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0-12-31 04:59수정 :2020-12-31 07:55
구로 미소들 190명 확진
정부 집단격리한 채 사실상 방치
감염병 치료 능력 없어 발만 동동
정부 “확진자 모두 전원할 것”
서울 구로 미소들 노인전문병원(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15일이다. 불과 보름 사이 관련 확진자는 입원 환자 100명을 포함해 190명(30일 0시 기준)으로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확진 환자 37명과, 비확진 환자 92명이 동일집단 격리(코호트 격리)된 병원에 갇혀 공포와 무기력감 속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날 병원에선 8번째 전수검사가 이루어졌다.
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최희찬 신경과장은 30일 오후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환자들의 산소포화도가 나날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정부는 요양병원 집단감염은 요양병원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그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7일 ‘코호트 격리되어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들을 구출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이유다.
이 병원에서는 이날까지 확진자 6명과 비확진자 12명이 숨졌다. 최 과장은 “심지어 확진 뒤 사망한 1명은 정부에 보낸 전원 우선순위 명단에 일주일 내내 있었던 환자였다”며 “그러나 감염병 전담병원들은 고령의 와병 환자란 이유로 기피하고, 정부도 사실상 방치하면서 병상 배정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수도권 요양병원 몇군데를 감염병 전담으로 지정한다고 하는데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요양병원은 애초에 경증이든 중증이든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당장은 경증으로 보이더라도 고령에 기저질환이 많아 순식간에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고위험군인 요양병원 확진자들이 우선적으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 과장은 집단감염 초기에 정부가 음성이 나온 환자들을 신속하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에서 1등급 평가를 받을 만큼 시설·인력이 양호한 우리 병원에서도 비확진 환자를 1인실에 격리하기 어려웠다”며 “이 때문에 차츰 음성 환자들이 모인 병실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최근 보건소에서 4번 연속 음성이 나오고 1주일 동안 발열 증상이 없었던 이들만이라도 옮길 요양병원을 알아보겠다 했지만, 이조차도 어렵다는 연락이 전날 왔다고 그는 털어놨다. 뒤늦게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소들 요양병원에 남아 있는 확진자는 모두 전원시키고, 비확진자 92명은 병원에서 계속 관리하되 이를 위한 의료인력 34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너무 늦은 대응”이란 게 최 과장의 생각이다. 그는 “그나마 국민청원을 올린 뒤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나서야 병상 배정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껏 전화로만 지시사항을 알려주다가 전날(29일) 중수본 과장 2명이 찾아와서 대책을 논의하고 갔다”며 “요양병원 집단감염 대응은 더 신속해야 한다. 즉시 방역 전문가와 간병인·간호사가 현장에 파견되고 음성 환자들을 14일간 격리할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76667.html?_fr=mt1#csidxbd9ff1ab48149b4b02994dd7e4dc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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