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미국이 북한을 불량정권이라고 부르는 이유와 그 부당성을 지적한다 –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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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국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북한을 가리켜 ‘불량국가’(rogue state)라고 부르며 도발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월 6일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이 주최한 ‘국방전략’(NDS) 관련 행사 기조연설에 이어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다. 지난해 12월 미 외교협회(CFR) 연설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다. 지난해 8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두 번 그 말을 썼다,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게서 엄중 경고를 들었다.
저들은 “미국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고 그 다음은 이란이나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들”(에스퍼 SAIS 회의 연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란이나 북한은 왜 ‘불량’할까? 에스퍼는 지난해 말 CFR 연설에서 “그들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지금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며 “그것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 핵무기와 ICBM을 가진 나라는 모두 ‘불량’할까?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가리켜 ‘최대 위협’이라고 공언하면서도 ‘불량’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란이나 북한이, 특히 북한이 미국에 ‘불량’한 이유는 핵무기와 ICBM을 갖고 러시아 및 중국과 같은 ‘핵강국’ 반열에 올라 감히 미국과 맞서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면 핵강국이 되려는 나라들이 ‘불량’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이들은 ‘불량’하지 않다. 미국이 이들을 적대시하지 않고 이들 역시 미국에 맞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이 ‘불량’한 이유는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 때문이다.
미국이 ‘불량국가’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은 클린턴 행정부 초년인 1993년 말 “‘불량국가’들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방위정책을 수립”할 때였다. 그 ‘새 방위정책’의 표적이 바로 북한이었다. 레스 애스핀 당시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새로운 정책이 유독 북한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북한이 그 대상의 하나”라고 말했었다.
1991년 말 미국이 IAEA(국제원자력기구) 규정에도 없는 북한 핵시설 ‘특별사찰’을 요구하고, 북한이 ‘남북한 상호 사찰’로 응수하다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은 1993년 3월 12일 NPT(핵무기비확산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그렇게 시작된 북미 간 핵공방이 험악한 지경으로 치달을 때 나온 말이 바로 ‘불량국가’였다.
미국이 북한을 지칭하는 또 다른 말이 있다. ‘테러지원국’.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이라고 지목한 것은 1985년 7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쿠바, 리비아, 니카라과 등 5개국을 가리켜 ‘세계테러국가연합’이라고 부르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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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욱 / <1983 버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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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국가’는 ‘테러지원국’과 동의어다. 미 국무부는 지금도 매년 테러지원국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들을 ‘불량국가’라고 규정한다. 2019년에는 북한과 이란, 수단, 시리아 등 4국이었다. 그 전에는 이라크와 리비아, 쿠바 등 3개국이 더 있었다. 1994년부터 이들을 가리켜 ‘일곱 자매’(seven sisters)라고 불렀다. 이중 리비아와 이라크는 미국의 침공으로 정권이 무너진 뒤에야, 쿠바는 오바마 정부와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그 명단에서 빠질 수 있었다.
북한도 그 명단에서 빠진 적이 있다. 2008년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을 때다. 부시 행정부 말년의 일. 그러다 트럼프 행정부 초년인 2017년 다시 북한을 그 명단에 올렸다. 그리고 지금 그 불량한 언사를 남용하고 있다. 북핵 담판이 자기네 뜻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고약한 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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