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검찰 수사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의 분노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보다 ‘민정비서관실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향하고 있다. 특히 선거 개입을 기정사실로 하는 듯한 말이 검찰 쪽에서 흘러나오고, 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특별감찰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청와대와 여권이 공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이번 주말께 임명될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특별감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검찰은 12월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고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를 날렸다. 고 대변인은 전날에도 사망한 전 특감반원 관련 해명과 ‘하명 수사가 없었다’는 반박 브리핑을 두 차례나 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고인을 포함해 민정수석실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고 보는 셈이다.
청와대의 이런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공정한 수사 관행, 인권보호 수사’를 당부했지만, 개혁을 약속했던 검찰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좀 더 근본적인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검찰이 바뀐 게 없다”는 격한 반응이 튀어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가 더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하명 수사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검찰이 계속 피의사실을 흘려 고인이 마치 선거에 개입한 것처럼 만드는 것에 대해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명백히 알면서도 입을 닫으면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를 지켜보겠지만 더는 입을 닫고 있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윤 총장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 다수가 매우 격앙되어 있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은 감정적인 대응과는 거리를 두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권에선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직 특감반원이었던) 수사관 사망 경위에 의문이 없도록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팀의 강압적 수사가 있었는지 특별감찰을 실시해 규명할 것을 법무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복수의 의원들이 “숨진 수사관의 유서를 보면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당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에 대한 직접 개입에 선을 긋고 있는 문 대통령이 당장 윤 총장이나 검찰을 향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여권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법무부 장관 인사를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판사 출신에 정치 경험이 많은 추미애 의원 낙점 배경에는 ‘정통 복서’(검찰 출신)가 아니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윤 총장을 지휘하려면 ‘정통 복서’로 되겠나, ‘변칙 복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12월에 있을 검찰 인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적극적인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이완 성연철 이지혜 서영지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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