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16일 오후 3시 21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기자실에 어이없는 웃음이 번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엘시티 비리 사건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한 줄 속보 때문이었다.
기자들은 지난주부터 박 대통령이 언제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대한 검찰의 대면조사를 받느냐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하루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나서서 검찰이 제시한 16~17일 대면조사는 불가하다고 역설했고, 이날도 조사날짜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의 조사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비리 의혹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고 나서니 실소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 별다른 국정운영 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박 대통령이 유독 이 엘시티 수사에 대해 철저 수사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갑작스러운 '엘시티 철저 수사' 지시의 이유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엘시티 사건이 대통령과 연관된 비리인 것처럼 의혹을 제기한 것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철저 수사로 의혹을 벗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엘시티 사건을 반격카드로 꺼내 들었다고 본다. 부산 해운대 101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 공사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가 57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혐의에 대한 부산지방검찰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루된 정치인 중에는 야권 인사도 있다는 소문도 있다. 박 대통령이 비리 정치인 수사, 특히 야당에 대한 비리 공세로 최순실 게이트를 희석시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실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다가 사퇴를 종용당했고,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피의자로 기소됐다가 2심까지 무죄를 받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점쳤다.
조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검찰 수사경과를 보고받고 있는 모양이다. 어느 정도 급이 되는 인물이 엮였다는 보고를 받고 물타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썼다.
또 "내치에까지 관여하는 모양새에 격분한 시민들이 과격폭력시위에 나서면 이를 빌미로 보수세력의 재결집을 꾀하고 더 나아가 비상계엄을 발동하여 판을 엎는 꼼수일 수 있다"며 "그 어느 경우건 대통령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하루 전 변호인을 통해 '조사는 나중에 받겠다', '서면조사가 합당하지만 대면조사를 받아주겠다',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고려해달라'는 등 기존의 태도를 확 바꾼 데서 이어진 것이다.
"18일이 마지노선"이라지만 묘수 없어... 왜 '참고인'으로?
대통령실은 갑작스러운 '엘시티 철저 수사' 지시의 이유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엘시티 사건이 대통령과 연관된 비리인 것처럼 의혹을 제기한 것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철저 수사로 의혹을 벗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엘시티 사건을 반격카드로 꺼내 들었다고 본다. 부산 해운대 101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 공사 시행사의 실질 소유주가 57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혐의에 대한 부산지방검찰청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루된 정치인 중에는 야권 인사도 있다는 소문도 있다. 박 대통령이 비리 정치인 수사, 특히 야당에 대한 비리 공세로 최순실 게이트를 희석시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실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다가 사퇴를 종용당했고,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피의자로 기소됐다가 2심까지 무죄를 받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점쳤다.
조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검찰 수사경과를 보고받고 있는 모양이다. 어느 정도 급이 되는 인물이 엮였다는 보고를 받고 물타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썼다.
또 "내치에까지 관여하는 모양새에 격분한 시민들이 과격폭력시위에 나서면 이를 빌미로 보수세력의 재결집을 꾀하고 더 나아가 비상계엄을 발동하여 판을 엎는 꼼수일 수 있다"며 "그 어느 경우건 대통령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하루 전 변호인을 통해 '조사는 나중에 받겠다', '서면조사가 합당하지만 대면조사를 받아주겠다',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을 고려해달라'는 등 기존의 태도를 확 바꾼 데서 이어진 것이다.
"18일이 마지노선"이라지만 묘수 없어... 왜 '참고인'으로?
▲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해 검찰 및 특검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검찰 로고 옆으로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가 비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박 대통령 말만 믿고 조사날짜를 제시했지만, 변호사를 선임한 박 대통령 측이 '다른 사람 조사 다 끝내고 마지막에 받겠다'고 하자 뾰족한 수를 못 내고 있다.
16일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어제 변호인 발언으로 봐서는 내일(17일)도 쉬워 보일 것 같지 않다"면서 "저희가 그야말로 마지노선을 넘었다. 그 선까지 넘어 양보하면 금요일(18일)까지 가능하다고 입장을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형사소송법은 참고인에 대한 구인제도가 없다. 불출석하는 참고인에 조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구속 기간 만료(20일) 전에 기소 예정인 최순실씨의 공소장에는 중요한 대목이 누락될 것으로 보인다.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 최씨의 범죄사실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여행위 등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최씨 공소장에 기재되지 못할 상황이다.
추후 공소장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박 대통령의 조사 미루기로 최씨의 공소사실이 부실해지는 결과가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 바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꼼수를 가능하게 한 건 애초에 검찰의 봐주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형사소송법상 참고인은 수사기관의 출석요청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 따라서 참고인은 소환에 불응해도 되고, 출석을 자신의 편의에 맞춰 유예할 수도 있다"며 "참고인 박근혜와 그 변호인을 탓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원초적 잘못은 명백한 피의자에 대하여 참고인의 지위를 부여한 검찰에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피의자로 입건하였다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의 이야기도 '뉴스'가 됩니다. 지금 시민기자로 가입하세요! ✎ 시민기자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