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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0일 목요일

내가 겪은 국가보안법

 이인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0/12/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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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12월호를 발간했습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내가 겪은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 그것이 어떠한 법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국가보안법 속에서 살고 있는데 말입니다.

국가보안법이 만든 세상은 국민을 연극 속에 갇혀 살게 만든 것과 비슷합니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을 무대 위 배우처럼 정해진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무대 안에서만 살아가는 우리는 무대 밖에는 우리의 적이 살고 있다는 얘기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하지만 밖이 진실로 어떻게 생겼는지 공연장의 꺼진 불 때문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둠을 걷고 진실을 알려고 시도하는 순간 어디선가 서슬 퍼런 칼날이 날아와 저를 겨누었습니다. 그 칼날의 실체를 모르다가 이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래다 못해 무대 안팎의 경계에서 우리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는 ‘국가보안법’이었습니다.

광주에서 20년을 살았던 나에게 5.18 광주민중항쟁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역사, 마음이 뜨거워지는 역사였습니다. 그런데 중학생 시절 우연히 지만원의 책을 접하면서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 책에는 5.18 광주민중항쟁이 북한군의 소행이니, 특정 누군가를 지칭해 빨갱이들이니 하며 폄훼하는 내용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몇몇 소수의 몰지각한 사람이 하는 왜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보니 그러한 일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2018년에만 여러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남북 교류 사업 등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은 멀지 않다고 생각했고 우리 민족이 하나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사회에서는 아직도 빨갱이 타령, 종북몰이 등이 계속되며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에서 활동하면서 동아리 홍보, 미군장갑차 추돌 사망사건 진상규명단 활동 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들의 활동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북한이 시켜서 하는 애들, 빨갱이, 종북좌파, 친북단체라고 불렀습니다. 그 앞장에는 친일과 친미로 100년을 살아온 조선일보와 대학생 전자소통공간인 ‘에브리타임’이 있었습니다. 

실례로 조선일보를 보시는 많은 분이 집회, 기자회견 등을 하는 대진연 대학생들을 보시면 “북한으로 가!”라는 말부터 꺼내십니다. 에브리타임의 경우 대진연 동아리라고 알려지는 순간 ‘김정은 위원장 환영했던 단체 아니냐’, ‘빨’(빨갱이를 표현), ‘여기 대진연이다’ 등 낙인처럼 찍어 내리기 만무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동아리에 들어온 회원들조차 반미, 통일, 북한 등에 반감을 느끼기 마련이었습니다. 대진연을 검색해보고 들어오지 않거나 나가기도 만무했습니다.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사회는 국가보안법이 통제한 대로, 국가보안법이 정한 틀 속에서만 정보를 얻으며 사람들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우리 민족끼리 싸워야만 하는 걸까요?

어두웠던 무대 밖을 밝히는 때가 되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우리 생각의 확장을 사사건건 막아 나선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를 겨누던 실체에 헛웃음만 났습니다. 그리고 법 하나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웠습니다. 국가보안법이 규정한 반국가단체가 북한인 이상 종북, 빨갱이 논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눈과 귀와 입과 모든 것을 막아 죽일 수 있는 법, 국가보안법. 이 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는 생각을 그곳에 맞춰야 하고 종북, 빨갱이로 매도되지 않게 자기검열을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만약 내 생각 하나가, 행동 하나가 위험한 건 아닐까 무의식적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나온 다큐멘터리 영화 「게임의 전환」만 보더라도 우리는 어떻게 국가보안법이 72년간 이 사회를 지배해왔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국가보안법을 사문화된 법이 아니냐고 하지만, 사문화된 법이라면 더욱더 우리에게 필요 없는 법이 아닐까요? 사실 국가보안법은 1945년 해방 후 이승만과 친미파가 단독정부 수립과 이승만 정부의 만행을 반대하는 국민을 처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민주화, 평화통일,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을 억압하는 데 쓰였습니다. 그렇기에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기득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 명확합니다.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이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 법안을 법사위에 상정시켰습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의 제7조(찬양, 고무) 조항이 사라진다고 해서 국가보안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나 악용될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남아 있으면 종북몰이, 빨갱이몰이 등은 끊이지 않고 사회적 배제는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국민의 생각 폭을 넓히고 더 많은 대학생이 함께 목소리 내는 우리나라가 되기 위해 이뤄져야 하는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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