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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27일 월요일

전두환 무죄가 "대한민국 명예회복"이라는 변호인

법정서 '꾸벅꾸벅' 전두환에 "살인마!" 목소리 높인 5.18 피해자... 전씨, 경호원에 둘러싸여 법원 떠나

20.04.27 18:46l최종 업데이트 20.04.27 18:46l
사진: 이희훈(lhh)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이희훈
 
"살인마! 전두환 살인마!"

고요했던 법정에서 한 남성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오후 2시 재판이 시작된 이후 30분 쯤 시간이 흐른 뒤였다. 목소리를 높인 이는 5.18부상자회에 소속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였다. 그가 분노한 이유는 이날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두환씨의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의 발언 때문이었다.

정주교 변호사 : (5.18 당시 군이 시민을 적으로 규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론을 분열하고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부의 무책임한 주장입니다. 국군이 시민을 적으로 규정했다는 게 어떻게 온당하겠습니까.

남성 : 그럼 광주시민을 누가 죽였습니까! 누가 죽였어요? 공수부대가 죽였잖습니까! 살인마! 전두환 살인마!


앞서 전씨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항의했다가 한 차례 제지를 당했던 이 남성은 결국 재판장에 의해 퇴정 조치됐다. 남성이 퇴정된 이후에도 정 변호사는 비슷한 주장을 이어나갔다. 그는 "국군이 광주시민을 적으로 규정하고 소탕했다는 주장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의 주장"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대한민국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전두환, "헬기사격 없었다" 발언 후 꾸벅꾸벅 졸아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전씨는 13개월 만에 재판에 출석했다. 그는 2017년 4월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3월 법정에 출석했던 그는 당시 재판장(장동혁 전 부장판사)의 허가로 불출석한 채로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 전 부장판사가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4.15 총선에 출마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바뀐 재판장인 김정훈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재판에 첨석해야 하는 원칙에 따라 전씨의 불출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김정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전씨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걸로 안다"라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신분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때 "잘 들리지 않는다"며 혼란스러워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전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비교적 또렷한 목소리로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어, 내가 알고 있기론 당시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걸로 압니다. 만약 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 겁니다. 대한민국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중위나 대위나 될 텐데,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을 한 이후 전씨는 재판 내내 의자에 허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종종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기도 했다. 옆에 앉은 이순자씨가 종종 그를 깨웠으며, 정주교 변호사가 발언할 때는 스스로 잠에서 깨 두리번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전씨의 이러한 모습을 두고 방청석 일부에선 "잠자러 왔는 모양이네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는 취재진, 5.18 단체 관계자, 전씨 경호원, 방청권 당첨자 등 70여 명이 자리했다.

검찰에선 채수양 광주지방검찰청 공판부장검사를 비롯해 3명의 검사가 재판에 출석했다. 검찰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실제로 발생했고, 전씨가 고 조비오 신부의 말을 거짓말로 단정했으며, 회고록을 전국에 배포해 공연히 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전씨의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이희훈

재판은 오후 5시 20분까지 약 3시간 20분 동안 진행됐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설명한 이후 정주교 변호사의 변론이 한 시간 가량 이어졌고, 이후 검찰이 증거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는 증거조사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후 재판장이 이전 재판에 나왔던 증인들의 진술을 요약해 설명한 뒤 재판을 마무리했다.

재판 전 5.18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은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을 법정 구속하여 5.18 역사 왜곡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전두환이 자신의 회고록으로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고 조비오 신부님의 명예와 5.18 유공자를 비롯한 광주시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는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다"라며 "전두환의 행위가 5.18에 대한 악의적 왜곡과 폄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일부 극우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일벌백계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재판을 마친 전씨는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차에 올랐다. 출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질문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았다(관련기사 : 기자 손 밀치며 30초 만에 법원 들어간 전두환).

전씨의 다음 재판은 6월 1일과 22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전두환#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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