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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1일 수요일

“사드 보고 누락, 우연 아니야...본질 은폐 위한 국민기만”

사드저지전국행동, “무용지물·백해무익·불법 사드, 철회만이 분명한 해법”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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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31  17: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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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은 31일 국방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배치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최고 통수권자에게 고의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김관진, 한민구 등 책임자 처벌, 그리고 사드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과 편법, 거짓과 꼼수, 독단과 전횡이 판을 치고 있는 사업이다. 바로 이 때문에 사드배치는 박근혜-최순실의 적폐 중 적폐로서 처음부터 불법이고 원천무효이다.”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최고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청와대 보고에서 고의 누락한 사실이 알려지자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개탄을 금치 못했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사드저지전국행동)은 31일 오후 서울 삼각지 국방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일을 계기로 사드배치 전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엄중 처벌, 그리고 사드배치 절차 즉시 중단과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먼저 국방부가 이처럼 중요한 사실을 새로 들어선 정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국가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부 방문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등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으로 관련 보고를 누락하였으며, 정의용 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실 확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게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이다가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고 나서야 사드발사대 4기 추가반입 사실이 최종 확인된 과정에 대해서는 경악했다.
사드저지전국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보고 누락 건은 국방부가 그동안 저지른 불법 부당한 행태에 비추어 볼 때 결코 우연이거나 실수로 볼 수 없다”며, “그동안 사드배치의 모든 과정에서 저지른 자신들의 불법과 탈법, 독단과 전횡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로 탐지한 중국 등의 미사일 발사 초기 정보를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와 연동해 미일 방어에 활용하는 것이 핵심적 의도임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도 없는 북핵과 미사일을 핑계 삼아 반입을 강행하고 그로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일차적 공격대상이 되는 사드배치의 본질을 철저히 은폐하기 위해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으로부터 사드배치 관련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이른바 3N0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사드배치에 대한 한미 협상개시를 발표한 후 국회에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보고하고는 3일 만에 배치를 결정하고 주민설명회도 없이 성주를 배치지역으로 발표했다.
이후에도 사드배치 최적지라던 성주포대에서 소성리 롯데골프장으로 최종 부지를 바꾸는가 하면, 미군에 부지공여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고 환경영향 평가와 기반 공사도 끝나기 전에 사드장비를 밀반입하는 행태를 보이면서도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설명하는 법이 없었다.
박석운 사드저지전국행동 공동대표는 “전형적인 반역죄이다. 자국의 국익에 반하는 상대국의 이익을 위해 일한 김관진과 한민구 일당은 반역죄로 처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이다. 사드배치 결정 과정, 사드 포대를 성주골프장에 도둑 반입하는 과정에 국민을 기만했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그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사드는 미국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박대성 교무는 “사드는 지난해 배치 논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합법적인 요소라고는 1그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에 불법의 증거가 또 하나 추가되었다”며, “백일하에 드러난 적폐의 마지막 뿌리가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싸워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영재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드로는 북핵과 미사일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무용지물이고 사드가 들어온 순간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배치 지역을 일차 타격대상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만큼 백해무익하다. 또 사드는 영토주권을 제약하고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며 국가와 국민에게 재정 부담을 지우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한미 당국사이에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약을 체결하고 국회의 비준 동의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구두합의로 진행된 불법사안”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무용지물이고 백해무익하며 불법 투성이인 사드배치는 철회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간단하며, 분명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도 헬기 소리가 진동하고 있는 소성리에서 사드배치와 관련된 모든 진행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저지전국행동은 이번 사드발사대 4기 반입 은폐 사건을 계기로 오는 6월 3일 오후 4시 보신각 앞에서 불법사드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기자회견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군인 범죄를 다루는 군형법 적용대상이라며 ‘거짓보고’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군형법 제38조가 소개되기도 했다.
군형법 제38조는 '거짓보고'를 한 자에 대해 적전인 경우 사형, 무기 징역이 가능하며, 전시 또는 사변이나 계엄지역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그 밖의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2017년 5월 30일 화요일

분단 상권(分斷商權)은 끝났다

<칼럼> 이지상 성공회대 외래교수
이지상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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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31  08: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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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했다.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고 따지듯 질문하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입니다” 마치 불변의 진리를 설파하는 선지자처럼 훈계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난감한 표정으로 명확한 답은 피한 채 적당한 선을 타고 넘는 사람의 낯선 표정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대선 후보 토론 때 얘기다.
평화 통일의 로드맵을 말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대륙과의 선로 연결을 통한 원활한 물적 교류를 언급해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지난 국정농단 세력들의 반통일 놀음에 광화문광장의 앉은뱅이가 된 개성공단 입주 사장님들의 억울함이나 언급됐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그리운 금강산 언제쯤이면 갈까나 설레는 기대감으로 바라보던 TV였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주적론을 펼쳐대며 반공전선의 일등공신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의 속내를. 국가의 이념을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지켜낸 숭고한 가치라고 명명하고 평화라는 말조차 금기어로 만들었던 그네들의 행태는 고작 분단을 상업화 하고 온 나라를 분단 상권의 체인점으로 만들어 사장노릇이나 했던 장사치에 지나지 않았던가.
보수라는 근사한 말로 치장했던 그들의 외피가 국정농단이라는 실체로 폭로되어 국민들의 울분을 터트리던 시점이었음에도 또“색깔론”인가.
다시 억울했다. 내가 왜 그네들 같은 거짓 선지자로부터 그 따위 질문을 받고 당혹스러워 해야 하는가. 내가 모를 줄 아는가. 평화의 사람들 조봉암과 조용수를 사형시키고 인혁당 8인을 사형시키고 김대중과 김근태를 고문했으며 서정의 시인 박정만을 죽이고 순수의 소설가 한수산마저 추방시켜버린 과거를.
나는 그 역사를 아픔으로 안다. 그러나 그네들은 철없는 혁명가의 치기어린 청춘으로 매도했다. 비웃으며 피를 뽑았고 생명까지 앗아갔다. 좌익이었다가 빨갱이였다가 좌파였다가 종북 이었다가 거대한 분단 상권의 장삿속에 반대하는 이들을 옭죄는 이름도 다양했다.
그 덕에 분단은 당위가 되었고 대륙은 가난한 여행자의 쉴 곳 명단에도 오르지 못하는 금기의 땅이 되었다. 분단의 북쪽을 고립시킨다고 아우성 쳤으나 기실 고립된 섬은 분단의 남쪽 내가 사는 곳이었다.
세계는 하나인데 사랑하는 조국은 둘로 나뉘어져 시름시름 앓았던 한 시인이 소리쳤다. “반도는 사랑하기엔 너무 좁다”고. 북쪽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남쪽에서의 꿈은 꿈마다 숨이 막힌다고 고백하던 시인은 끝내 몸에 꿈 하나 숨기고 남쪽과 북쪽의 국경을 넘을 것이라고 선언 한다.
“국경을 넘는 것이 죄가 된다면 나를 구금하라 대륙의 피에 반도의 피를 섞으려는 것이 유죄라면 나도 혁명가처럼 서서 죽을 것이다”(정일근 시 ‘울란바토르 행 버스를 기다리며’ 중).
달포 전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경계선이 있는 두만강 철교위에서 허망해 했던 적이 있었다. 년 간 40조원을 오직 적을 경계하기 위해 쓰고도 모자라 늘 안보라는 말 말고는 다른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나라의 시민인 내가 그리 부끄러울 수 없었다. 대륙에 흩뿌려진 꽃씨만큼의 지뢰밭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으면 곧바로 반체제 인사가 되는 나의 땅은 섬.
그러나 초소 하나 없이 보초병사 한명 없이 총 한 자루 없이 낡은 철조망과 표지석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평화로웠던 경계가 있었고 그 표지석 위로 바람이 불다 방향을 틀어도 나비가 날고 잠자리 철새 떼 한 무리 돌고 돌아도 누구하나 총구 들이대지 않는 곳. 그렇게 평화였던 국경이 있었다.
무기를 더 쌓고 쌓아야 평화가 온다는 내 땅의 신념은 모두 거짓이었다. 너무 간단했다 서로 바라보고 얘기하고 웃고 손잡아야 평화였다. 친해지면 평화였다. 울분에 차올라 소주 한 병 나발 불다 “저기가 고향이여 핏댕이로 어미 등에 업혀 나와 70년도 넘게 가보지 못한 내 고향이여” 한숨 쉬는 노인을 떠올리면 저 두만강 철교위의 언덕위에 무릎 꿇고 통곡하고 싶었던 그날을 보내며 만취했고 노래를 불렀다.
나보다 더 취한 붉은 달빛이 떠오르는 새벽 바닷가에선 더 없이 서러운 노래를 불렀다. 나의 노래는 파도소리에 묻혔다가 달이 떠올랐던 곳에서 다시 거대한 태양으로 떠올랐다. 부활절 아침이었다. 3년 전 세월호를 싣고 간 바다가 있던 그날 이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길입니다(A.J.MUSTER).”
이 말을 곱씹으며 버스 안에서 부활을 소망하는 기도를 드렸고 나는 다시 평화를 살기위해 반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 한반도의 거대한 분단 상가는 철시(撤市)되어야 한다. 분단으로 인해 교류했던 모든 상품들은 백성들의 골육을 빼낸 것들이다. 분단 상권 내에서 살았던 거의 모든 존재는 ‘죽임’에 익숙해 졌다.
그러나 다시 억울해 하지는 말아야 한다. 스스로 평화로 살면 된다. 바이칼의 물결과 속삭임을 생각해 보라. 광활한 대지의 한 켠에서 더 넓은 대륙을 향해 소리치는 꿈을 꾸어 보라. 지평선 너머 지평선 그 위를 물들이는 황홀한 일몰을 상상해 보라. 자연에 의지하며 벗하며 대륙의 땅 풀 한포기도 쉬이 베지 못하는 본래 소박한 대륙인의 심성을 그리워만 해도 좋다. 모두가 ‘살림’의 길이다.
분단의 상권이 걷히면 평화 상권이 온다. 어떠한 경우에도 죽임이라는 말에 미학(美學)이란 말을 붙이지 않는다. 살림이란 말은 언제나 평화여서 그 울타리 안에서는 언제든 아름다워져도 좋다. 지금은 살림의 꿈을 꾸어야 하는 시대다.

이지상 (가수, 성공회대 외래교수)
  
 
고단한 사람들의 일상에 희망의 언어를 들려주는 노래하는 사람
청년문예운동의 시기를 거쳐 노래마을의 음악감독.민족음악인 협회 연주분과장을 지냈고, 다수의 드라마.연극.독립영화 음악을 만들었으며 98년 1집 "사람이 사는마을"2000년2집"내 상한 마음의 무지개"2002년3집"위로하다.위로받다"2006년 4집 "기억과 상상"등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2010년 "이지상 사람을 노래하다"를 출간했다.
현재 시노래 운동"나팔꽃"의 동인으로 깊이있는 메시지를 통해 삶의 좌표를 만들어가는 음악을 지향하고있으며 성공회대학교에서 "노래로 보는 한국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사)희망來일 이사를 맡고 있다.

2017년 5월 29일 월요일

고창 선운산서 국내 미기록 과의 포식성 파리 발견

조홍섭 2017. 05. 30
조회수 83 추천수 0
바이오블리츠 코리아 2017에 1200여명 참가, 하룻새 836종 확인
2m 구렁이, 식충식물 끈끈이주걱, 북방계 희귀식물 두메애기풀 등 발견

b1.jpg» 27일 밤 전북 고창군 선운산 생태숲에서 열린 바이오블리츠 코리아 2017 참가자들이 유인등에 끌려 스크린에 몰린 곤충에 관한 설명을 임종옥 국립산림과학원 곤충분류연구실 박사로부터 듣고 있다.

“바이오블리츠가 뭔다요?”

전북 고창군에 있는 선운산을 등산하던 이가 ’바이오블리츠’란 글귀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조사단원에게 물었다. “미식축구에서 일제히 공격하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전문가와 일반인이 힘을 합쳐 한 지역의 생물 종을 하루 동안 조사해 목록을 만드는 것”이라 설명하니 “떼거리 생물조사구먼”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멸종과 생물 다양성 감소가 워낙 심각하니 공식 생태조사를 기다릴 겨를이 없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동원되고 미래 세대의 주역을 포함한 일반인이 참여해 조사과정을 배우고 보전의 중요성을 깨닫는 행사가 바로 바이오블리츠이다.

b2.jpg» 각종 이야기 마당이 펼쳐진 바이오블리츠 중앙 무대. 전광판이 24시간 가운데 남은 조사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국립수목원과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 올해로 8번째 주관한 ‘바이오블리츠 코리아 2017’ 행사가 27∼28일 전북 고창군 선운산 생태숲을 중심으로 열렸다. 각 분야 분류 전문가 100여명과 일반인 400여명 등이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모두 1200여 명이 만 하루 동안 선운산 도립공원 일대를 누볐다.

지금까지 바이오블리츠에서는 관속식물과 곤충이 전체 조사 생물 종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대개 잘 보전된 숲에서는 곤충이 많았지만 훼손된 곳에서는 오히려 식물 종이 곤충보다 많았다. 

대관령과 청태산에서 열린 바이오블리츠에서는 곤충이 식물을 눌렀지만 도심인 서울숲에서 열린 조사에선 식물이 많았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보전과 개발이 균형을 이루는 곳인 선운산 일대에선 과연 어느 쪽의 종이 많을까.

b3.jpg» 유인등에 몰려든 곤충을 살피는 참가자들.

첫날 밤 유인등으로 곤충을 유인하는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행사이자 일거에 곤충의 종수를 늘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낮에 25도이던 기온이 한밤중에 14도를 기록하며 10도 이상 떨어져 쌀쌀해지자 변온동물인 곤충의 활동이 둔해졌다.

야간 곤충채집에 나선 150여 명의 참가자는 유인등에 드문드문 날아든 나방 몇 마리와 파리류에 만족해야 했다. 임종옥 국립수목원 박사는 “기생벌이 다양한 것을 보면 먹이가 되는 곤충도 다양하다는 뜻이어서 이 지역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한밤중의 기온이 낮아 전체 곤충 종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방이 적게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b4.jpg» 유인등에 이끌려 스크린에 달라붙은 파리류.

이번 행사에서 확인된 곤충은 모두 269종으로 고등식물 319종보다 적었다. 그러나 이 두 분류군을 합치면 588종으로 이번에 확인된 전체 종수 836종의 70%를 차지해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 집단임을 재확인했다.

■ 선운산 바이오블리츠에서 확인한 분류군별 생물 종

table.jpg 

그러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야간 채집한 곤충을 분류하던 중 미기록 과의 버섯파리류 곤충이 발견된 것이다. 이날 유인등 스크린에는 약 500마리의 파리류가 새카맣게 달라붙었는데, 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기록되지 않은 종이나 속보다 상위 분류군인 새로운 과의 곤충이 나온 것이다.

몸보다 긴 더듬이에 얼룩 날개를 지녀 파리류로는 보이지 않는 이 곤충은 케로플라티대(Keroplatidae) 과의 마크로세라(Macrocera) 속 파리류로 추정된다. 임종옥 박사는 “이 무리의 곤충은 열대 지역의 동굴처럼 습한 곳에서 발견되며 어둑어둑한 시간에 천천히 날아다닌다”며 “이 과의 파리류가 확인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b5.jpg»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과의 파리류. 27일 야간채집에서 발견됐다. 임종옥

임 박사는 또 “이 무리의 곤충은 먹이 곤충을 옥살산으로 죽이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다”며 “새로 확인된 곤충이 산림 내 해충의 중요한 천적 곤충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봄 가뭄이 계속됐지만 계곡에서 전문가들은 보기 힘든 습지 식물을 발견했다. 김혁진 국립수목원 박사는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과 희귀 난인 큰방울새난을 습지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또 함경남도 부전고원 이북의 고산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방계 식물로 남한에서는 강원도 석회암 지대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두메애기풀을 무덤가에서 발견했다.

b6.jpg» 선운산의 한 계곡에서 발견된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

양서·파충류 조사단은 돌담 근처에서 길이 2m에 이르는 커다란 구렁이의 허물을 발견했다. 이상철 인천대 생물연구소 박사는 “구렁이를 자주 목격했다는 주민의 목격담에 비추어 한 무리의 구렁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렁이는 쥐와 마찬가지로 사람에 기대어 살아가는 동물인데 환경 교란과 남획으로 멸종위기종이 됐다”라고 말했다. 일반인 참가자들은 구렁이 허물을 직접 만져보면서, 뱀이 피부의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케라틴 껍질을 갖춰 개구리 등 양서류와 달리 물가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피부가 잘 늘어나지 않아 성장하면서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어야 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신기해했다.

b7.jpg» 구렁이 허물을 만져보며 참가자들이 이상철 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선운산 생태숲의 연못에서는 밤이 되자 외래종인 황소개구리가 저음의 소 울음 소리를 냈다. 참개구리와 청개구리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 박사는 “전국에 급속히 번지던 황소개구리의 확산 세가 천적이 생기는 등 생태계 내부의 조절기능이 작동하면서 최근 꺾였다”며 “그러나 전북 부안 등에는 아직 황소개구리의 밀도가 높고 그 바람에 경쟁에 밀리는 토종 참개구리가 자취를 감췄다”라고 말했다.

포유류 조사단은 일반인 참가자가 발견한 흰넓적다리붉은쥐를 포함해 멧밭쥐, 삵, 수달, 오소리, 두더지, 고라니 등 13종을 확인했다. 김용기 생태정보연구소 박사는 “배설물의 간격 등으로 보아 삵은 형제나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것 같다”며 “등산객이 많은데도 다양한 야생동물을 확인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b8.jpg» 물가 갈대 줄기에 둥지를 튼 멧밭쥐. 갈대를 엮어 만든 이 둥지에서 번식한다.

일반인 참가자들은 전문가와 함께 관찰과 조사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전문가 텐트를 방문해 표본을 만들고 분류를 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았다. 또 이야기 마당에서 전문가들로부터 생물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는가 하면 장수하늘소 애벌레와 어른벌레 기르기, 생태놀이 공작소, 자연물 장신구와 책갈피 만들기, 식물 세밀화 그리기 등 참여 프로그램을 즐겼다.

b9.jpg» 장수풍뎅이 애벌레와 성충을 만져보는 참가자들.

이번에 3번째로 5학년 아들과 함께 바이오블리츠에 참가한 권태희(46·인천시 남동구) 씨는 “아이가 양서·파충류를 좋아하고 과학자가 되겠다고 꿈꾸어 함께 오게 됐다”며 “전문가 곁에서 구체적인 조사과정을 보며 질문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고창/ 글·사진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위한 철야농성 돌입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위한 철야농성 돌입
편집국
기사입력: 2017/05/29 [23:3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전교조가 ‘법외노조 철회’, ‘교원노조법 개정’, ‘노동3권 쟁취’ 등을 내 걸고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외노조 철회’, ‘교원노조법 개정’, ‘노동3권 쟁취’ 등을 내 걸고 6월말까지 농성에 돌입했다농성은 노조 본부와 시도지부 전임자들을 중심으로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주말 포함한 철야농성 형태로 진행된다아침 출금선전전저녁 투쟁문화제 등을 가져가며 5월 31일과 6월 7일에는 집중투쟁 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전교조는 순리대로라면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출범한 새 정부가 지체 없이 법외노조 통보’ 철회 방침을 발표해야 마땅하다하지만 교육부가 작년 전임자 34명 해고에 이어 올해 신규 전임자 16명에 대한 중징계 압박을 거두지 않고 있고 법외노조 탄압으로 교육현장과 전교조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느긋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전교조는 법외노조 철회는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향한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첫 관문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기사와 사설을 통해 보수언론은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에게 당선 빚을 갚으라고 요구한다는 황당한 프레임을 전파하고 있다며 촛불 국민과 촛불 대통령을 이간질하려는 저질 정치공세는 당장 멈춰져야 한다고 보수언론을 규탄했다.

나아가 전교조는 교사의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을 억압해 온 한국 사회의 오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며 교원노조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개정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 98호 등 핵심협약들을 속히 비준하여 노동자이자 시민인 교사들에게 그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하는 것은 나라다운 나라로 가기 위한 시대적인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전교조는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3, 9명의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이후 교육부는 노조 전임자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렸고복귀하지 않은 노조 전임자 34명을 해고했다올해에도 16명의 노조전임자들이 징계와 해고의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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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법외노조 철회교원노조법 개정노동3권 쟁취를 위한 농성에 돌입하며

법외노조 조치 즉각 철회하여 박근혜 교육적폐’ 청산하고
교원 노동3정치기본권 보장으로 한국 사회의 묵은 적폐’ 청산하자!

박근혜정권의 전교조 죽이기 공작은 참으로 질기고 치밀했다고용노동부의 반헌법적인 공문 한 장과 교육부 제멋대로의 후속조치그리고 공안세력과 보수단체의 은밀한 공조로 노동조합의 기본 권리를 짓밟고 활동 전반을 탄압해왔다정권은 하나의 노동조합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며 투항을 요구했다하지만 해고자 조합원을 스스로 내치라는 정부의 반인륜적이고 반노동적인 강요를 끝까지 거부했기에 전교조는 노동조합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었고 어둠의 시대를 돌파할 도덕적인 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순리대로라면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출범한 새 정부가 지체 없이 법외노조 통보’ 철회 방침을 발표해야 마땅하다하지만 교육부가 작년 전임자 34명 해고에 이어 올해 신규 전임자 16명에 대한 중징계 압박을 거두지 않고 있고 법외노조 탄압으로 교육현장과 전교조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느긋하기만 하다.

정부의 의지와 구체적인 방침이 가시화되지 않는 가운데대선 국면에서 보수 결집을 위한 정치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전교조 때리기가 이제는 적폐 청산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음모에 이용되고 있다허위 사실을 적시한 기사와 사설을 통해 보수언론은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에게 당선 빚을 갚으라고 요구한다는 황당한 프레임을 전파하여 법외노조 철회라는 적폐청산 과제를 당선 빚 청산으로 오도하고 있다촛불이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적폐 세력들이 외려 촛불광장의 대변인혹은 문재인 정부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양 요설을 늘어놓는다촛불 국민과 촛불 대통령을 이간질하려는 저질 정치공세는 당장 멈춰져야 한다구시대적이고 소모적인 이념전쟁은 홍준표 낙선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적폐다.

전교조가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수구 세력이 적폐 청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정말로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과감하게 발걸음을 내딛을 일이다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일지의 2014년 6월 20일 기록을 보라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긴 프로세스(process) 끝에 얻은 성과라고 했다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집단의 성과라면 지금 당장 허물어야 할 적폐가 아니겠는가행정부가 저지른 법외노조 통보라는 과오를 행정부 스스로 법외노조 통보 철회로 바로잡는데 좌고우면할 필요가 있는가?

법외노조 철회는 간단한 일이다첫째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하면 된다둘째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면 된다셋째과거의 판례에 따르면 된다넷째최근 한국노동법학회 등 4개 학회가 공동학술대회에서 제시한 새 정부의 노동사회보장 정책 개선 과제를 실천하면 된다다섯째국제사회의 권고와 국제규범대로 하면 된다여섯째대통령이 대선 전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 교육위원회에 답변한대로 전교조의 법외노조 조치 철회를 이행하면 된다고용노동부의 2013년 10월 24일 자 법외노조 통보’ 공문 한 장만 즉각 취소하면 박근혜정권의 굵직한 적폐’ 하나가 바로 청산되는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교사의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을 억압해 온 한국 사회의 오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교원노조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을 개정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 98호 등 핵심협약들을 속히 비준하여 노동자이자 시민인 교사들에게 그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하는 것은 나라다운 나라로 가기 위한 시대적인 과제다.

법외노조 철회는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향한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첫 관문이다전교조와 새 정부는 황색언론이 말하는 채무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촛불혁명의 과제를 완수할 책무를 함께 지고 있다따라서 법외노조 철회 요구는 전교조의 몫이고 법외노조 철회 조치는 정부의 몫이다우리는 정부의 발표만 바라보고 기다리지 않을 것이며사회를 바꾸고 교육을 바꾸는 새 역사의 길목에서 구경꾼으로 머물지 않고 주체로 나설 것이다이에 전교조는 오늘부터 이 자리에서 법외노조 철회교원노조법 개정노동3권 쟁취를 위한 농성에 돌입한다.

죽지 않았으니 부활할 일이 없고불법인 적이 없으므로 합법화할 것도 없다전교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으로서 분명한 실체를 가지고 있다따라서 합법화니 재합법화니 부활이니 하는 용어는 전교조와 무관하다우리의 1차 목표는 박근혜정권에 부역하느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를 자행했던 고용노동부와 임의의 후속조치를 강행했던 교육부의 무단 행정을 바로 잡아 박근혜의 적폐’ 하나를 청산하는 것이다나아가 법 개정을 쟁취하여 이 땅의 교사들을 노동자이자 시민으로 온전하게 세움으로써 한국 사회의 오랜 적폐’ 하나를 해소하는 것이다빠르고 단호한 결단을 정부에 촉구한다.

2017년 5월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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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원칙과 현실 ‘균형론’ 앞세워 인사 논란 정면돌파

[검증대 오른 새 정부 인사]문 대통령, 원칙과 현실 ‘균형론’ 앞세워 인사 논란 정면돌파


ㆍ지지율 ‘자신감’…야당 입장표명 요구에 조목조목 응답
ㆍ청, 장관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비리 시점 ‘기준’ 제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 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공약 후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당과 국민의 양해를 구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현실적인 인선 기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5대 비리자 공직 배제 원칙이 훼손된 데 대해 직접 입장 표명을 해달라는 야당의 요구에 조목조목 응답했다. ‘사과’나 ‘유감’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면서 인선한 후보자들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두고 ‘빠른 내각 구성을 통한 국정공백 최소화’와 ‘국민들이 기대한 탕평 인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러한 선의가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려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되어버렸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9일 국회의장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 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9일 국회의장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 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위장전입·탈세·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자 고위공직 임명 배제 원칙을 훼손할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 원칙을 중시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많이 문제가 됐던 사유들”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 원칙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실제 적용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정한 공직 후보자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문제가 남는다. 문 대통령은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문 대통령은 “사안마다 발생 시기와 의도, 구체적 사정, 비난 가능성이 다 다른데 어떤 경우든 예외 없이 배제”하는 것은 “현실 속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때그때 적용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되어서도 안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적용 기준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이날 예시한 구체적 기준은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등 5대 비리를 저지른 인사의 고위공직 임명을 배제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지금 문제가 되는 이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양해할 수 있는 일이 된다. 
문 대통령은 이런 논리로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은 야당과의 갈등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는 높은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지난 22~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84.1%에 달했다. 이 후보자 국회 인준 찬성 의견은 72.4%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5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말 사이 국회와 물밑 접촉 과정에서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들이 이 후보자 인준 절차에 협조할 것이라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만으로도 인준 통과가 가능해지면서 후속 인선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반발해 야당과의 긴장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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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 선거 의식해 세월호 수사 지연시켰다”


등록 :2017-05-30 01:25수정 :2017-05-30 01:33

전·현직 검찰 관계자 증언 잇따라
“6·4 지방선거 앞 여권 참패 걱정
법무부가 수사팀 인사 계속 늦춰”

“영장서 과실치사 빼라는 지시는
오직 장관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
지휘권 행사 아닌 직권남용 해당”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법무부 장관 재직 당시인 2014년 7월 휘하 검찰국 라인을 통해 검찰에 당시 세월호 수사 과정에서 긴급체포된 해경 123정장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업과사)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황 장관 등 법무부 수뇌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 치러진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에서 여권이 참패할 것을 우려해 해경 수사팀 구성과 수사 착수도 최대한 지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에 “123정장을 긴급체포한 광주지검 수사팀이 대검 형사부를 통해 ‘업과사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올렸는데, 법무부가 대검을 통해 ‘업과사는 안 된다. 빼라’고 지시했다. 그건 오직 장관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당시 검찰국장·과장은 전달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황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구체적인 사건의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검찰에 영장의 특정 죄목을 빼라고 지시했다면 지휘권 행사가 아니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빼고 청구한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장관의 영장 청구 개입 행위가 실제로 이행된 것이다. 수사팀은 석달 뒤인 2014년 10월초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123정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황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가 6·4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수사팀 구성과 수사 착수 시점을 최대한 늦췄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겉으론 ‘해경 사기 저하’ 운운했지만, 사실은 선거를 걱정했다. 그래서 당시 수사팀장에 ‘강성’인 윤대진 형사2부장을 임명하는 데도 진통이 있었고, 각 지검에서 차출하기로 한 수사팀 구성도 (법무부에서) 인사를 내주지 않아 계속 늦춰졌었다”고 했다. 당시 광주지검 관계자도 “6월 지방선거 전에는 일체 대외수사를 못하게 했다. 검사들이 목포까지 갔다가 갑자기 ‘하지 마’ 그래서 돌아온 일도 있다. 해경 전산서버 압수수색을 6월5일에야 나간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세월호 수사 외압 전반에 대한 재수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증거 인멸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당시 해경에 대한 수사가 미뤄진 이유, 123정장 구속영장에서 업과사를 빼라고 한 과정 등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걸 매듭 짓지 않고는 다른 수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societ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96750.html?_fr=mt1#csidx04b9673cdb5a00e8a7477e20f222493 

서훈 "북풍, 국정원의 아픈 역사 정치개입 단절로 그 역사 끊겠다"


17.05.29 15:24l최종 업데이트 17.05.29 15:48l






선서하는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서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밝혔다.
▲ 선서하는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서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대단히 부적절했다. 남북뿐만 아니라 (모든) 정상회담 회의록은 국가 차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비밀을 유지해 보관해야 한다. 그게 상례이고 당연한 조치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른바 NLL 대화록) 공개를 "대단히 부적절했다"라고 비판했다.  

서 후보자는 29일 오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그것이 일반에 공개됐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전직 국정원장의 처벌 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신경민(더불어민주당) : 정상회담 회의록이 청와대에서 유출된 것인지도 함께 조사해 달라.

서훈 : 네. 

 : 발췌본이 만들어지고, 발췌본이 회람된 것도 함께 조사하는 게 맞다.

 : 관련된 사항을 한 번 들여다보겠다.

 : 만약 잘못됐다면 전직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국가정보원장도 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

 : 국정원 내규나 관련된 규정에 어긋남이 없는지 찾아보겠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대화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겠다고 발언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이었던 남재준 전 원장은 2013년 6월 이 회의록을 공개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2014년 5월, 윤상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노 전 대통령은 (NLL) 포기라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질의하는 신경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신경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국정원 신뢰 저하, 대단히 부끄러운 일"

서 후보자는 지난 해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태'를 거론하며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너무 빠른 시간에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은 평소와 다르다고 느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서 후보자는 "북풍의 역사가 국가정보원 입장에선 아픈 역사다"라며 "과거 제가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북풍이) 있었습니다만, 저희가 어떤 형태의 정치개입도 안 하겠다는 각오 속에 이런 아픈 역사를 끊으려는 의지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 사건(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그 사실 관계는 한 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서 후보자는 ▲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 ▲ 보수단체 관리 ▲ 휴대폰 사찰 사건(이른바 임과장 마티즈 사망 사건) ▲ 간첩조작 ▲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개입과 언론공작 ▲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 등 각종 논란과 관련된 조사를 요청하는 신 의원의 질문에 "살펴보겠다"라고 답했다. 

앞서 서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 동안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논란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로부터 국정원의 기능과 존재가 의심받는 상황은 평생 국정원을 지킨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저는 국가정보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다면 국가안보가 위험해진다는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후보자는 "저는 28년간 몸 담았던 국정원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고, 국정원의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 잘 안다"라며 "청문회를 통해 국가정보원장으로서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직 국가와 국민에 헌신하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그리고 구성원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하는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