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자전거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녹조발생에 대비해 일부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할 것과,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사업이 한창이던 2010년에 '사업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고, 사업이 완료된 2012년에는 '주요시설물 품질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사업설계시공 일괄 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 관련 감사가 이뤄졌다.
이들 감사에서 4대강 사업은 수질관리와 시설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의 재추진을 염두하고 진행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건설사들의 대규모 입찰 단합이 적발돼 과징금이 부과되고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돼 11개 건설사 전·현직 임원 22명이 기소됐다.
이렇게 세 차례 감사가 있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다시 감사를 지시한 이유는 결정 및 집행 과정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라며 "이번 감사는 왜 정부정책에 환경성과 수자원확보라는 정책목표가 균형성 있게 추진되지 못했는지 밝히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왜 4대강 사업을 진행했는가'를 밝히는 것이 이번 감사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사업을 기획하고 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의 문제를 들춰보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라는 사업계획 작성과정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은 어떻게 나왔나
결론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왜 4대강 사업을 진행했는가'를 밝히는 것이 이번 감사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사업을 기획하고 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의 문제를 들춰보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라는 사업계획 작성과정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은 어떻게 나왔나
▲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국토부 문건에 나타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 | |
ⓒ 국토교통부 |
당초 이 전 대통령은 대선 핵심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추진했다. 낙동강에서 6개, 한강에 2개 보를 건설해 수로를 연결하는 것이 공약의 주요 골자였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구간에 수심 6미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이 전 대통령은 수심 확보 과정에서 대규모 준설(하천 바다에 모래를 퍼내는 작업)이 이뤄지면, 모래를 팔아 8조 원에 달하는 사업비용을 충당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대운하 사업 공약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민심이 돌아서면서 좌초되는 듯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19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대운하 사업은 그해 연말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2008년 12월 2일 당시 국토부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4대강 정비방안(균형위 안)'을 보고했다. 홍수 대비를 위해 2.2억㎥ 규모로 준설을 하고, 수심은 2~3미터를 유지하기 위해 경북 구미시와 칠곡군 왜관, 충남 공주시, 전남 나주시에 각각 소형보를 하나씩 세운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보고서에 이 전 대통령은 "수심 5~6미터가 되도록 굴착할 것을 반영해 보고서를 재작성한 뒤 제출하라"고 지시했다.(VIP 지시사항) 이에 국토부는 '현재로선 수심 5~6미터 확보 방안을 포함하는 것이 불합리하므로 마스터플랜 수립 때 검토하는 방안을 대통령실과 협의'하기로 한 뒤 균형위에 계획을 제출했다. 이때부터 해당 사업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2월 '4대강 살리기 기획단'이 만들어졌다. 기획단은 정종환 당시 국토부 장관에게 균형위안과 유사한 사업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면서 "보는 다목적댐과 달리 연중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준설·보 설치로는 수자원 확보 효과가 거의 없다"라고 밝혔다. 수자원확보를 명분으로 여러 개의 보를 설치하는 게 사업적으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국토부에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라 운하가 재추진될 수 있으므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며 "대운하 설계 자료를 검토해 4대강 사업에 필요한 부분은 활용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기획단은 이 전 대통령에게 "낙동강 하구에서 구미 구간의 최소 수심 2.5미터로도 향후 어려움 없이 운하 추진이 가능하다"라고 보고했다. 수심 6미터를 확보할 경우 "과잉 투자라는 비판이 제기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청와대의 요구는 집요했다. 이후 2009년 4월 17일 권도엽 당시 국토부 1차관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청와대 측은 "물그릇을 4.8억㎥에서 8억㎥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낙동강의 수심을 6미터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됐다. 수심 6미터와 수자원 8억㎥ 확보는 최초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 같은 이 전 대통령의 구상은 최종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에 반영됐다. 그리고 2009년 6월 8일 총사업비 22조 원에 낙동강 하구~구미 구간 최소 수심을 6미터로 만들고, 5.7억㎥를 준설하며 중·대형 보 16개를 세우겠다는 내용이 담긴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발표됐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013년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가 감사원 감사결과와 국토부의 대외비 문건을 통해 밝혀낸 것이다. 결국 이번 감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을 목표로 4대강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을 보다 명백히 밝혀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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