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 투쟁단 25일 대규모 상경 투쟁 예고 |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조직한 전봉준 투쟁단이 전국순회활동을 거의 마치고 25일 대규모 상경을 준비한다.
전봉준 투쟁단은 전라도와 충청남도에서 서군이, 경상도와 충청북도에서 동군이 나눠서 활동했다. 이들은 각각 남쪽 끝인 전라남도 해남과 경상남도 진주를 출발해 전국의 농촌을 돌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차량 퍼레이드를 벌였다.
당일 차량행진이 예정된 지역의 농민회원들이 박 대통령 퇴진 촉구 구호가 담긴 각종 깃발과 현수막을 단 트랙터와 1톤 트럭을 몰고 방송과 함께 동네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방송차량에서는 박 대통령 퇴진의 정당성을 알리는 선전문구와 함께 ‘하야가’ ‘이게 나라냐 ㅅㅂ’와 같이 최근 유행하는 박 대통령 관련 노래를 틀며 이동하고 있다.
투쟁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왜 하필 트랙터와 트럭일까? 전농 관계자들은 “농민들은 농기계 장만하느라 빚더미에 앉는데 농기계 할부금도 갚기 힘들 만큼 쌀값이 폭락하니 차라리 도로 가져가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실제로 25일 30~50대의 트랙터와 최대 2천대의 1톤 트럭을 몰고 청와대로 가 박 대통령에게 “당신 때문에 할부금도 못 갚게 된 농기계 가져가라”며 농기계 반납 행동을 벌이려고 한다.
농기계 할부금 갚은 데만 10~15년, 빚으로 버티는 농민들
우리나라 농민들의 삶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빚으로 버티는 삶이다. “쌀농사를 규모 있게 제대로 지어 보려면 작은 농기구와 비료포대를 싣고 다닐 1톤 트럭, 트랙터와 콤바인, 이들을 싣고 다닐 5톤 트럭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장만하려면 2~3억이 드는데 대부분 빚으로 해결한다. 농협에서 융자를 받으면 3년 거치 7년 상환하는 식으로 10~15년에 걸쳐 갚아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문제는 할부금 다 갚기도 전에 농기계 수명이 다해 또 다른 빚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전봉준 투쟁단에 함께한 농민들의 설명이다.
정주용 전농 충남도연맹 조직국장은 “그나마 농사를 계속 짓는 한은 농협이 몇 억이라도 융자를 해주고, 텃밭에서 나는 작물 등으로 식료품 구입비용이 거의 안 드는 등 생활비가 도시에 비해 적게 드는 덕분에 농민들은 어찌어찌 살아간다. 농민들은 쌀농사 외에 마늘, 고추 같은 상품 작물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다가 자신이 심은 작물 가격이 뛰면 몇 년 치 빚을 갚고 잠깐 맘 편히 지내다 또 빚이 늘어난다”라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과거에는 국가에서 농기계를 사는데 보조금을 주는 제도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 지자체를 빼고는 없어졌다. 지자체 등에서 중요한 농기구를 싼 값에 대여해주는 제도도 있지만 워낙 준비된 수량이 적어 대부분의 농민이 혜택을 볼 수 없다”라고 호소한다. 한 전농 관계자는 “국가가 농산물 수입의 길을 트기 위해 일부러 우리 농업을 망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농민들을 위한 지원정책이 엉망이다”라고 주장했다.
“수십 년 간 농민에게 희생하라 해놓고는 뒤에서 재벌들과 농간”
전봉준 투쟁단의 활동은 서군과 동군 대장을 맡고 있는 이효신, 최상은 전농 부의장을 빼면 그날그날 멤버가 바뀐다. 중앙과 전농의 지역 간부들도 다른 일정이 많아 매일 참여하지는 못한다.
충남 홍성을 출발해 예산, 당진, 아산을 순회하는 23일 서군 일정에는 김영호 전농의장도 함께 했다. 김 의장은 “동학 농민혁명이 일어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매우 비슷하지 않나”며 “국가는 저곡가 정책 등 수십 년 간 농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해 왔는데 알고 보니 뒤에서는 재벌들하고만 경제성장의 단물을 나눠먹고 있었다. 농민들은 더 이상 양보만 하고 있을 수 없다”라고 전봉준 투쟁단 활동의 배경을 역설했다.
보통 전봉준 투쟁단은 아침 9시쯤 예정 장소에 집결해 하루 종일 지역 곳곳을 누비고 저녁에 간단한 평가회의를 한 뒤 지역에서 열리는 박근혜 퇴진 촛불행사에 참여한다. 22일 저녁에는 특별히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에게 살인 물대포를 직사 살수한 최모 경장이 근무하는 홍성경찰서 앞에서 최모 경장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벌였다. 23일에는 아산 온양온천역 옆에서 농기계를 가져다 놓고 지역주민들과 촛불집회를 가졌다.
전봉준 투쟁단 서군은 24일 활동을 쉬고 경기도 의정부 마석 모란공원묘지에서 열리는 전용철 열사 추모제에 참석하며 동군은 경기도 안성에서 마지막 활동을 한다. 그리고 25일 전국의 회원들이 경기도 일원에서 농기계와 함께 집결해 청와대 행진을 시도한다.
전농 관계자는 “경찰이 분명 농민들의 집결과 이동을 막을 것으로 보여 쉽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청와대로 가 우리들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수영 기자 heosw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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