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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강산 기자
- 승인 2025.04.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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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에 대한 위협
중국을 손절하라는 강요된 선택
산업 협력의 단기 이익 vs 장기 리스크
광범위한 통상 여파

2023년 미국 해군정보국(ONI)의 평가에 따르면 중국의 조선 능력은 미국의 230배에 달하며, 이는 중국의 대형 국영 조선소 하나의 연간 생산 능력이 미국 전체 조선소를 합친 것보다 많다는 평가와 직결된다.
이 같은 배경에서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 행정명령은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고 중국의 해양 패권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는 △외국 화물에 대한 항만 유지비와 추가 10% 수수료 부과 △중국산 선박 및 항만 장비에 대한 관세 부과 △미국 내 조선 산업에 대한 투자 장려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조치는 세계적인 조선 강국인 한국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양국 간 무역을 긴장시키고, 한국의 LNG 수입에 차질을 주며, 한국을 미·중 사이의 난처한 전략적 선택의 기로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 조선업에 대한 위협
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한국 조선업은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이다.
이번 행정명령이 예고한 정박 수수료는 중국산 선박을 보유한 해운업체를 겨냥한 것으로, 한국 해운사에도 간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전 세계 선박의 약 90%는 적어도 한 척 이상의 중국산 선박을 포함하거나 중국 조선소에 발주된 이력이 있어, 한국 선사들이 운영하는 선대도 대부분 이 수수료 대상에 포함된다.
해운 및 물류 업계에서 혼란이 일자 미국은 중국산 선박 대신 총톤수(tonnage) 기반 수수료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불확실성만으로도 이미 해운 물류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수출 기업들은 미국향 물량에 대해 선적 확보와 운임 견적조차 어렵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현상은 일본, 태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을 손절하라는 강요된 선택
이번 행정명령은 동맹국들에게 중국 조선소 의존도를 줄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해운업계 상당 부분을 비롯해 대만 최대 해운사인 에버그린 마린 등 적잖은 회사들은 중국 조선소를 기반으로 선박을 조달한다.
미국은 해당 조선소들이 상업 선박뿐 아니라 중국 해군의 군함도 생산하는 이중용도 시설이기에 안보 위협이 된다는 구실로 대중국 조선업 제재를 강요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미국의 요구에 순응해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 조선소를 포기하느냐, 아니면 미국의 일방향적 요구에 저항하느냐는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미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중국 조선 발주를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의 원가 부담 증가로 직결될 전망이다.
산업 협력의 단기 이익 vs 장기 리스크
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방산업체들과 군함 공동 제작 협약을 맺으며 방위 산업 협력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이 같은 협력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행정명령을 통해 상업 및 군사 조선 능력, 부품 공급망, 선박 수리 및 해양 운송 능력 등 조선 산업 기반 강화를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협력이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조선업 자립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 조선사와의 협력이 언제든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한국 조선 산업은 기술 유출 등을 통해 몰락한 미 조선 산업을 위한 불쏘시개로 사용된 뒤 버려질 거란 전망이 농후하다.
또한 미국 해군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 자체가 중국의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이를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며, 한국에 대해 무역 보복 또는 중국 조선소 접근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광범위한 통상 여파
이번 행정명령은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트럼프의 1차 임기 당시 무역전쟁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한국 수출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이번에도 유사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물류비 상승과 선복 확보 비용 증가로 인한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역시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미국은 이번 정책을 중국 견제를 위한 필요 조치로 보고 있지만, 한국은 조선 산업 불안, 에너지 무역 차질, 지정학적 압박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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