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0-12-17 04:59수정 :2020-12-17 08:01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가 의결된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합동브리핑에서 “앞으로는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이 원하는 정의를 구현하는 국민의 검찰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며 ‘미래’를 말했다. 그러나 윤 총장 징계 문제는 지난 한달 동안 법조계 이슈를 삼키는 블랙홀처럼 작용했다. 지난달 17일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검사들이 윤 총장 대면 감찰조사 일정 조율을 시도하면서 징계 문제가 처음 불거졌고, 1주일 뒤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함께 발령된 직무정지는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을 불렀다. 윤 총장 징계 청구 20여일 전 중요 징계 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임의 조항으로 개정한 것도 문제였다. 지난 1일 긴급 소집된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는 부적정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를 결정했다. 추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윤 총장 징계에 제동이 걸린 것이었다. 추 장관은 자신이 지명·위촉한 인사들로 구성된 징계위에서도 윤 총장 징계 혐의를 온전히 입증하지 못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고 해결된 것도 없다. 어차피 윤 총장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데 다리도 다 부숴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소수의 참모에게 의존하면서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라는 거사를 그르쳤다는 분석도 많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중지를 모으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하는데 윤 총장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은정 감찰담당관 등 소수와 상의했고 이들에게 권한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결국 “추 장관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참모들은 장관이 듣고 싶은 것에만 맞춰서 보고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법무부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추 장관은 윤 총장 징계를 추진하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먼지털기 수사 등 이른바 특수 라인의 문제점을 절감하던 일반 검사들도 등을 돌렸다. 검찰의 한 간부 검사는 “정부에 대한 태도와 상관없이 검찰을 위해서도 윤 총장이 그만두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검사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징계가 무리하게 추진되다 보니 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지 못했고 결국 장관도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후폭풍이 감지되는 건 검찰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징계 청구의 절차적·내용적 문제가 강조되면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아닌 검찰의 독립성이 검찰개혁의 본질로 부각된 것이 뼈아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견 변호사는 “추 장관의 무리한 징계 청구로 절제되지 못한 수사의 가해자인 윤 총장이 피해자가 됐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중요하고 이것이 검찰개혁이지만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추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 커다란 부담을 안긴 책임을 지고 떠나게 됐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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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4607.html?_fr=mt1#csidxafd8e9da641238d87de1d77e71a2f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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