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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6일 금요일

“문희상 안, 대법원 판결에 반한다”

강제동원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법조.학계 전문가들 지적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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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6  17: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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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와 강창일.박지원.장병완.천정배.최경환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기억.화해.미래재단법’을 다음 주 발의할 예정인 가운데,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문희상 안’이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와 강창일.박지원.장병완.천정배.최경환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문희상 안’, 대법원 판결 원칙에 반한다”
발제자로 나선 김민철 경희대 교수는 “강제동원 기업에게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존중의 형식은 강제동원.강제노동에 대한 인정과 사죄, 배상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고 판결한 점에서, 일본 기업의 인정.사죄.배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문희상 안’은 일본 기업 혹은 정부가 강제징용에 대한 인정과 사죄에서 출발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날 최광필 국회 정책수석비서관은 언론설명회에서 “대법원 판결 정신에 대한 존중”이라며 “민법상 화해절차를 통한 대위변제 방식의 전제는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대리인인 이상갑 변호사는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수행과정에서 행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채무를 대위변제하는 것이 현행헌법 전문에 합치된다고 볼 수 있느냐”며 “‘문희상 안’은 역사적 진실 기록, 피해자의 사과와 그 실행방법으로서의 금전배상과 관련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없다. 이 부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창록 경북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법원 판결에 의해 손해배상의 의무가 확정된 일본 기업이 배상하고 그 공모자로 명기된 일본 정부가 피해자의 권리 실현에 나서야 한다”며 “‘문희상 안’은 한국 정부, 한국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국민에게까지, 심지어 세계 시민에게까지 책임을 떠넘기면서 일본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면탈하게 하는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의 원칙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문희상 안’의 초점은 소송을 통해 확정된 혹은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얼버무리는 것”으로 “책임이 없는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재단을 통해 책임이 없는 한국기업, 한국 국민의 기부금을 섞어 일본 기업의 법적 책임을 세탁하자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문희상 안은 위자료 지급만으로, 지급과 등가적 관계에 있지 않은 피해자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소멸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국제인권법, 헌법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사죄 선결조치 성취 못 해 갈등 위험 높다”
‘문희상 안’에는 일본 정부의 사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일본 정부가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기 전에 사죄를 표명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사죄가 전제되지 않은 채 설립된 재단의 법적 효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상갑 변호사는 “문희상 안이 적시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 정치인의 진솔한 사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할 뿐 아니라 일본 정부 및 전범기업들의 공식입장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현재 일본 정부의 입장이나 일본 여론 등을 보면 법 통과 이전에 (일본의 사죄라는) 사전조치가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사전조치 없는 법 통과 시 법의 효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군함도’로 대표되는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과 관련해 강제징용자를 ‘일본의 산업을 지원한 한반도 출신자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사죄할 리 없다는 것.
결과적으로 “문희상 안은 역사적 진실 기록, 일본 정부 및 기업들이 사과를 사실상 포기한 해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이 변호사는 진단했다.
그러면서 “먼저 선결조치 이행을 위한 노력을 하여 외교적 합의를 일정 정도 이끌어낸 다음, 국내적 조치로서 관련 법을 논의하여야 한다”며 “선결조치는 전혀 성취하지 못한 채, 법 시행에 따른 혼선과 국내적 갈등, 한국 정부의 책임만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안’ 위자료 3천억 원 아닌 42조 원 필요”
‘문희상 안’에 1인 당 2억 원으로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원칙으로 소송진행자 약 990명, 소송예정자 약 500명 총 1천5백 명을 피해자로 선정해 약 3천 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구상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 21만 8천639건이 피해자로 인정됐는데, ‘문희상 안’이 제시한 1천 5백 명의 숫자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인당 2억 원의 위자료 책정액수를 환산하면 42조 원이 넘는다.
이상갑 변호사는 “전체 피해자들 중 1천5백 명에게만 위자료 신청권을 인정하겠다는 발상의 근거가 무엇인가.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42조 원을 자발적 기부금으로 조성할 수 있겠는가. 자발적 기부금으로 위자료를 조성해도 일본 측이 부담해야 할 절대 금액 또는 비율에 대한 하한선도 없다. 금액 기부 이행을 담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군성노예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나와 “‘문희상 안’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군성노예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나와 “‘문희상 안’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대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문희상 의장을 만나보니 영어로 원 플러스 원이라는 말을 하더라”며 “들을 때는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의장 문희상은 그런 소리를 집어치우라고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문희상 안을) 뜯어보니 아무것도 없다”며 “원 플러스 원으로 해결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으로 무얼 한다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민철 경희대 교수, 이상갑 변호사, 김창록 경북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고,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 이나영 중앙대 교수, 송기호 변호사가 토론자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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