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에 나중은 없다, 바로 지금 당장
» 기업 이윤을 사장부터 말단직원까지 똑같이 나누는 그래비티 페이먼트 회사 직원들.
지금은 ‘서울 디지털 산업단지’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탈바꿈한 구로공단은 1960년대 수많은 노동자들이 땀과 눈물로 청춘을 바쳤던 한국 수출 산업의 현장입니다.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건강을 잃으며 밤낮없이 일하는 노동자를 대변하여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 열사가 목숨을 내걸고 말했습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 수 없다.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
그때 경영자들과 정치인들은 뭐라고 했나요?
“지금은 우선 나라가 잘살아야 하니, 노동자에게는 나중에 돈 벌면 나눠줄게.”
‘나중에, 나중에……’라며 미루는 동안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비참해졌지만 정부는 기업 중심 정책을 밀고 나갔고, 노동자의 땀과 눈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지금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촛불은 불을 나눠도 빛이 약해지지 않는다
2016년 8월 현재, 우리나라 시간당 최저임금은 6,030원입니다.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1만 원, 우리보다 조금 잘사는 프랑스는 1만 1,000원, 독일은 1만 2,000원입니다. 미국은 모든 주마다 최저임금제가 다르게 실시되는데, 뉴욕의 경우 2016년 현재 시간당 9달러인 최저임금을 2019년까지 15달러(약 1만 7,000원)로 인상할 것을 최종 결정했습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6,030원이면 100만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한 달을 살라는 뜻입니다. 여유 있는 삶은 고사하고 입에 풀칠하기도 힘겹습니다. 재벌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비축하고 있으면서 노동자들을 위한 지출은 외면합니다. 가진 자들은 애초부터 노동자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다 같이 잘살아야 합니다. 거대기업 몇 개만 잘된다고 국민 전체가 잘사는 것이 아닙니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한 개의 촛불로 많은 촛불에 불을 붙여도 처음 촛불 빛은 약해지지 않는다.”
나눈다고 해서 적어지거나 소멸되지 않는다는 뜻이고, 오히려 빛을 나눔으로써 세상은 더 환해진다는 뜻입니다.
부자들의 세금으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리는 곳이 북유럽 국가들입니다. 독일의 경우 최저임금을 올리니까 노동자들이 소비를 많이 하고, 기업은 물건이 잘 팔려 자본 회전이 잘되니 나라 경제 여건도 덩달아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와는 정반대입니다.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을 거라는 예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돈을 풀지 않으니 노동자들은 쓸 돈이 없고, 소비를 안 하니 경제가 활력을 잃고, 기업은 물건을 팔 수 없어 도산 위기에 처하는 악순환을 거듭합니다. 탈무드의 촛불 이야기가 주는 교훈을 너나없이 되씹어야 할 오늘입니다.
지금까지 돈 쓴 일 중에서 제일 잘한 일
기업 이윤을 사장부터 말단직원까지 똑같이 나누는 회사가 있습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그래비티 페이먼츠(GravityPayments)라는 이름의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하는 기업입니다. 창업자이며 CEO인 댄 프라이스는 서른 살이던 2015년 전 직원의 최저 연봉을 7만 달러로 맞추기 위해 자신의 연봉을 100만 달러에서 90퍼센트 삭감하여 10만 달러로 하고, 나머지 90만 달러는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프라이스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2011년 어느 날, 댄 프라이스가 휴식시간에 직원 한 명과 나눈 대화가 발단이었습니다. 댄 프라이스는 직원에게 인사말로 잘 지내느냐고 물었습니다. 당시 연봉이 3만 5,000달러였던 이 직원은 사장 면전에서 퉁명스럽게 대꾸하더랍니다.
“내 연봉을 당신이 다 빼앗아가서 행복하지 않아요.”
뜻밖의 말에 충격을 받은 그는 자신의 회사부터 소득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는 연봉을 많이 올려줄수록 직원들이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매년 평균 15퍼센트씩 연봉을 인상했습니다.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행복해하는 직원들에게 댄 프라이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자본가인 내가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껏 제가 돈 쓴 일 중 제일 잘한 일입니다.”
댄 프라이스는 직원들을 돈 주고 부리는 소모품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행복하기를 원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평등을 넘어서 미래를 함께하는 공생의 관계였던 것입니다.
평균연봉 4만 8,000달러에서 최저연봉 7만 달러로 직원들의 임금을 올린 그래비티 페이먼츠 회사는 1년이 지난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일부에서는 악담을 퍼부으며 망할 거라고 했는데, 고객은 55퍼센트 증가했고 수익은 350만 달러에서 650만 달러로 늘어났으며, 높은 임금 덕분에 직원들은 회사가 있는 시애틀이나 근교로 이사 와서 통근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최고경영자의 나누겠다는 결심으로 모두 다 잘사는 세상을 실현한 것입니다.
우리가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선진국의 기업문화에서 인간존중 사상이 상식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혁명에서부터 시작한 민주주의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의 열망이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적 가치를 가장 근본적으로 일깨워주었고 그때부터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며, 서로를 아끼고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줄기차게 믿어왔던 것입니다.
» 인간이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 자급자족하는 공동체를 꿈꾸는, 강원도 평창 성 필립보 생태마을의 대표 황창연 신부가 생태마을의 황토방에서 발효시키고 있는 메주들 사이에서 환히 웃고 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제가 살고 있는 평창 성 필립보 생태마을에는 40여 명의 직원이 함께 일합니다. 월급을 주는 원칙을 제가 정했는데 최저와 최고의 월급 차이가 두 배 이상 넘지 않습니다. 가령 관리책임자 월급이 500만 원이면 신입사원 첫 월급은 250만 원이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래서인지 서로 위화감 없이 평화롭게 일들을 합니다. 생태마을 직원들은 그간의 수고에 대한 포상 차원에서 3년에 한 번 보너스로 단체 해외여행도 합니다.
나중에, 더 잘살게 되면……. 이런 핑계로 미뤄서는 언제까지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나부터 오늘 당장 주변을 돌아보며 나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바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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