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 붐이 일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 역시 제주에서 새롭게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는 이주민입니다.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의 삶’을 꿈꾸며 내려옵니다. 제주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개발과 발전에 대한 필요와 욕구가 당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최근 날이 갈수록 과열되어 가는 제주의 부동산과 이로 인한 변화들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도민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며 제주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주민들에게도 점점 팍팍해지는 생활을 예상하게 합니다. 여기에는 제주다움이 지속되기 어렵게 만드는 난개발과 집값 상승, 열악해지는 농작 여건 등이 작용합니다. 아이엠피터는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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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본에 넘어간 서광서리의 마을공동목장
지난 해 11월, 제주 서귀포시 서광 서리의 마을공동목장이 매각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주사회는 들썩였습니다. 마을공동목장이 본연의 기능을 잃고 이곳저곳에 매각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공동목장을 매입한 곳이 람정 제주개발이라는 업체로, 제주에서는 유명한 중국자본이기 때문입니다.
람정 제주개발은 중국자본인 란딩그룹이 복합리조트 회사인 싱가포르 겐팅그룹과 합작해 만든 회사입니다. 람정 제주개발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에 2조 56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언뜻 듣기엔 막대한 재원이 투자되는 만큼 지역경제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하지만 제주신화역사공원은 사업 목적과 명칭에 걸맞지 않게 카지노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숱한 논란을 낳고 있는 사업입니다. JDC가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잇따른 투자유치 실패를 반복하다 결국 중국계 대형 카지노 사업으로 변질되었다는 비난의 도마 위에 올라 있습니다. 인터넷 신문 <제주의 소리>가 입수한 바에 따르면 신화역사공원 내 호텔 지하에 카지노가 설계된 도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람정은 서광서리 마을공동목장 매입 이전에도 이미 2014년에도 한 차례 시도를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애초 람정측이 마을에 제시한 매입액은 3.3㎡당 15만 원 가량이었으나 이번에는 그 3배에 달하는 43만 원을 제시했습니다. 서광 서리가 매각한 공동목장의 면적은 23만여㎡로, 매각액이 무려 298억 원에 달합니다.
람정이 매입한 서광 서리 마을공동목장은 신화역사공원 사업부지 가운데 H지구와 R지구 사이에 위치해있습니다. 신화역사공원 부지 내에 포함이 되어 있는 땅이었습니다. 람정 제주개발이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서라도 꼭 사들여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매입 직전까지 공동목장 부지는 모 건설업체가 임대해 채석장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람정 측에서는 신화역사공원 부지 내에 채석장이 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미관상의 문제 등을 더욱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의 숨골, 곶자왈과 중산간의 존속을 위협해 온 대규모 개발사업
중국자본 유입 이전에도 마을공동목장의 존속을 위협하는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있어왔습니다. 제주의 중산간 일대에 집중적으로 포진한 골프장들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재 도내에서 영업 중인 29개 골프장 가운데 26개소가 중산간에 위치해있습니다. 마을공동목장들이 주로 중산간 지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대규모 개발사업의 진행과 마을공동목장의 쇠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중산간 지대는 해안저지대에 비해 개발할 지역이 넓고 토지가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위로는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아래로는 저지대와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에 집중적인 개발의 표적이 되어 왔습니다.
제주에서 지금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 도화선을 당긴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1973년 중문관광단지 개발계획을 수립해 도민들의 땅들을 저렴한 가격에 수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다 본격적으로는 1991년 수립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서 3개 단지와 20개 관광지구를 중심으로 한 거점식 개발계획이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외자 유치여부에 따라 지자체장의 위상이 결정되는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브레이크 없는 난개발에 날개를 달아준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이후 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만들어졌습니다. 국가기관이 적극 개입해 개발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 계획을 폐지하고 개별허가방식에 따른 관광개발이 허용되면서 대폭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졌고 난개발은 가속화하기 시작합니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도지사에게 정치적·경제적으로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면서 이 개별허가방식에 따른 난개발이 힘을 얻었습니다. JDC의 활동 또한 이전의 대규모 개발방식에 더해 난개발까지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에 늘 놓여 있습니다.
도지사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현실을 바꿔 생각하면, 도지사의 의지에 따라 난개발을 막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제주도민들은 단 한 번도, 장기적인 비전과 체계적인 발전 계획에 따라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도백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선 보전, 후 개발’을 내세웠지만 재임 기간 중 이를 실천한 도지사는 없었고 오히려 중산간 개발 저지선이 날로 무너지는 난개발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도지사의 잘못된 판단과 정책적 실수가 얼마나 큰 폐해를 낳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마을공동목장이 얼마나 사라져왔는지, 마을공동목장이 제주의 정체성에 있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인지 짚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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