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장소를 잘못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의 감옥에서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곳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숨진 곳은 중국의 뤼순 감옥이었습니다.
‘하얼빈을 뤼순 감옥으로 정정, 하지만 건국절은 그대로 놔둬’
박근혜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차디찬 하얼빈 감옥에서’라고 말하자 SNS에서는 이를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김광진 전 의원은 “하얼빈에서는 의거가 있으셨고 안 의사는 뤼순 감옥에서 서거하셨습니다’라며 ‘창조경제가 안되니 창조역사를 하시네요”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 말한 하얼빈 감옥을 뤼순 감옥으로 수정해서 올렸다. 그러나 건국절은 고치지 않았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 전문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하얼빈 감옥을 ‘뤼순 감옥’으로 정정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건국절 호칭은 고치지 않았습니다.
뉴라이트 등이 주장하는 건국절은 분명 잘못된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 68주년 주장은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하얼빈을 ‘뤼순 감옥’으로 정정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건국 68주년’을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불과 사흘 전, 92세 광복군 노병이 지적했던 건국절’
▲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김영관(92) 선생이 12일 박근혜 대통령 초청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통해 ‘건국절 논란은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오마이뉴스 캡처
뤼순 감옥을 하얼빈으로 착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건국절 논란은 박 대통령이 착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광복절 기념식 사흘 전에 이미 건국절에 대한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92세 광복군 노병의 돌직구 박근혜 대통령은 동문서답)
8월 12일 청와대에서는 독립유공자 및 유족 초청 오찬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광복군 출신 독립유공자 김영관 선생은 “대한민국이 1948년 8월 15일 출범했다고 이날을 건국절로 하자는 일부의 주장이 있다”며 “이는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청와대 오찬 행사에서 건국절 주장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광복군 노병이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불과 삼일 뒤에 ‘건국 68주년’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독립유공자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거나 잊었거나, 헌법을 끝까지 부정하겠다는 마음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건국 68주년을 말하는 자체가 이미 우리의 현대사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1919년 4월 11일 각 지방 출신 대표자 27명이 모여 제1차 대한민국 임시 의정원 회의를 개최해 전문 10조의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통과시켰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시작이 되는 임시헌장에는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부르고 정치 체제를 ‘민주 공화제’로 한다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1919년 9월 11일 통합임시정부가 수립되면서 임시헌장은 ‘대한민국 임시헌법’으로 바뀌어 발표 됩니다. 대한민국임시헌법 전문을 보면 ‘우리 대한인민은 우리나라가 독립국임과 우리 민족이 자주민임을 선언하였다’는 말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고 헌법까지 있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사람이 바로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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