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전교조 교사들이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취지의 시국선언을 했다가 징계 처분을 받았다. 관련 법률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언제쯤 보장될까?
조회수 : 302 | 김선수 (변호사) | webmaster@sisain.co.kr
2008년 5월 촛불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자,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 뒤 정부는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검찰을 앞세워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 <PD수첩>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졌고, 특히 인격 모욕적인 검찰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등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취지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2009년 6월18일 국정 쇄신, 언론·집회·인권 및 양심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하 ‘1차 시국선언’)을 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차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전교조는 이에 반발해 2009년 7월19일 다시 교사들 명의로 시국선언(이하 ‘2차 시국선언’)을 했다.
각 지방교육감들은 교육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2009년 11~12월께 1차 또는 2차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이에 참가한 일부 교사들에 대해 해임 등 징계처분을 했다. 교원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은 ‘집단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과 ‘교원의 노동조합은 일체의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교원노조법 제3조 위반에 해당한다며 징계를 강행한 것이다.
ⓒ시사IN 자료
2009년 6월18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
징계를 받은 교원들은 교원소청 심사를 거쳐 2010년 징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행정소송 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 제66조와 교원노조법 제3조에 대해 위헌제청 신청을 했다.
국립학교 소속 전교조 간부들은 1차 및 2차 시국사건을 이유로 국가공무원법과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 기소되기도 했다. 전국에 걸쳐 교사들이 시국선언에 참여해 전국의 여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었다. 이 가운데 대전지방법원은 2010년 2월25일 전교조 대전지부 간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의 결론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2012년 4월19일에 전원합의체로 판결했다. 대법관들 사이에 국가공무원법 위반 여부에 대해 견해가 갈렸다. 당시 양승태 대법관을 비롯한 김능환·안대희·양창수·신영철·민일영·박병대·김용덕 등 8명은 다수의견으로 전교조 교사의 시국선언이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서 금지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일환·전수안·이인복·이상훈·박보영 대법관 등 5명의 소수의견은 ‘헌법이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으로 보았다.
나는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의 형사사건에 공동변호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으나, 징계취소 행정사건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행정사건에서 관련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제청 신청을 했는데, 일부 재판부는 기각하고 한 재판부는 교원노조법 제3조에 대해 위헌제청 결정을 했다.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로부터 2013년 12월12일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 심판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한다는 통보를 받은 후 나도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었다. 헌재에서 쟁점은 공무원에 대해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과, 교원노조에 대해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3조가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공개변론에서 나는 최후진술을 맡았다. 국가공무원법의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 부분은 그 개념이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고, 교원노조법상 ‘일체의 정치활동’이란 표현 역시 정치활동의 소재가 공적인 것인지 사적인 것인지를 불문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이며, 정치활동이란 개념 역시 사실상 인간과 단체의 활동 전체를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두 조항 모두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특히 합헌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를 반박했다. “합헌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제도와 교육제도 그리고 교원 지위의 특수성을 지적하는데,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편적 가치로서 문화적 차이나 민족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유보되거나 금지·억압될 수 없습니다. 문화적 차이 등을 이유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넓은 제한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것이고, 우리 사회 수준에 대한 자학(自虐)적인 견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무원이나 교원의 집단적·정치적 의사표시 자체를 금지하고 범죄시하는 것은 정통성에 대한 신뢰가 없는 정부가 오로지 금지와 탄압으로 명맥을 유지하고자 하던 전근대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시대의 잔존물입니다.” 해외 사례에 비추어봐도 교원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 일반을 제한하는 것은 견문발검(見蚊拔劍), 즉 모기 보고 칼을 빼는 것과 같아서 최소침해성 원칙과 법익균형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해임 등 징계 처분했다. 2009년 8월14일 이를 규탄하는 전교조 결의대회. |
대학 교원에게만 정치활동 허용
“공무원법 조항과 교원노조법 조항과 같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률 조항을 두고 있는 입법례는 적어도 선진 문명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천황제를 유지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에 의한 헌법재판 제도가 없어 위헌법률 심사에 소극적이기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그런 일본도 인사원 규칙에 위임하는 형태를 취하긴 하지만 금지하는 정치적 행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고, 우리처럼 네거티브 방식으로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형태로 규율하지는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공개변론을 하고 8개월이 더 지난 2014년 8월28일 선고했다. 공무원의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의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관 7(합헌):2(위헌)로, 교원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교원노조법 제3조 중 ‘일체의 정치활동’ 부분에 대해서는 4(합헌):3(각하):2(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원노조법 규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두 재판관은 김이수·이정미 재판관이었다. 두 재판관은 국가공무원법 규정 부분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교원노조법 규정 역시 우리 논리대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대학 교원에게는 정치활동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면서 초·중등학교 교원에게만 전면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교육 내용에 재량이 많은 대학 교육의 특성, 초·중등학교 교원이 정치활동을 하면 편향된 교육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볼 때, 현저히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여 평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합헌 결정을 접하며 나는 반문했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언제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 있을까? 김이수·이정미 두 재판관의 의견이 다수의견이 되는 날이 언제쯤 올까?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국회에서 입법으로 풀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날이 하루라도 빨리 올수록 부당한 조항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국제사회의 우려에서도 그만큼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호로 ‘김선수 변호사의 법정에서 본 현대사’ 연재를 마칩니다. 수고해주신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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