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외부감시 통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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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psy0711@vop.co.kr 최종업데이트 2016-01-13 09:08:24 이 기사는 현재 0건 공유됐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문제 조정위원회가 ‘재해예방대책’에 합의했다. 대책에는 삼성전자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만 위원회’를 설립해 이를 감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합의로 반도체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위험이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족대책위-반올림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12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재해예방대책’을 담은 조정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날 서명에는 김지형 위원장,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 반올림의 황상기 대표, 가족대책위원회의 정애정씨 등 24명이 참석했다.
위원회는 재해예방대책의 기본 목표를 건강하고 안전한 사업장 내부 체계의 완성에 뒀다. 이를 위해 사업장 내부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며 공익적성격의 외부기구 구성을 통해 관련 절차를 감시·연구토록 했다.
삼성전자 내부 ‘재해 관리 시스템’ 강화키로
합의서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통해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며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합의서는 생산현장에 반입되는 모든 화학제품에 대해 수시로 무작위 샘플링 조사를 실시하고 공급업체가 영업비밀로 지정해 회사에 알려주지 않은 사항 중 중대한 유해요인이 포함되어 있는지 검증토록 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유해성이 확인될 경우 해당 물질에 대해 즉시 사용정지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또한 반도체 및 LCD 노동현장의 안전에 관해 체계적인 연구 및 조사활동을 실시하며 이를 통해 생산현장에서 발병 가능성이 있는 모든 직업병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토록 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기존의 보건관리 조직에 전문 인력을 보강해 별도로 운영되어온 ‘건강연구소’를 새로이 강화되는 ‘보건관리팀’에 편입하여 총 50명 규모의 조직을 갖추도록 했다. 또한 ‘건강지킴이 센터’ 등을 신설해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게 진단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합의서는 반도체 및 LCD 생산 등 작업공정, 관련 시설의 설치, 정비, 수리 등 업무에 종사하는 임직원(퇴직자 포함)에 대하여 건강검진 및 산업재해보상신청 지원 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환경단체ㆍ지역주민ㆍ대학교 등과 협의회를 추가로 구성하는 등 소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기로 했다.
외부 독립기구 ‘옴부즈만 위원회’ 운영
조정위원회는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만 위원회’(위원회)를 구성해 삼성전자에서 진행되는 ‘재해관리시스템’ 강화를 감시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위원장과 2인의 위원으로 구성키로 했다. 위원장은 3주체 합의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이자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인 이철수 교수가 선임됐다. 위원장은 산업보건과 환경 분야 전문가 중에서 위원을 선출해 활동에 돌입한다. 위원회는 2016년 1월 1일부터 3년간 운영되며, 필요에 따라 3년의 범위 안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옴부즈만 위원회 활동을 위한 제반 실무적ㆍ재정적 지원은 삼성전자가 제공한다.
위원회는 종합진단과 개선사항 이행점검 활동을 수행한다. 삼성전자 내부의 재해관리 시스템 운영 상황과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관리 현황 등 필요한 정보를 삼성전자로부터 제출받아 검토, 평가하며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위원회가 권고 또는 제시한 사항에 대한 조치 결과를 3개월 내에 통보해야 한다. 위원회는 종합진단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해야 한다. 이 때 삼성전자는 공개되는 보고서 내용에 대한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밖에도 위원회는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해예방을 위한 조사 및 연구 활동,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공개와 이와 관련된 영업비밀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규정의 제ㆍ개정 및 시행을 위한 제반 활동을 하게 된다.
반올림의 활동가 공유정옥 씨는 “삼성 외부에서 삼성이 예방대책을 잘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시정한 권고를 잘 이행했는지 피드백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든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다만 “기존의 조정 권고안에선 공익법인을 설립해 감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 합의에서는 최대 6년까지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삼성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故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유가족과 반올림은 삼성전자에 직업병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했으나 삼성은 이에 응하지 않다가 5년이 지난 2012년 11월에 이르러 삼성이 반올림 측에 대화를 제안, 1년간 협상 끝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정위원회가 발족된 뒤 7월 23일 조정위가 공익재단 설립을 내용으로 하는 권고안을 내놨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보상위원회를 꾸려 보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올림측은 ‘사과’와 ‘보상’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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