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호 2017.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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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나무가 바른 이름, 아카시아는 아프리카 분포 다른 나무
1900년 북미서 도입…노래 가사, 광고 문구 통해 엉뚱한 이름 확산
» 탐스럽게 핀 아까시나무 꽃. 그윽한 향기와 달곰한 맛에 즐겨 따먹던 시절도 있었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직업상 체력단련을 위해 3년 전부터 매주 오르는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송파구 전경사진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저 벚꽃이 피어있는 계곡을 따라가면 필자가 사는 집이 있다. 참고로 사진 속 좌측에 어마어마하게 큰 빈터는 위례신도시가 들어서는 장소이다.
해마다 5월이 되어 도시에 어둠이 내리고 고요해질 무렵 집 창을 열면 남한산성 자락에 밀려오는 향긋한 아카시아 향을 언제나 맡을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막 피어난 싱싱한 아카시아 꽃을 많이 따 먹었다. 꽃자루에 달콤한 꿀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대를 들고 뒷동산에 올라 갓 피어난 아카시아 꽃을 마대 가득 따오면 어머님께서는 찹쌀가루와 버무려 아카시아 백설기를 만들어 주곤 하셨다.
백설기를 한주먹 뜯어 입에 넣고 아카시아 꽃을 터트리면 찹쌀가루와 아카시아 꿀의 달콤함을 같이 맛볼 수 있는 것이 아카시아 백설기만의 큰 매력이었다. 어머님이 떠나신 지금은 아카시아꽃 백설기도 떡메로 쳐 반죽해 콩가루에 무쳐 먹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쑥떡도 다시는 맛볼 수 없다는 게 많이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 윗글에 잘못 말한 식물 이름이 있다. 바로 ’아카시아’다. 아카시아의 바른 이름은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 L.) 이기 때문이다.
» 흐드러지게 핀 아까시나무 꽃. 우리나라의 주요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아까시나무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900년 초에 무분별하게 벌채해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하고 땔감으로 이용하기 위해 전국에 심어 우리 땅에 정착한 귀화식물이다. 아까시나무는 콩과로 척박한 땅에도 잘 적응하고 뿌리가 길게 뻗어 번식이 잘 되어 황폐한 산림녹화에 좋고 줄기를 잘라도 맹아지가 계속 나와 땔감으로 유용한 가치가 있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 목재는 톱이 물려 자르기는 힘들지만 결대로는 잘 쪼개져 장작 패는 맛이 좋은 목재이기도 하다. 또한 해마다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향긋하고 아름다운 꽃을 나무 가득 피워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달콤한 꿀을 제공해 주기도 하는 고마운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많은 이들이 ‘아까시나무’를 ‘아까시아’라 부르고 있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필자는 보이지 않는 문학의 강력한 힘이라 생각한다. 문학 작품에는 다양한 식물 이름이 등장하는데, 식물 이름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식물의 이름을 바른 이름인 줄 알고 익히고 그대로 쓰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까시나무’이다.
아래는 1972년 한국동요동인회를 통하여 발표된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의 동요 <과수원 길> 가사이다.
이 동요로 인해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라 부르는지도 모른다. 과수원 길 동요와 함께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바꿔버린 또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 바로 해태제과에서 1976년 처음 출시한 아카시아(껌) 시엠송이다.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껌 종이 딱지치기를 추억하는 독자분들도 계시는지 모르겠다.
» 아카시아. 아까시나무와 전혀 다른 나무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실제로 아카시아(Acacia karroo)란 나무도 있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나무로 가시가 있지만 목이 긴 기린이 주식으로 먹는 나무이다.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아카시아 나무도 아까시나무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있지만 기린은 독특한 씹는 방법과 코팅된 위벽으로 아카시아의 가시를 무력화시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 날카로운 가시를 피해 아카시아의 잎을 따먹는 기린. Steve Garvie,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참에 흔히 잘못 표기되는 식물 이름 몇 가지를 알아보자. 강변 가요제에서 불러 인기를 끈 박미경의 노래 ‘민들레 홀씨 되어’에서 ’홀씨’는 잘못된 표현이다. 홀씨는 양치식물이 번식을 위해 포자낭에서 퍼뜨리는 포자의 다른 말로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이 번식을 위해 퍼뜨리는 생식세포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냥 “민들레 씨앗이 되어~~”가 바른 표현이다.
» 민들레 씨앗. 바람에 날리는 건 노랫말의 홀씨가 아니라 씨앗이다.
» 고란초 포자낭. 홀씨는 양치식물이 퍼뜨리는 포자를 가리킨다.
김유정의 <동백꽃>에 “노란 동백꽃”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도 잘못된 이름이다. ‘동백나무’는 ‘생강나무’를 강원도에서 부르는 지방 명이다. ‘동백꽃’이 아니고 ‘생강나무꽃’이 바른 표현이다.
» 생강나무. 지방 명의 동백나무는 전혀 다른 나무여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문학 작품에서 잘못된 정보를 기억해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식물을 주제로 작품을 쓸 때는 독자들에게 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정확한 이름을 사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들꽃 이름 몰라 자책하는 안도현의 작품을 소개한다.
< 무식한 놈 > 안도현
식물의 이름을 세계인이 공통으로 부르는 게 ’학명’이라면 식물의 이름을 우리나라에서만 통일해 부르는 이름을 ’국명’이라 한다. 산림청은 국립수목원 홈페이지 내에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만들어 표준화된 추천 명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 혹시 문학 작가분이 계신다면 앞으로 식물을 소재로 작품을 쓸 때 아래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들어가 식물명을 검색해서 바른 식물 이름으로 작품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 봄 야생화인 노루귀. 식물의 이름을 제대로 알면 아름다움도 보인다.
끝으로 나태 주의 들풀에 관한 작품을 소개한다.
<풀꽃>/ 나태주
참고문헌:
나무와 숲 남효창. 계명사
꽃의제국 강혜순. 다른세상
한국의 나무 김진석.김태영. 돌베개
한국의 나무 바로알기 이동혁. 이비락
글·사진 양형호/ 국립수목원 전시교육과 현장전문가
해마다 5월이 되어 도시에 어둠이 내리고 고요해질 무렵 집 창을 열면 남한산성 자락에 밀려오는 향긋한 아카시아 향을 언제나 맡을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막 피어난 싱싱한 아카시아 꽃을 많이 따 먹었다. 꽃자루에 달콤한 꿀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대를 들고 뒷동산에 올라 갓 피어난 아카시아 꽃을 마대 가득 따오면 어머님께서는 찹쌀가루와 버무려 아카시아 백설기를 만들어 주곤 하셨다.
백설기를 한주먹 뜯어 입에 넣고 아카시아 꽃을 터트리면 찹쌀가루와 아카시아 꿀의 달콤함을 같이 맛볼 수 있는 것이 아카시아 백설기만의 큰 매력이었다. 어머님이 떠나신 지금은 아카시아꽃 백설기도 떡메로 쳐 반죽해 콩가루에 무쳐 먹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쑥떡도 다시는 맛볼 수 없다는 게 많이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필자가 지금 윗글에 잘못 말한 식물 이름이 있다. 바로 ’아카시아’다. 아카시아의 바른 이름은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 L.) 이기 때문이다.
» 흐드러지게 핀 아까시나무 꽃. 우리나라의 주요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아까시나무는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900년 초에 무분별하게 벌채해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하고 땔감으로 이용하기 위해 전국에 심어 우리 땅에 정착한 귀화식물이다. 아까시나무는 콩과로 척박한 땅에도 잘 적응하고 뿌리가 길게 뻗어 번식이 잘 되어 황폐한 산림녹화에 좋고 줄기를 잘라도 맹아지가 계속 나와 땔감으로 유용한 가치가 있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 목재는 톱이 물려 자르기는 힘들지만 결대로는 잘 쪼개져 장작 패는 맛이 좋은 목재이기도 하다. 또한 해마다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향긋하고 아름다운 꽃을 나무 가득 피워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달콤한 꿀을 제공해 주기도 하는 고마운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많은 이들이 ‘아까시나무’를 ‘아까시아’라 부르고 있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필자는 보이지 않는 문학의 강력한 힘이라 생각한다. 문학 작품에는 다양한 식물 이름이 등장하는데, 식물 이름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식물의 이름을 바른 이름인 줄 알고 익히고 그대로 쓰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까시나무’이다.
아래는 1972년 한국동요동인회를 통하여 발표된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의 동요 <과수원 길> 가사이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아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 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쌩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이 동요로 인해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라 부르는지도 모른다. 과수원 길 동요와 함께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바꿔버린 또 하나의 계기가 있었다. 바로 해태제과에서 1976년 처음 출시한 아카시아(껌) 시엠송이다.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아가씨 그~윽한 그 향기는 무언가요
아~아~ 아카시아 껌'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껌 종이 딱지치기를 추억하는 독자분들도 계시는지 모르겠다.
» 아카시아. 아까시나무와 전혀 다른 나무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실제로 아카시아(Acacia karroo)란 나무도 있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나무로 가시가 있지만 목이 긴 기린이 주식으로 먹는 나무이다.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아카시아 나무도 아까시나무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있지만 기린은 독특한 씹는 방법과 코팅된 위벽으로 아카시아의 가시를 무력화시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 날카로운 가시를 피해 아카시아의 잎을 따먹는 기린. Steve Garvie,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참에 흔히 잘못 표기되는 식물 이름 몇 가지를 알아보자. 강변 가요제에서 불러 인기를 끈 박미경의 노래 ‘민들레 홀씨 되어’에서 ’홀씨’는 잘못된 표현이다. 홀씨는 양치식물이 번식을 위해 포자낭에서 퍼뜨리는 포자의 다른 말로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이 번식을 위해 퍼뜨리는 생식세포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냥 “민들레 씨앗이 되어~~”가 바른 표현이다.
» 민들레 씨앗. 바람에 날리는 건 노랫말의 홀씨가 아니라 씨앗이다.
» 고란초 포자낭. 홀씨는 양치식물이 퍼뜨리는 포자를 가리킨다.
김유정의 <동백꽃>에 “노란 동백꽃”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도 잘못된 이름이다. ‘동백나무’는 ‘생강나무’를 강원도에서 부르는 지방 명이다. ‘동백꽃’이 아니고 ‘생강나무꽃’이 바른 표현이다.
» 생강나무. 지방 명의 동백나무는 전혀 다른 나무여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문학 작품에서 잘못된 정보를 기억해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식물을 주제로 작품을 쓸 때는 독자들에게 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정확한 이름을 사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들꽃 이름 몰라 자책하는 안도현의 작품을 소개한다.
< 무식한 놈 >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식물의 이름을 세계인이 공통으로 부르는 게 ’학명’이라면 식물의 이름을 우리나라에서만 통일해 부르는 이름을 ’국명’이라 한다. 산림청은 국립수목원 홈페이지 내에 <국가표준식물목록>을 만들어 표준화된 추천 명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 혹시 문학 작가분이 계신다면 앞으로 식물을 소재로 작품을 쓸 때 아래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들어가 식물명을 검색해서 바른 식물 이름으로 작품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 봄 야생화인 노루귀. 식물의 이름을 제대로 알면 아름다움도 보인다.
끝으로 나태 주의 들풀에 관한 작품을 소개한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참고문헌:
나무와 숲 남효창. 계명사
꽃의제국 강혜순. 다른세상
한국의 나무 김진석.김태영. 돌베개
한국의 나무 바로알기 이동혁. 이비락
글·사진 양형호/ 국립수목원 전시교육과 현장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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