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뉴스공장」을 듣다 전후석 감독을 알게 됐다. 재미교포 2세 변호사로 쿠바를 여행했다가 우연한 계기로 쿠바에 살고 있는 한국인 후예들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고 한다. 구한말 헐벗고 굶주린 수많은 조선인들이 먹을 것을 찾아 자의 반 타의 반 조국을 떠났다. 많은 이들이 하와이와 중남미 사탕수수 농장 등으로 갔다고 하던데 이 영화는 그중 쿠바로 간 이들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디아스포라’는 민족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고향을 자발적으로 혹은 강제로 떠나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을 뜻한다. 한 마디로 나라를 빼앗긴 채 남의 땅을 전전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이들 쿠바의 한인 후예들을 ‘한인 디아스포라’라 칭할 만 한데 1930년대에 연해주에서 살다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추방된 한인 후예들(고려족)도 그 범주에 속할 것이다. 재일동포, 조선족도 마찬가지다. 전 감독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는 8백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디아스포라는 ‘유태인 디아스포라’이다. 2천 수백 년에 이르는 이 ‘유태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누군가 짓궂게 ‘이스라엘 삼국지’라 부르기도 하는 구약성경을 통해서 잘 알려져 있다. 유태인들은 결국 ‘시오니즘’을 통해 1948년 그들의 나라 ‘이스라엘’을 재건국했다. 그 과정은 미국의 부와 권력, 할리우드를 장악한 유태인들에 의해 극도로 미화된 모습으로 우리에게 소개됐었다.
반면 우리는 ‘한인 디아스포라’, 즉 우리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국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정이 없고 관심이 없고 역사의식이 없어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 ‘한인 디아스포라’는, 전 감독에 따르면, 조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크다. 전 감독은 “(‘유태인 디아스포라’의 시오니즘이 이스라엘 건국이라고 한다면) ‘한인 디아스포라’의 시오니즘은 ‘통일 한반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가슴이 뭉클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나라를 빼앗긴 채 이국땅으로 떠난 이들과 그 후손들에게 분단된 한반도는 아직 완전히 회복된 조국이 아닐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한반도 남쪽에서 헤헤거리며 살고 있는 나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트럼프의 농간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완전히 원 위치로 돌아 온 지금,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얼마나 흉악한 것일까, 가슴 졸이는 오늘, 남한 땅에서 성조기와 이스라엘국기를 흔들어대는 이들이 새삼 역겹다.
이들을 선동하는 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못 견디게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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