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홍준표로 뭉치지만 여전히 문재인 당선 가능성 커김민하 승인 2017.05.05 13:30
사실상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 보수 유권자층이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사실상 마지막 변수이다. 마지막 여론조사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유의미하게 앞서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왔다면 막판 표 쏠림을 좀 더 분명히 예상해볼 수 있었겠으나 두 후보는 사실상 동률에 가까운 결과를 보였다.
물론 이른바 ‘샤이 보수’들이 홍준표 후보로 뭉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쨌든 문재인 후보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지지층이 이완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고, 홍준표 후보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홍준표 후보의 ‘4자필승론’을 완전히 근거 없는 전략으로만 말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홍준표 후보 측은 ‘가짜 뉴스’를 만들고 유통시키는 데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문재인 후보를 제칠 수 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들이 그럴듯한 숫자들과 함께 스마트폰 메신저 상에 대량으로 오갈 가능성이 크다.
보수표 향방의 막판 변수로 판단됐던 바른정당 탈당 사태는 예상 외로 유승민 후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탈당을 선언했던 황영철, 정운천 의원이 다시 돌아오기로 한 데 이어 추가 ‘유턴’ 가능성까지 언급되기 때문이다. 유승민 후보가 정치공학보다 개혁적 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상당한 ‘동정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홍준표 후보 측의 움직임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복당에 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당 내 논란이 확대된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특위 청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성태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선별 복당’을 주문한 바 있다.
이들의 이러한 반응은 홍준표 후보가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복당을 대가로 친박계에 불이익이 될 수 있는 조치를 약속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나온 걸로 볼 수 있다. 바른정당의 창당 명분이 구 새누리당의 친박계에 대한 인적 청산 조치가 미흡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친박계의 이러한 입장 때문에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복당은 유보됐다.
홍준표 후보로서는 바른정당 탈당파들을 이대로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 수도 없고 친박계들의 불만을 방치할 수도 없다. 그러니 친박계 주요 인사에 대한 당원권 정지 등 징계를 풀겠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발언은 단기적으로 홍준표 후보에 대한 보수유권자층의 지지세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조치가 바른정당의 존재 의의를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당장 유승민 후보는 “그 당은 이름 바꾼 것 말고는 유일한 변화가 친박 3명에 대한 당원권 정지였는데 그것마저도 없애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입장에서도 친박계 주요 인사에 대한 징계 철회는 복당 명분을 뺏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보수정치 지지자들 중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중요하다고 믿는 계층은 이를 계기로 유승민 후보 지지로 마음을 굳힐 가능성이 생긴다.
이런 대목은 보수유권자층이 홍준표 후보 지지로 전적으로 쏠리는 흐름에 어느 정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안희정 충남지사를 거쳐 안철수 후보로 이동한 보수 표심이 홍준표 후보로 전략적 이동을 감행하더라도 홍준표 후보가 이를 전부 흡수하기는 여러모로 어렵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서는 홍준표 후보가 갖고 있는 ‘비호감’이란 특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같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일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다분히 유리해 보인다. 두 후보가 갈 길을 잃은 보수 표심을 나눠 가지는 사이 “확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문재인 후보는 40%에 육박하는 견고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남은 기간 동안 문재인 후보 측의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향한 ‘사표론’ 공세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 입장에서 보면 어떤 경우라도 45% 가량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게 아무래도 안심이 된다. 홍준표 후보나 안철수 후보 측에서 언급하는 필승 시나리오들은 모두 문재인 후보의 득표가 40% 선에서 멈추는 경우를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후보 입장에선 자칫 안이해질 수 있는 지지층을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 문재인)’ 등의 구호로 다잡고 심상정 후보를 향한 누수를 최대한 틀어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일 불거진 SBS 뉴스 관련 논란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위기감에 불을 붙이는 사건으로 평가할만하다. SBS는 <뉴스8>을 통해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다룬 리포트를 방송하면서 문재인 후보 측 의향이 여기에 반영됐다고 읽힐 만한 공무원의 발언을 공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SBS는 신속하게 사과 입장을 내고 이 리포트를 인터넷에서 다시 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 또 3일 방송에서 5분이 넘는 시간을 이 사건을 해명하는 데 할애하기도 했다.
SBS의 해명을 봐도 이 사건의 전모를 완전히 파악하고 이해하기는 어렵다. 정교한 음모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허술하고 어쩌다 이렇게 됐다고 보기엔 뻔한 논란을 예상치 못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일이 이렇게 된 정확한 사실관계는 추가로 밝혀볼 필요가 있겠지만 적어도 이 사건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투표일 전까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긴장할 수 있는 사건은 추가로 더 일어날 수 있다. 그렇잖아도 결집력이 큰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은 투표 순간까지 응집된 4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막판에 홍준표 후보가 상당히 선전하더라도 대략 10% 이상의 차이로 문재인 후보가 승리하는 그림이 유력해 보인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아직 나흘 남았기 때문에 무슨 사건이 벌어져 각 후보들의 유불리에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대략적인 선거 구도는 이렇게 정리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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