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그 뒤 5년. 멀쩡했던 강이 죽고 있습니다. 1000만 명 식수원인 낙동강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합니다. 비단결 금강 썩은 펄 속에 시궁창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드글거립니다. 혈세 22조원을 들인 사업의 기막힌 진실. '4대강 청문회'가 열리도록 '좋은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바랍니다. 이번 탐사보도는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불교환경연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 주최하고 충남연구원이 후원합니다. 4대강 특별취재팀의 활동은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
-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불교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회원들이 27일 오후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강 보존을 위해 ‘SOS내성천’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강 위에 서 있다. ⓒ 이희훈
이명박씨, 내성천에도 당신의 그림자가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5박 6일 동안 당신이 저지른 4대강 사업의 폐해를 고발했던 '4대강 독립군 탐사보도팀'은 낙동강 상류 내성천에서 투명카약을 띄워놓고 멱을 감았습니다. 녹조물과 펄 속에 빠지면서 몸을 사리지 않고 페이스북 생중계와 현장 취재를 한 탐사보도팀에게 찾아온 휴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찜찜했습니다. 내성천이 달라졌습니다.
"영주댐 건설 전에 내성천은 물속에 30초만 서 있으면 몸이 쭉 내려가요. 워낙 고운 모래가 많이 쌓이다 보니까 그런 거죠. 그런데 지금은 일반적인 강이지, 내가 알던 내성천이 아니에요."
망가지는 내성천
- ▲ 27일 오후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 비교적 녹조가 적고 꺠끗했던 강물과 모래들 사이로 녹조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 이희훈
- ▲ 27일 오후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 비교적 녹조가 적고 강물이 모래들 사이로 흐르고 있다. ⓒ 이희훈
경북 예천군 보문면 내성천 우래교 아래에서 만난 인근 지역 주민 이석우씨의 말입니다. 지난 27일 4대강 특별취재팀은 낙동강 상류 내성천을 찾았습니다. 내성천은 김소월이 노래했던 우리 강의 본래 모습을 간직한 곳입니다. 곱디고운 금빛 모래와 시리도록 맑은 물이 흐르면서 전 세계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경이적인 경관을 만들던 곳입니다.
억겁의 세월을 흘러온 내성천의 생명력, 그 속에서 인간은 존재를 성찰했습니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모래 알갱이만큼이나 무한한 생태적 상상력을 펼쳤습니다. 아마도 산업화 이전 우리 강은 원래 이런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너른 하천에서 아이들이 멱 감고, 물고기 잡고, 힘들면 새소리를 벗 삼아 따스한 햇볕에 몸을 말리던 우리 강, 불행히도 이런 곳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명박씨, 당신의 추진한 4대강 사업 때문에 말입니다. 우래교에서 상류 약 7km에 높이 55.5m, 길이 400m, 총저수량 1억 8100만t 규모의 영주댐이 들어섰습니다. 영주댐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고 현재 시험 담수 중입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에 따르면 영주댐은 시험기간이지만 녹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악몽입니다. 이런 곳에 댐이 들어선다는 것 자체가 말입니다. 내성천 입장에서는 끔찍한 '이명박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냥 꾸며낸 말이라고요? 아닙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이명박씨 말투처럼 저를 비롯해 내성천을 다녀간 무수한 사람들이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영주댐 공사 이후 내성천은 눈에 띄게 변하고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 가 봤습니다. 영주댐 건설 이전에는 가는 모래들이 발가락 사이를 간질거렸습니다. 모래를 단지 '수출해서 대운하의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 돈'으로만 인식하는 이명박씨가 이런 느낌 알까요? 아이의 손을 잡고 걸었을 때 발바닥에서부터 밀려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촉감은 신의 내린 축복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영주댐 때문에 상류에서 모래가 내려오지 않아 굵은 모래와 자갈뿐입니다. 발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변했습니다. 물빛부터 뿌연 것이 이전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한여름에도 물속에서 5분 이상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시린 물이었지만, 지금은 미지근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더욱이 내성천 곳곳에 녹조류가 쌓여 있습니다.
발바닥에 들러붙은 녹조는 마치 접착제를 붙인 듯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내성천의 옛 모습을 알고 있는 이들의 장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4대강 독립군이자 금강 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는 "작년, 재작년 왔던 것보다 더 나빠졌다"며 "재첩도 많이 죽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불교환경연대의 중현 스님은 "흐르지 않는 것은 썩는다"라고 지적합니다. 영주댐으로 물이 고여 썩고 있다는 말입니다.
위에서부터 벌어진 상식과 도덕의 오염
-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불교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회원들이 27일 오후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강 보존을 위해 'SOS내성천'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강 위에 서 있다. ⓒ 이희훈
2010년 내성천을 걸어 봤다는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상류 영주댐 영향으로 내성천이 이렇게 변했다"면서 "앞으로 이런 문제가 구조화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로 맑다'고 했습니다. 상류 영주댐에 녹조로 가득한 물을 담고 있으니 당연히 하류의 물이 좋을 리 없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하는 이유는 단지 강만이 아닙니다. 이명박씨, 당신은 상식을 오염시켰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로 시작된 4대강 사업은 우리 강을 죽이는 사업입니다. 그것도 나라의 미래와 서민들에게 쓰여야 할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생각한다"며 "4대강 재탄생"이라 했습니다.
'물이 고여도 썩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기술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수질 오염을 방지할 수 있으며, 로봇물고기를 통해 상시 오염 여부를 점검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장담과 달리 강물에는 독성 품은 녹조류가 가득했습니다. 사실 누가 봐도 뻔한 결과였습니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수만 년 인류의 생존과정에서 터득한 경험적, 과학적 진실이자 상식이기에 말입니다.
권력의 윗물에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쓰자, 불행히도 여기저기서 당신 뜻을 받드는 이들이 나왔습니다. 정치인, 전문가, 공직자, 사회 인사들은 순식간에 누가 더 거짓말을 잘하는지 가리는 낯 뜨거운 경연을 벌였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 개선은 물론 기후변화 대비, 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 홍수 및 가뭄 극복 등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고 했습니다.
4대강 사업이 '전지전능'하다는 이들을 보면 마치 이명박 당신이 교주인 'MB교'를 보는 듯했습니다. 신이 아니고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기에 말입니다. 위에서부터 맑지 못하니 당연히 아랫물로 오염되는 이치를 당신들이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4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의 도덕을 오염시켰습니다. 이명박씨가 그토록 자랑했던 로봇물고기는 사기로 판명 났습니다. 관련자들은 뇌물 등으로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담합했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이는 위부터 도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입니다.
이명박씨가 오염시킨 것은 우리 강과 상식, 도덕만이 아닙니다. 4대강 사업이 강행되려면 민주주의가 오염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민의를 왜곡했습니다. 법률과 제도에 따라 규정된 각종 절차를 멋대로 주물렀습니다. 또한 4대강 사업을 위해 국가 사정기관을 동원해 국민을 감시했습니다. 이명박 시절 국정원은 북한보다 4대강 반대 진영 감시에 더 우선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4대강 검증, 아니 후유증 고발
-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불교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회원들이 27일 오후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강 보존을 위해 'SOS내성천'이 적힌 피켓을 들고 강 위에 서 있다. ⓒ 이희훈
- ▲ 27일 오후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 비교적 녹조가 없고 깨끗한 흐르던 강물과 모래들 사이로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 이희훈
4대강 특별취재팀은 4대강 사업을 검증하고자 돌아다닌 것이 아닙니다. '이명박표' 4대강 사업은 처음부터 실패가 예견됐고, 실제 실패했습니다. 특별취재팀은 예견된 실패에 따른 피해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현장을 고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피해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큰 상황입니다.
당장 낙동강의 경우 국가재난상태에 이를 정도의 비상상태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정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상식, 도덕, 민주주의의 오염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방치했다가는 돌이키기 더 힘든 상태가 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회복시킬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그 첫 번째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이명박씨! 당신이 4대강 사업 청문회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많습니다. 더 큰 죄를 짓지 말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합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명확한 책임이 우리 강 회복의 첫 단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4대강 청문회를 열자' 특별 기획 보도는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4대강 사업 후유증에 따른 현장 고발은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또 9월 19일까지 기획기사 등을 통해 강의 희망을 노래하겠습니다. 우리 강의 고유성을 회복하는 것이 생태적이면서 경제적이라는 것은 해외 사례를 통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와 우리 미래를 위해서 바른 선택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모래가 풍부하면서도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이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미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기본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4대강 독립군 활동 자금('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과 4대강 청문회 청원(서명운동)에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전 기사 보기] 4대강 청문회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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