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부모들 박근혜 정부 보육정책 비판 |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을 수도 키울 수도 없다!”
8일 오전 매서운 바람도 개의치 않는 ‘엄마’들이 들고 선 현수막 문구는 아이 키우기 힘든 나라에서 살아가는 부모들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했다.
이날 전국여성연대, 부산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는 ‘박근혜정권 보육정책 평가 설문 결과 발표 및 맞춤형 보육 정책 폐기와 국가책임보육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었다.
전국여성연대와 부산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는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전국의 만 0~5살(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 1425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권 보육정책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들은 응답자의 90%가 박근혜 정부의 보육정책에 대해 ‘매우 불만족’ 혹은 ‘불만족’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히며 “무상보육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맞춤형 보육정책을 내놓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비판했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의 보육정책 점수는 1.74/5점으로 낙제 점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유라에겐 모든 걸 맞추고 대다수 아이들은 돌봄 받을 수 없는 나라냐?"
이날 2살배기 아이를 담요로 꽁꽁 두른 뒤 아기띠로 안은 채 회견에 참석한 이미선 씨는 7살, 4살, 2살 된 세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가 내는 세금은 우리 아이들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돌보는 시스템에 쓰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유라에겐 모든 걸 맞추고 정작 국가가 돌봐야 하는 대다수 아이는 안정적 돌봄 받을 수 없는 나라냐”고 꼬집어 말하며 시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씨는 “박근혜 정부가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누리과정 지원을 끊겠다고 하자 보육 문제가 피부로 와 닿았다”고 말했다. 만 3~5살 유아 무상보육 정책인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2012년 대선 공약이다. 박 대통령은 누리과정을 ‘국고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시도 교육청의 초·중·고 예산으로 부담하도록 해 2013년부터 매년 분란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 씨는 또한 맞춤형보육정책과 관련해 “절차상 이용자만 더 번거롭게 만들었지 교육의 질은 떨어졌다. 선생님들은 등·하원 시간에 맞춰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오는지 확인하느라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하기 힘들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누리과정 예산 삭감에 맞춤형 보육 시행으로 혼란 가중
만 0~2살 아동이 보육시설 이용 시 종일반(일일최대 12시간)과 맞춤반(일일최대 6시간)으로 나누어 이용하게 하고 보육시설에 정부지원금을 차등지급하는 제도를 일컫는 ‘맞춤형 보육정책’은 지난 7월1일부터 시행됐다. 해당 설문조사는 응답자의 95%가 맞춤형 보육정책에 반대하며 “당장 폐기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안진경 부산 참교육을 위한 부모연대 대표는 현 정부의 보육정책이 정작 영유아 부모들이 처한 보육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박근혜 정부 특유의 ‘불통’이 보육정책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설문조사 중 ‘아이를 양육하며 가장 힘든 점’을 묻는 문항에선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나 기관을 찾기 어렵다’가 ‘육아비용에 대한 부담’(2위)이나 ‘육아 및 가사 분담이 되지 않아서’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안 대표는 이 결과가 어린이집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아동학대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유아 부모가 원하는 우선순위 국공립 보육시설
또한 ‘국가책임보육 실현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점’을 묻는 문항에선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국공립, 병설)의 확대’가 1위를 차지하며 문제의 시급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전국 평균으로 볼 때 국공립 보육시설의 비율은 전체 보육시설의 6.2%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날 회견에서 “16년 째 초저출산국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 이대로라면 2750년이면 나라가 사라질 수도 있다”라는 위기의식을 상기했다. 이들은 이어 “오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더 많은 ‘엄마’들이 모여 민간시장에 발목 잡혀 국공립 보육시설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재벌과 기업 눈치 보며 출산휴가, 육아휴직 하나 제대로 보장해 주지 않는 무능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외치겠다”라는 계획을 밝히곤 “우리 아이들에겐 좀 더 좋은 세상을 주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명주 기자 ana.myungju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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