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단기간에 온실가스 배출 줄여야"
20.08.11 08:17
최종 업데이트 20.08.11 08:17▲ 8월 8일 오전 경남 하동 섬진강 일원 침수. | |
ⓒ 화개주민 황영필 |
▲ 밤새 집중호우가 내린 대전 서구 정림동의 한 아파트 30일 오전 상황. 조난 당한 사람을 구조하기 위해 119 소방대 보트까지 동원됐다. | |
ⓒ 장재완 |
중부지방 기준 48일째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50일이 넘는 '역대 최장' 장마를 기록할 전망이다. 예년 같으면 진작에 그쳤어야 할 비가 계속 내리면서 폭우 피해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단순히 여름 장마가 길어진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장마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은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화되며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왔는데, 여기에 동시베리아와 우랄산맥 부근 블로킹(정체성을 띠는 키 큰 고기압)이 일어나면서 한국으로 저온 상태의 대기가 정체됐다고 진단한다. 이 과정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의 찬 공기와 만나 정체전선이 자주 활성화 된 것이다.
2019년 국립과학기상원이 발표한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평가 보고서' 역시, 현재와 같은 '고탄소 사회'가 이어질 경우 21세기 말에는 동아시아 5일 최대 강수량이 29% 증가하고, 상위 5%의 극한 강수일수도 1.5배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이번 장마와 같은 '지속적이고 강한 폭우'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은 격주마다 전주 시내에서 피켓 선전전을 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 전북 지방에 내린 폭우로 행사를 취소하게 되자, 그는 이번 폭우도 단순한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김 사무국장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었고, 이는 주말 사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트위터에서는 9000회 가까이 공유되고,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해당 이미지를 SNS에 올리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김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장마를 '기후위기에 의한 재난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성장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사회 체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다, 2050년도 늦다, 2025년에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지구가 '지옥'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경제 성장하면서 기후변화 못 막아... 새로운 체제 필요"
- 흔히 장마를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이라고까지는 생각 안 한다. 어떻게 이미지를 만들게 됐나.
"기후위기는 현재 일어나는 재난이다. 그런데 이걸 정부나 언론에서 심각성이나 시급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폭우야말로 기후위기를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이미 소멸됐을 장마 전선이다. 그런데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생기는 기후변화로 인해서, 이상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 점을 알리고 싶어서 제작하게 됐다."
- 보통 폭염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알려져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조화로운 기후 시스템이 붕괴된다. 폭염뿐만 아니라 가뭄, 장마, 폭우, 홍수 등이 굉장히 높은 강도로 일상화 될 가능성이 크다. 재난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상 기상 현상이 계속되면 농작물 생산이 용이롭게 되지 못하면서 먹거리가 줄어들게 된다. 이러면 전 지구적으로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기후변화를 막아야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 어떻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나.
"과학자들은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한다. 다섯 번의 대멸종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서 발생한 것인데,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의 산업활동이 만든 온실가스 배출에 의해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럴려면 대량 생산 대량 소비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끝내고, '성장하지 않는' 사회 체제로 이행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인류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하지만 시급하고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이나 개발을 도모하면서 기후변화도 막는다며 타협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탄소배출 제로' 계획이 없는) 우리나라 그린 뉴딜 정책도 그런 점에서 문제다."
"4년 남았다... 시민들이 정부·기업 등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 2018년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 2030년에는 2010년 대비 45%, 2050년에는 순 제로(인위적 배출량과 인위적 흡수량이 같아지는 것) 배출로 만들어야 2100년까지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도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도가량 오른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온도를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IPCC의 계획에 따르더라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할 가능성이 66%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게다가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변수들, 이를테면 빙하가 깨지면서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든가, 툰드라 지대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이산화탄소보다 24배 강한 온실 효과를 낸다) 등도 고려해야 한다.
저는 그래서 2025년 넷 제로(순 제로)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입장에 동의한다. 그동안에 탄소 배출 시스템을 0으로 바꿔야 한다. 저는 임계점을 2025년으로 보고 있다. '탄소 예산'도 2018년 기준 420기가톤밖에 안 남았다. 세계 각국이 근본적으로 체제를 변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전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극한고온, 호우 및 가뭄 등 자연재해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온난화 속도와 규모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420기가톤이었던 탄소예산은, 2019년 하반기에는 360기가톤으로 떨어진 상태다. 국제적인 급진적 환경운동단체 '멸종 저항'도 김 사무국장과 같이 2025년에 탄소 배출이 '순 제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기후협약을 탈퇴했고, 한국 정부 역시 환경단체로부터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같은 경우는 2028년 석탄 발전소를 멈추겠다고 하지 않았나. 적어도 한국은 석탄 발전소를 멈춰야 한다. 현재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지수는 61개국 중 58등으로 최하위에 가깝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세계 7위다. 배출증가율도 한때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기후악당 국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수 진영에서는 경제개발, 경제성장만 외치면서 전혀 기후위기 대응을 못하고 있다."
- 앞으로 시민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사실 전 세계가 힘을 똘똘 뭉쳐도 막을까 말까 하는 게 기후변화다. 에어컨 덜 쓰기, 자동차 덜 타기 등 개인의 실천은 기본이고, 전 지구적으로 모든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 제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가장 집중적이고 우선적으로 정부·지자체·기업에 요구를 해야 하는 것이 바로 '기후위기 문제'라고 본다.
기후위기는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먼 미래에서 일어나는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평생 '지옥'에서 살아야 한다. 단기간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 전환이 급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하루 빨리 위기를 인식시키고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은 격주마다 전주 시내에서 피켓 선전전을 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주말 전북 지방에 내린 폭우로 행사를 취소하게 되자, 그는 이번 폭우도 단순한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김 사무국장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었고, 이는 주말 사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트위터에서는 9000회 가까이 공유되고,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해당 이미지를 SNS에 올리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김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장마를 '기후위기에 의한 재난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성장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사회 체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다, 2050년도 늦다, 2025년에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지구가 '지옥'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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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김 사무국장이 만든 이미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 |
ⓒ 전북녹색연합 |
"경제 성장하면서 기후변화 못 막아... 새로운 체제 필요"
- 흔히 장마를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이라고까지는 생각 안 한다. 어떻게 이미지를 만들게 됐나.
"기후위기는 현재 일어나는 재난이다. 그런데 이걸 정부나 언론에서 심각성이나 시급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폭우야말로 기후위기를 '자신의 문제'라고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 같으면 이미 소멸됐을 장마 전선이다. 그런데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생기는 기후변화로 인해서, 이상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그 점을 알리고 싶어서 제작하게 됐다."
- 보통 폭염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알려져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하면서 조화로운 기후 시스템이 붕괴된다. 폭염뿐만 아니라 가뭄, 장마, 폭우, 홍수 등이 굉장히 높은 강도로 일상화 될 가능성이 크다. 재난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상 기상 현상이 계속되면 농작물 생산이 용이롭게 되지 못하면서 먹거리가 줄어들게 된다. 이러면 전 지구적으로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기후변화를 막아야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 어떻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나.
"과학자들은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한다. 다섯 번의 대멸종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서 발생한 것인데,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의 산업활동이 만든 온실가스 배출에 의해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럴려면 대량 생산 대량 소비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끝내고, '성장하지 않는' 사회 체제로 이행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인류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하지만 시급하고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이나 개발을 도모하면서 기후변화도 막는다며 타협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탄소배출 제로' 계획이 없는) 우리나라 그린 뉴딜 정책도 그런 점에서 문제다."
"4년 남았다... 시민들이 정부·기업 등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 3일 오전부터 충남 천안·아산 등에 집중 호우가 내리고 있다. 집중호우로 인해 시내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침수되는 사고가 잇따르는 중이다. | |
ⓒ 지유석 |
- 2018년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 2030년에는 2010년 대비 45%, 2050년에는 순 제로(인위적 배출량과 인위적 흡수량이 같아지는 것) 배출로 만들어야 2100년까지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도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도가량 오른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온도를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IPCC의 계획에 따르더라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할 가능성이 66%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게다가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변수들, 이를테면 빙하가 깨지면서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진다든가, 툰드라 지대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이산화탄소보다 24배 강한 온실 효과를 낸다) 등도 고려해야 한다.
저는 그래서 2025년 넷 제로(순 제로)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입장에 동의한다. 그동안에 탄소 배출 시스템을 0으로 바꿔야 한다. 저는 임계점을 2025년으로 보고 있다. '탄소 예산'도 2018년 기준 420기가톤밖에 안 남았다. 세계 각국이 근본적으로 체제를 변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전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극한고온, 호우 및 가뭄 등 자연재해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온난화 속도와 규모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 420기가톤이었던 탄소예산은, 2019년 하반기에는 360기가톤으로 떨어진 상태다. 국제적인 급진적 환경운동단체 '멸종 저항'도 김 사무국장과 같이 2025년에 탄소 배출이 '순 제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기후협약을 탈퇴했고, 한국 정부 역시 환경단체로부터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같은 경우는 2028년 석탄 발전소를 멈추겠다고 하지 않았나. 적어도 한국은 석탄 발전소를 멈춰야 한다. 현재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지수는 61개국 중 58등으로 최하위에 가깝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세계 7위다. 배출증가율도 한때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기후악당 국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보수 진영에서는 경제개발, 경제성장만 외치면서 전혀 기후위기 대응을 못하고 있다."
- 앞으로 시민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사실 전 세계가 힘을 똘똘 뭉쳐도 막을까 말까 하는 게 기후변화다. 에어컨 덜 쓰기, 자동차 덜 타기 등 개인의 실천은 기본이고, 전 지구적으로 모든 산업이 온실가스 배출 제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가장 집중적이고 우선적으로 정부·지자체·기업에 요구를 해야 하는 것이 바로 '기후위기 문제'라고 본다.
기후위기는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먼 미래에서 일어나는 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평생 '지옥'에서 살아야 한다. 단기간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 전환이 급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하루 빨리 위기를 인식시키고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 지난 2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남산마을. 산사태에 휩쓸린 컨테이너 주택이 고구마밭으로 굴러들어와 있다. |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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