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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4일 목요일

윤석열 징계 무력화한 재판부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0-12-25 01:15:34
수정 2020-12-25 06: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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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24일 “대통령이 12월 16일 신청인(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한 2개월 정직 처분은 이 법원의 징계처분 취소청구의 소 사건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간의 집행정지 사건과 차별화된 특색있는 판례를 남겼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정의철 기자

우선 재판부가 징계 처분의 실체적·절차적 등 통상적으로 본안사건 재판에서 판단하는 영역으로 판단 범위를 확장하고, 이와 관련한 판단 사유 등을 결정문에 상세히 적시한 점이 매우 특이하다.

재판부는 “피신청인(추 장관)이 신청인의 충분한 소명 기회 요구가 있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는 사실에 기대어 “징계 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판부가 이러한 본안사건 쟁점들을 22일(첫 심문기일)부터 24일이라는 단기간에 판단하기란 불가능하다. 재판부 역시 ▲판사 사찰문건 ▲검언유착 사건 감찰 및 수사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 등 검사징계위원회가 인정한 윤 총장의 징계 사유 대부분에 대해 “본안재판에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중에서도 판사 사찰문건과 검언유착 사건 감찰 및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징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인정했다.

특히 판사 사찰문건에 대해 재판부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주요 특수·공안 사건을 선별해 재판부 판사들의 출신, 주요 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을 정리해 문건화하는 것은 해당 문건이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와 같은 문건이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된다”고 봤다.

검언유착 사건 감찰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이유 없이 감찰활동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징계 사유가 소명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언유착 사건 수사방해 의혹의 경우 총장의 수사지휘권 범위 내에 있으며, 정치적 중립 위반 소지가 있는 언행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위의 추측에 불과해 소명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 절차와 관련한 판단 과정도 거쳤다. 그 결과 ▲징계 청구인인 추 장관이 징계위를 소집하고 기일을 지정한 점 ▲외부위원으로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를 위촉하고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긴 점 ▲검사위원이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다른 위원들에 대한 기피신청 의결에 참여한 점 ▲징계기록·징계위원 명단 미공개 ▲감찰조사 과정의 부당함 등과 관련한 윤 총장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징계 절차와 관련해 윤 총장 측의 징계위원 무더기 기피신청에 대한 징계위 의결 당시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 일부 있었다면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핵심은 재판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으로 인한 ‘검찰총장 개인의 손해’를 회복 불가능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이는 집행정지 사건에서 필수 판단 영역인 ‘집행정지 요건’ 중 하나다.

재판부는 “신청인은 징계 처분으로 인해 2개월 동안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며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 임기 등을 고려하면 이 손해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행정처분을 받는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무형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검찰총장’이라는 ‘공적’인 법적 지위를 ‘개인’의 손해를 산정하는 데 대입한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아울러 검찰총장은 징계를 비롯한 어떠한 통제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비춰질 소지도 있다.

집행정지 사건의 또 다른 판단 영역인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은 공익을 대표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들을 총괄해 지휘·감독하는 권한과 그에 따른 엄중 책임이 부여된 자라는 지위를 고려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연스럽게 “징계 효력이 정지돼 신청인이 검찰사무를 총괄한다면 대검 감찰부장에 대한 수사, 징계권자인 피신청인에 대한 수사 등 이 사건 징계 사유와 관련된 사건 수사를 함에 있어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추 장관 측 주장은 배척했다.

이러한 판단은 징계 청구 대상인 검찰총장에 대해 ‘공익을 대표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뚜렷한 지위를 규정해주면서, 법령상 검찰총장의 상급자이자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 위임을 받은 법무부 장관의 민주적 통제 기능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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