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승리 아닌 재미동포 승리라 생각 – 정의는 그냥 주어지지 않아
2016/08/22
편집부
▲ 세월호 시위 중인 린다 리 씨 © 뉴스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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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재판 과정 후에 종북몰이에 대한 명예 훼손 소송에서 린다 리 씨가 승소했다. 당시 한국 보수 언론들이 해외 민주화 단체 회원들의 신상을 털고 종북몰이한 것에 대해 많은 동포들의 분노가 대단했다. 그래서 이 재판 결과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재판 승소 소식을 접한 후 뉴스프로는 린다 리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심경을 전한다.
1. 재판이 시작된 후 2년이 지나 마침내 미시 USA를 종북이라고 매도한 보수 인터넷 매체 발행인과 기자들이 벌금형을 받았다. 그동안 그리고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
린다: 2년간의 지루한 싸움이 끝났다. 4건의 소송 모두 승소해서 기쁘다. 쉬운 싸움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지는 몰랐다. 블루투데이 측에서 자꾸 여러 가지 트집을 잡아서 재판이 계속 연기됐고, 도중에 담당 검사와 판사가 바뀌어서 내용을 다시 보내기도 했다. 내가 대표해서 소송을 했지만 나의 승리가 아니라, 재외동포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2년간의 변호비용에도 못 미치는 가벼운 손해배상 판결은 앞으로도 재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2. 소송을 위해 재외 동포들의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후원해 주신 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한다.
린다: 승소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나간 어제 소송비용을 후원해 주신 분들께 이메일과 MissyUSA, 페이스북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이 감사 인사를 드렸다.
“길고도 지루한 싸움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2년 만에 여러분께 승리의 소식을 전합니다. 여러분들께서 함께해 주시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정의가, 진실이, 그리고 함께하면 이긴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이길 수 있었고, 함께 해 주셔서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3. 린다 리 씨 사건 당시는 세월호 시위가 미국에서 점점 거세게 확산되고 있었고, 많은 해외 민주화 운동 단체 회원들의 신상이 털리는 일이 있었다. 왜 보수언론의 타깃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린다: 미주 37개 도시에서 세월호 시위가 열릴 정도로 해외에서 세월호 시위는 뜨거웠다. 주로 30, 40대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MissyUSA 사이트를 통해서 자발적으로 모였다. 그중에는 전부터 시민운동을 해온 분들도 있었겠지만, 어느 단체소속이 아닌 엄마, 아빠 개인으로 모였다.
그런 자발적인 모임을 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몇몇 핵심이라 생각하는 사람을 지목해서 ‘종북’으로 몰고 신상을 털면 두려워서 그만둘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린 부모이기에 그만둘 수가 없었다.
4. 소송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린다: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이 저조해질 무렵, 소송으로 인해 오히려 해외에서의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고 지역 간의 연대가 더욱 돈독해졌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십시일반으로 소송비를 모아 겨우 소송을 시작했는데, 해외에 살기 때문에 공탁금을 내지 않으면 소송이 기각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하마터면 소송을 포기할 뻔한 것이다. 하지만, 소식을 들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공탁금을 마련해서 소송을 재개할 수 있었다.
5. 린다 리 씨 승소는 큰 의미가 있으며, 근거 없이 종북이라 보도할 경우 언론매체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해외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동포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은가?
린다: 내가 소송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정부에 대해 비판을 하면 북한을 추종하지 않아도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특히, 해외에 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해도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간 재외동포들에 대한 ‘종북몰이’가 도를 넘을 정도로 지나쳤다고 본다.
그래서, 그것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선 누군가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선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외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재외동포들은 늘 조국인 대한민국이 잘되기만을 바라며 몸은 멀리 해외에서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해서 시위도 하고, 서명운동도 하는 것이다. 이런 애국심에서 나온 행동을 ‘종북’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6. 린다 씨가 보는 한국의 민주화는 어떤 상태인가?
린다: 고등학교 때 이민 와서 30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다. 미국도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나의 눈으로 보기에는 대한민국은 지난 8년간 민주주의가 급속도로 후퇴해서 내가 한국에서 살던 70, 80년대 수준으로까지 되돌아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특히, 언론은 거의 미개한 수준인 것 같다. 언론은 국민에게 사실을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대한민국의 대다수 언론의 왜곡, 편파 보도를 보면 정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7. 미 시민권자 아이들에게 이번 소송에서 이긴 엄마로서 해 줄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이 있나?
린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우리 엄마는 ‘activist(활동가)’라고 소개한다. 정의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불의를 보고 참지 않고 그에 맞서 싸워야만 얻을 수 있다는 걸 이번 소송을 통해 아이들이 깨달았길 바란다.
8.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어떤 활동을 할 예정인가?
린다: 사실 아무런 활동도 하고 싶지 않다. 아니,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어떤 계획을 하며 활동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때그때 마음이 가장 쓰이는 곳에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하게 된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은 한국에 THAAD 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 그것을 반대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못난 조상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시민권자로서 내가 내는 세금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깨뜨리고 군비경쟁을 가속화 하는 데 쓰이는걸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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