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41,265

2025년 4월 3일 목요일

윤석열 탄핵 운명의 날, 핵심 쟁점만 봐도 ‘파면’ 외 다른 결론 없다

 


박근혜 선고 당시 헌재가 밝힌 파면 기준, 윤석열도 피해가기 힘들 듯

발행 2025-04-03 16:11:2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5.2.13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부가 결정될 운명의 날이 이제 만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 군을 동원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대통령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인지, 그런 대통령에 맞서 장장 4개월간 광장에서 싸워 온 시민들에게 일상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할 중요한 순간이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이후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과 11차례의 변론기일을 거쳤다. 지난 2월 25일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도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기간 평의를 이어왔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 수호 기관’인 헌재가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단호한 판단을 내리는 일뿐이다.

    윤석열 측 절차상 문제 제기에 대한 답도 내놓을 듯
    과거 사례는 헌법·법률 위반과 위반의 중대성 밝힌 뒤, 파면 선고


    헌재는 국회가 탄핵 사유로 정리한 쟁점을 두고 윤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 위반이 있었다면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지 등을 판단한다. 윤 대통령 측이 문제제기한 탄핵심판에 대한 절차에 대한 답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시에는 재판장인 헌재소장이 탄핵심판 경과 및 소회를 밝힌 뒤, 피청구인 측의 절차상 흠결 주장에 대한 결론을 우선 밝혔다. 이후 각 탄핵 사유에 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반이 있었는지와 그 중대성을 판단한 뒤, 대통령 파면 여부를 선고하는 순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행위 ▲국회 봉쇄 및 침입 행위 ▲포고령 1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입 행위 ▲법관 체포, 구금 지시 등 5가지로 압축됐다. 이 중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위법성이 인정되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다. 8명의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인용 의견을 내야 한다.



    그간 선고기일 지정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려 파면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문형배·이미선 두 명의 재판관 임기 이후를 대비한 조치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선고일 지정이 더 늦어지지는 않으면서 ‘인용’으로 의견이 모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상계엄 이유로 든 부정선거 증거·증인 신청 대부분 기각
    재판부가 직권으로 부른 증인도 ‘의원 끌어내라’ 증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 2월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2025.02.25 ⓒ뉴시스
    윤 대통령 측은 변론 과정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주된 시간을 할애했다.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일 때에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는 게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 야당을 향한 맹목적인 비방도 반복적으로 동원됐다. 급기야 윤 대통령 측은 변론 막판까지 부정선거와 관련 증인과 증거를 무더기로 신청했지만, 재판관들은 평의 결과 만장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주장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견해를 일찌감치 내비친 셈이다.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국회에 대한 봉쇄 및 침입 행위, 이와 연관된 정치활동 금지 내용을 담은 포고령 1호 역시 윤 대통령 측이 집중적으로 항변한 쟁점이었다. 헌재에 출석한 윤 대통령이 격앙된 모습을 보인 때도 이 대목에서였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하자, 윤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해서도 여러 차례 사용한 ‘인원’이라는 표현을 자신은 써 본 적이 없다며 앞뒤 안 맞는 변명을 늘어놨다. 윤 대통령 측 역시 객관적인 증거도 없이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오염됐다며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트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시를 들은 건 곽 전 사령관만이 아니었다. 재판부가 유일하게 직권으로 부른 증인인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은 자신의 상관인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번에도 흥분하며 ‘허위 진술’이라며 마구잡이식 공세를 폈지만, 조 단장은 “제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제 부하들은 다 알고 있다”며 “저는 그때 제가 했던 역할들을 진술할 뿐”이라고 의연하게 반박했다. 헌재는 이 같은 조 단장의 주장이 담긴 진술서 조서 등도 증거로 채택했다.




    불리한 증언과 진술이 속속 드러나자, 피의자신문조사의 증거능력을 여러 차례 문제 삼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의 반복되는 항의에,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직접 재판관들의 평의 결과를 설명하며 일축하기도 했다. 탄핵심판은 일반 형사재판이 아닌 헌법재판이며, 헌법재판소법과 앞선 탄핵 사건에서도 일관되게 적용한 기준이기 때문에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게 최종 결론이었다. 

    수사 불응하고, 진솔한 사과도 않는 대통령
    헌법 수호 의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나


    12.3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은 비교적 명확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관건은 중대성이다. 헌재는 헌법이나 법률 위반의 행위가 있더라도, 그 정도가 파면에 이를 정도여야 탄핵을 인용한다. 앞선 대통령 탄핵심판을 보면, 그 척도는 헌법 수호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느냐와 국민 신임 배반 여부였다.


    박근혜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대통령이 위헌·위법적인 행위를 숨기고,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부인하면서 헌법기관에 대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로 참모진들이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음을 지적했다. 수사 불응과 압수수색 거부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사안을 종합해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보인 일련의 행위 역시 이와 닮았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직후 대국민 담화에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내내 불응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헌정사상 첫 대통령 체포라는 불명예를 자초했다.

    대통령이 느닷없이 선포한 비상계엄으로 경제, 외교 등 사회 전 분야가 타격을 입었음에도 국민을 향한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최후 변론에서도 사상 초유의 사법부 테러를 자행한 자신의 지지자에게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말할 뿐이었다.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