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직 하야만이 답이다'질서있는 퇴진론'을 배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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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의 ‘박근혜 퇴진’ 함성이 청와대 담장을 넘자 여야 주도세력이 또 다른 정국 타개 방안을 들고 나왔다. 바로 ‘질서있는 퇴진론’이다.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일보를 필두로 여야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나온 '질서있는 퇴진론'은 급기야 15일 우상호 원내대표를 통해 민주당 당론으로 확인되었다. 연합뉴스 등 이른바 주류 언론들은 이것이 마치 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만의 주장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조선일보, 비박 모두가 주장하는 여야의 물밑 합의의 결과이다. 박영선 의원은 13일 “국회가 안정적 하야, 질서있는 퇴진 요구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 비상시국전원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밑에서 추진하던 비박, 민주당, 국민의당 3당 야합의 산물인 ‘비상시국회의’가 실제 가동하여 소위 ‘질서있는 퇴진론’을 내놓은 것이다.
소위 ‘질서있는 퇴진론’은 지난 주 추미애 대표,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제기한 ‘단계적 퇴진론’이 박 대통령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국민의 퇴진 요구는 더욱 거세지자 강도를 조금 더 세게 해서 내놓은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질서있는 퇴진론’은 문자 그대로 법적 틀 내에서 질서있게 대통령을 퇴진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비박과 야당간 권력분점 내지 정국을 기존 여야 중심으로 끌고가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 국민의당 보다는 조선일보가 일목요연하게 잘 제시하고 있다. ‘질서있는 퇴진’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내치, 외치의 권한을 모두 가진 거국책임총리 임명. 사실상 대통령 권한대행 △수사 결과에 따른 대통령 탄핵 △탄핵심판 기간 동안(180일) 개헌 추진 △내년 4~6월 사이 조기 대선이다.
이 시나리오 실행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박 대통령 스스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임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가진 박 대통령 측을 설득하여 그 권한을 내려놓게 하려면 뭔가를 주고받는 담판이 필요했던 것이다. 추미애대표가 갑작스럽게 대통령과 양자담판을 가지려 했던 배경이다. 14일 세간에서는 이 양자회담에 대해 추대표가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대가로 김종인 대통령 권한대행(책임총리)임명과 대통령 탈당을 거래하려 했다는 추-박 밀약설이 떠돌았다.
다행히 이 같은 시도가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과 국민의 뜻을 바로 알고 있는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 됐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계속되는 비박, 조선일보 등과 입장을 같이하는 행보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대통령이 권한대행을 임명하지 않은 조건에서 당장 탄핵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탄핵 의결 시 그 권한이 바로 황교안 총리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비박에서는 받을 수 있는 카드겠지만 야당은 물론 국민적 거부감이 크고 무엇보다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헌 성향의 거국책임총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법적 요건에 맞게 체결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사인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 대통령 측은 임기보장을 내세우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책임총리)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일부 친박은 “차라리 탄핵하라”고 먼저 치고 나오고 있다.
친박이 먼저 “탄핵하라”고 나오고 있는 것처럼 현 정세에서 탄핵은 바람직한 수단이 아니다. 탄핵심판 6개월의 기간은 친박에게는 생존과 회생의 시간을, 비박에게는 내부 정비와 ‘합리적 보수’로 포장하여 재창당하는 시간을 벌어 줄 뿐이다. 대부분의 비박 배후에는 이명박이 있다. 이들은 그 기간 동안 또 다시 국민을 속이고 야권을 분열시킬 것이다. 또 개헌을 추진하여 권력의 한 자락이라도 차지하려고 온갖 술수를 부릴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 첨병이자 사령탑 노릇을 하고있다. 일부 진보 언론을 비롯한 야당 성향 일부 지식인들 조차 이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덩달아 나서서 탄핵하자고 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심판은 국민과 야당에게는 별로 이로울 것이 없는 사안이다.
100만 국민 항쟁은 단지 박 대통령과 친박 일파만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그간 박 대통령을 떠받쳐 주었던 모든 세력, 새누리당 비박계,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 언론, 재벌등 부패와 특권, 부정과 반칙세력 모두가 포함된다. 이들 모두는 일찍부터 최순실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고 음양으로 이들을 비호하여 오늘의 사태를 낳게 한 장본인들이다. “이게 나라냐”를 만든 자들이다. 지금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보수, 진보, 중도를 불문하고 한국사회를 바꾸자는 것이다. 소수의 몇몇만을 청산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부정과 반칙이 넘치는 사회, 차별과 갑질이 일상화된 나라, ‘헬조선’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 수구보수세력 대부분을 청산해야 한다. 그러기에 “새누리 해체”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국민의 당은 정녕 이 바램을 모른단 말인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야당이 힘을 합쳐 대통령을 즉시 하야시켜 수구보수 세력이 정비할 시간을 주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도 15일 문재인의원이 ‘조건없는 대통령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는 선언을 하였다. 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잘 한 일이다. 또한 민주당이 "야3당·시민사회와 비상시국기구“를 구성해 퇴진투쟁에 나서겠다는 발표도 환영할 일이다. 나아가 민주당은 ‘질서있는 퇴진론’이란 당론 역시 폐기하여야 한다. 대통령 ‘즉시 퇴진’과 ‘질서있는 퇴진’은 조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당은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본래의 성격에 맞게 제1야당으로서 국민을 믿고, 국민에 의거해서, 국민을 위한 새로운 사회 건설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요 요구다. 비박, 조선일보와 함께하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고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등 국민과 손잡고 ‘즉시 퇴진’에 전당이 나서야 한다. 새누리당의 책임을 물어 그들의 권한을 제한하고 국민과 함께 민주과도내각(국민내각)을 구성하여 조기대선으로 나가야 한다.
국민의 명령은 ‘즉시 퇴진’이다. 오직 하야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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