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배현진 대변인이 문재인 정부를 ‘귀태 정권’이라고 비난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배 대변인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이 순간 온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귀태,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며 “국민을 현혹해 제 배만 불리는 이 혁명 세력은 정권으로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배 대변인의 ‘귀태’ 발언은 사실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꺼낸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당 김종인 위원장을 겨냥한 말입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정권 관련 대국민 사과를 앞두고 있습니다. 배 대변인은 6일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을 향해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전 정부 타령을 하시려는가”라며 “김 비대위원장께서 이번 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꼭 대국민 사과를 하시겠다는 기사가 도는데 잠시 인지부조화.. 아찔하다”고 했습니다.
배 대변인은 8일에는 “위원장은 수시로 “직”을 던지겠다하시는데 그것은 어른의 자세가 아니시다.”면서 “배수진이랄만큼 위협적이지도 않다. 그저 ‘난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무책임한 뜨내기의 변으로 들려 무수한 비아냥을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리해보면 배 대변인의 ‘귀태’ 발언은 김 위원장이 박근혜 정권에 대한 사과를 하기보다 먼저 문재인 정권 탄생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의미로 꺼낸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주국과 비슷했던 박정희 정권
‘귀태’ 발언이 처음 정치권에 논란이 된 것은 2013년 당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에서 ‘귀태의 후손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겨냥하며 시작됐습니다.
당시 홍익표 대변인의 발언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서 나온 말입니다. 책을 보면 만주국이 유산으로 남긴 것은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와 두 사람이 만든 일본과 대한민국이라고 나옵니다. 실제로 만주국의 정책이나 통치 방식을 보면 박정희 정권과 매우 유사합니다.
군인이 중심이었던 독재 정권,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식의 계획경제, 중화학공업 육성, 수출 등의 경제 정책, 국민교육헌장, 애국조회, 군사교육, 충효교육, 새마을 운동 등의 통치 방식은 이미 만주국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했던 정책들의 카피본이었습니다.(관련기사: 기시 노부스케가 만든 만주국 짝퉁 ‘박정희 정권’)
기시 노부스케는 “만주국은 내가 그린 작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주국은 황제와 국무원 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총무청이 있었습니다. 만주국을 운영하는 총무장관은 실권 없는 만주인이 맡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력자는 바로 일본인 총무청 차장이었고, 기시 노부스케가 총무청 차장이었습니다.
빅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연결고리는 야쓰기 가조오라는 만주국 관리와 유태하,김동조라는 일제 내무성 친일파 출신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의 박정희를 수상 관저에서 만난 기시는 그를 가리켜 ‘젊은 군인들이 정치,경제를 몰랐으며, 일본 정치인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왔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습니다.
박정희는 혈서를 써서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고 장교로 복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대한민국을 만주국처럼 통치하길 원했고, 만주국을 움직였던 기시 노부스케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박정희의 혈서는 1939년 3월 31일 만주신문에 대서 특필됐다)
박근혜와 아베는 귀태의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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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TV광고에는 아베 총리와 악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베 신조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고,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다. |
지난해 출판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 ‘귀태’(鬼胎)라는 표현이 있다.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다. 일본제국주의가 세운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다.
최근 두 분의 행보가 유사한 면이 있다. 첫째,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 범죄를 부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5·16이 쿠데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시고, 박정희 시절의 인권탄압과 중앙정보부의 정보기관이 자행했던 정치개입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로, 두 분은 미래로 나가지 않고 구시대로 가려하는 것 같다. 이제 노골적으로 아베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외치고 있고, 최근 행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 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와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아니라 정보기관이 정치의 중심이 된 것 같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제2의 김재규나 마찬가지다. 대통령 시해는 권총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시해도 있다. (2013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 브리핑)
2013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 면서 “두 분의 행보가 유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입니다. 그는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헌법개정을 ‘자민당의 60년에 걸친 염원’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일생의 업이었던 ‘일본 재무장’을 실현하는 일이었습니다.
박근혜는 국정원의 댓글 공작 등으로 정권 탄생에 도움을 받더니 임기 내내 정보기관을 통치 수단의 한 축으로 삼았습니다. 박정희가 중앙정보부를 통해 통치했던 모습과 너무 유사합니다.
만약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없었다면 일본의 극우 정권도 5.16군사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아베와 박근혜 정권이 태어난 셈입니다.
7년 전 배현진이 보도한 ‘귀태’ 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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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당시 배현진 아나운서가 보도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 파문 뉴스 ⓒMBC뉴스 캡처 |
배현진 대변인은 7년 전 MBC뉴스데스크에서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 파문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배현진 아나운서는 “홍익표 대변인의 발언으로 새누리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7년 전 배현진 아나운서가 전달한 뉴스를 보면 여야의 공방만 있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가 왜 귀태인지 만주국과 일본, 대한민국의 통치 방식이 어떤 식으로 비슷한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치인의 발언에는 언론에 노출되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막말이 있고, 맥락을 잘 따져 진의를 파악해야 하는 발언이 있습니다. 배현진 대변인의 ‘귀태’는 단순히 김 위원장을 비난하기 위한 막말이라면 7년 전 홍익표 대변인의 발언은 일본과 한국의 정권의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해주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굳이 배 대변인의 ‘귀태’ 발언을 막말이라며 정치권이 요동칠 필요는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아닌 국민의힘 내부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배 대변인의 발언을 계기로 왜 기스 노부스케와 박정희가 귀태인지 다시 되새겨보는 편이 훨씬 유익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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