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시대의 아픔 아우른 인문학의 큰별 지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ㆍ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별세
ㆍ‘통혁당 사건’으로 고초…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남겨
ㆍ어깨동무체 ‘처음처럼’으로 유명…2014년 암진단 이후 악화
ㆍ‘통혁당 사건’으로 고초…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남겨
ㆍ어깨동무체 ‘처음처럼’으로 유명…2014년 암진단 이후 악화
이 시대 대표적 인문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10시10분쯤 타계했다. 향년 75세.
신 석좌교수의 책을 펴내온 돌베개출판사 측은 이날 밤 “2014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신 석좌교수가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결국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담론>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 <더불어 숲> <처음처럼> 등 많은 스테디셀러를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기 성찰, 냉철한 사회 현실 분석과 세계인식에 관한 깊은 사유로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던져주었다.
고인은 194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경제학자이다.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일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감옥에 있었던 시간 만 20년 20일로 1988년에야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정치경제학, 사회과학입문, 중국고전강독을 강의한 고인은 1998년 사면복권됐다. 사면복권된 날 출간된 책이 바로 20년 수감생활 동안 처절하게 사유한 인간에 대한 이해, 세계에 대한 인식의 결과물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감옥에서 휴지와 봉함엽서 등에 깨알같이 써 가족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묶은 책은 진솔함으로 가득한 산문집이다. 고인은 이후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2>,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 <변방을 찾아서>, 서화 에세이 <처음처럼> <중국 역대 시가선집> 등을 펴냈다.
어릴 때 서예를 배운 고인은 학자이자 저술가로서뿐만 아니라 흔히 ‘어깨동무체’로 불린 독특한 글씨체로도 유명했다.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 그의 글씨체를 사용한 것이다.
2006년 성공회대에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했으나, 지난 2014년 암 진단을 받으면서 그해 겨울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강단을 떠나면서 지난해 4월 펴낸 책이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단 <담론>이다. 20여년에 이르는 성공회대에서의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담론>은 동양고전인 ‘시경’, ‘주역’, ‘논어’, ‘맹자’, ‘한비자’를 고인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재해석, 현대사회를 읽어내는 제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20년의 수형생활에서 배우고 깨달은 바를 엮은 제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구성돼 있다. 고인은 이 책에서 ‘감옥은 대학’이라며 교도소에서 보낸 20년 세월은 실수와 방황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배움과 깨달음의 여정이기도 했다는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지난해 4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대 지식인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지식인은 비판 담론, 저항 담론, 대안 담론 생산에 충실해야 하고 (그 담론들을 실천할) 사회적 역량들을 키워내야 한다”고 밝혔다. 고인은 또 청년들의 절망, 고뇌와 관련해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젊은 시절 고유의 이상을 잃으면 안 된다. 젊은이들이 작은 숲을 만들기를 바란다. 작은 숲들이 소통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약속할 수 있는 숲들의 연대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씨(68)와 아들 지용씨(26)가 있다. 빈소는 성공회대 대성당에 마련되며 발인은 18일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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