걸 이 고공에서 매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싸움은 결코 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노동자의 존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우리의 싸움이며 우리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소현숙 조직부장도 "니토덴코와의 투쟁은 동지들의 연대가 아니었다면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옵티칼 노동자는 아직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희망이 존재하는 한 동지들과 함께 같이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동지들과 함께 희망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현한 옵티칼지회 지회장은 "우리 7명의 고용승계 투쟁은 이제 동지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투쟁"이라며 "함께 싸워서 반드시 500일이 되기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는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투쟁이 지속된다면 500일 이후의 투쟁은 실제로 교섭 테이블이 열리는 투쟁으로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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