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59] 불난 호떡집 미국 | ||||
북한의 ‘새로운 길’ 앞에서 난리난 미국 | ||||
기사입력: 2019/12/24 [23: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
1. 자가당착에 빠진 미국 민주당
(1)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8명의 민주당 중진 상원의원이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에 관한 서한을 보냈다. 언론들은 관련 기사 제목을 「미 민주 “화염과 분노 회귀 안 돼”...트럼프에 서한」(연합뉴스), 「미 민주, 트럼프에 “‘화염과 분노’ 복귀는 심각한 오산”」(동아일보) 등으로 뽑으며 마치 민주당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낸 것처럼 보도했다. 심지어 한겨레는 「주목되는 미 상원 중진들의 ‘대북 강경책 반대’ 서한」이란 제목의 사설까지 내보냈다. 하지만 정작 서한 내용을 보면 전혀 아니다.
이들은 서한에서 “북한이 외교 및 비핵화 약속을 충족시키기 위한 중요한 조처들을 아직 하지 않은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약속을 위반하고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도 문제라며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영구적 금지를 보장하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지난 6개월 간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대응조처 없이 용인한 점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유린’에 책임을 묻는 노력을 저버린 점 등을 지적했다.
또 이들은 트럼프 정부가 해야 할 과제로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하게 동결하고 폐기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 ▲적절한 제재 지속 등 대북 압박 ▲단단한 억지 태세 ▲동맹 강화 ▲외교적 관여 강화 ▲완전한 비핵화와 지속가능한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을 제공할 남북간 대화 심화 ▲영변 핵 단지와 다른 핵 시설들을 검증가능하게 폐기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화염과 분노’ 위협이나 그 외 파멸적인 전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북한에 대한 ‘핵 강압’ 시도를 재개하는 게 협상 테이블보다 나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면 심각한 오산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일단 서한의 내용을 보면 새로운 내용도 없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다른 점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서한이 트럼프 정부에 그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2) 자가당착에 빠진 서한 내용
미국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연말 시한을 이대로 넘기면 북한이 ‘새로운 길’로 갈 것인데 그것이 아무래도 군사적 행동일 가능성이 높으니 이를 막기 위해 서한을 작성했다. 그러면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걸 제시했어야 한다. 북한은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지금은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요구를 어떤 식으로 수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북한을 압박하고 위협하자는 주장은 그간 수십 년 동안 미국이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이기에 무의미하다.
그런데 서한을 보면 유엔에서 북한의 ‘인권유린’에 책임을 묻고, 대북제재를 지속해 북한을 압박하고, 군사적 억지태세를 강화하고(이 말은 군비증강이나 군사훈련 강화를 의미한다),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라는 얘기밖에 없다. 그냥 전부터 하던 것, 지금 트럼프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다시 나열했을 뿐이다. 북한의 요구를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어찌 보면 민주당 서한은 그냥 북한을 ‘새로운 길’로 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한의 목적과 서한의 내용이 따로 논다. 자가당착이다.
또 서한을 보면 영변 핵 단지와 다른 핵 시설들을 검증가능하게 폐기하라는 주문도 있다. 이는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룬 내용이다. 당시 북한은 대북제재 가운데 민수분야를 해제하면 영변 핵 단지를 검증가능하게 폐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서한에서 대북제재를 유지하라고 주문했다. 제재유지와 영변 핵 단지 폐기라는 양립 불가능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것을 내줄 생각은 없고 남의 것을 뺏을 생각만 있는 극단적 이기주의다.
서한이 주문한 단단한 억지 태세 유지와 동맹 강화는 결국 군사력을 동원해 북한의 핵을 빼앗자는 논리다.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깡패의 논리, 패권주의 논리다.
민주당은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던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대북 핵위협을 하는 것보다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횡설수설이다.
협상이란 양측의 조건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와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조건을 분명히 제시했다. 민주당 생각처럼 아무 때나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협상이 아니다. 민주당은 대북압박을 지속하면서 협상을 하라는데 애초에 모순되는 요구다. 미국은 협상을 할 때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기 입장만 밀어붙이는 데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자기 처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아직 일방주의에 빠져 있다.
이처럼 미국 민주당은 지금껏 북미 사이에 어떤 협상과 대결이 진행되었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서한을 썼다. 북한은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면 협상을 하겠다, 대북적대정책 유지하면 ‘새로운 길’로 가겠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엉뚱하게도 대북적대정책 유지하면서 협상을 하라, 아무 것도 주지 말고 비핵화만 얻어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기주의의 끝판왕이며 일방주의, 패권주의로 똘똘 뭉친 나머지 현실 인식도 못하고 횡설수설하고 있다.
(3) 입장 바뀐 민주당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나자 민주당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북미 공동성명에 대해 “매우 걱정스럽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도 성명에서 “비핵화 약속은 모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양보했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트윗을 통해 “이건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한 것”이라며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은 이번에 서한을 보낸 이유에 대해 “연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당신의 노력이 교착되고 실패 직전에 가 있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이제와서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1년 반 전에 자기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잊어버린 것 같다.
반면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자 민주당은 안도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회담의 핵심 이슈 중 하나는 영변 핵 시설 폐기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해 합의 없이 회담이 끝났다. 그러자 당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잘 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의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 것도 주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도 하였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서한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를 다시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쯤 되면 기억상실증을 의심할 만하다.
(4) 기억상실인가 조현증인가
민주당이 서한에서 횡설수설하는 걸 보면 과거 자신이 무슨 주장을 했는지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서한 안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하는 걸 보면 기억상실보다는 조현증에 가깝지 않나 생각된다. 차라리 과거에 했던 자기 주장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해라도 가지만 지금 상황은 그냥 이성적 대화가 불가능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이상이 아니다.
민주당이 이런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아무래도 공포 때문인 듯하다. 사람이 공포에 질리면 이성적 판단 능력이 마비된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지금 연말 시한이 다가올수록 북한의 ‘새로운 길’이 열릴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새로운 길’이 구체적으로 무언지는 미국도 모른다. 그래서 더 두렵다. 원래 공포는 예측 불가능 때문에 극대화되는 법이다.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민주당은 논리적이지 않은 해법을 내놓고 상식에서 벗어난 주장을 하고 있다. 민주당뿐 아니라 미국 전체가 비슷한 상황이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심해질 것이다.
2. 세계 앞에서 공개적으로 수모를 자처하는 미국
(1) 비건, 수모를 당하다
국무부 부장관으로 발탁되어 출세가도를 달리는 스티븐 비건이 한국에 와서 공개적 수모를 당했다.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카운터파트에 직접 말하겠다”, “일을 할 때이고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 안다”라며 북한에 대화를 요청했다. 애초 비건 대표는 북한과 어떻게든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던 것인데 물밑 접촉에서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자 공개적으로 만남을 제안한 것이다.
비건 대표가 구차해보일 수 있음을 각오하고 이처럼 대화를 요청한 이유는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발언 때문이다. 지난 3일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이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는 매우 신성한 날”이라며 “이 기간이 평화로운 날들로 인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발 ‘크리스마스 선물’로 군사 행동을 하지 말아달라는 간청이나 다름없다.
물론 비건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여론조성용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은 대화를, 북한은 대결을 추구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면피용 발언이라는 것이다. 대화 제안의 외피를 쓴 경고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대화 제안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후통첩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건 대표의 이후 행보를 보면 여론전이나 경고 성격으로 볼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이 비건 대표의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자 예정에 없던 중국 방문까지 하면서 북한의 대답을 기다린 것이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전에 무조건 북한을 만나고 돌아오라는 지시를 받은 듯하다. 여론전이나 경고 성격이었다면 기자회견으로 끝내지 이렇게까지 구질구질하게 매달리지는 않는다.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중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북한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유지할 필요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전쟁 상대에게 중재를 부탁하는 꼴이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기다림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미국에 돌아간 비건 대표는 워싱턴 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 외에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며 외교 실패를 인정했다. 세계 면전에서 공개적인 수모를 당한 것이다.
며칠 동안 계속된 비건 대표의 애원에 북한은 일언반구 대꾸를 안 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건 대표가 스토커로 느껴졌을 수 있겠다. 북미 협상의 조건인 ‘새로운 계산법’을 이미 분명히 밝혔고, 또 이번 물밑접촉에서도 안 만난다고 했을 텐데 공개석상에서 또 떠드니 여간 귀찮은 상대가 아닐 듯하다.
(2) 트럼프, 직접 나서다
비건이 성과를 못 내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전화를 걸어 대북대응 공조를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주석과 우리의 대규모 무역합의에 대해 아주 좋은 대화를 했다”, “북한 문제도 논의했다. 우리가 중국과 협력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무역전쟁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북한에 대한 논의도 했다는 걸로 봐서는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상당한 양보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얼마전 1단계 무역합의를 이루었는데 이를 두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북한 문제와 관련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면서 양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보다 북한과의 협상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해왔다. 예를 들어 2017년 4월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번복한 이유로 “중국이 북한이라는 더 큰 문제를 풀기 위해 협력하고 있는데 무역전쟁을 벌여야 하느냐”고 말했다. 북한 문제를 ‘더 큰 문제’라고 말하면서 무역전쟁을 북한 문제 해결의 수단 정도로 표현한 것이다.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장기인 막말을 쏟아낼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침묵을 지키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12월 초만 해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부적절한 비유’를 한다거나 북한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거라며 압박을 하더니 북한 당국자들의 강한 경고에 위축된 모습이다.
당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담화에서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모욕을 주었다. ‘망령든 늙다리’는 2017년 북미 사이에 험악한 분위기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발언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과거를 들쑤시기 위해 다시 이 말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라며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예전 같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말들에 발끈하며 막말로 대답했을 텐데 이번엔 침묵을 지켰다. 괜히 막말로 시비를 걸었다가 본전도 못 찾고 수모를 당한 모양새다.
3. 오가잡탕 형국인 미국
지금 미국 정가는 호떡집에 불난 것 같은 모습이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며 정리되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건 대표는 한국에 와서 “미국은 비핵화 협상에 기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럼 연말을 앞두고 한국에 와서 북한과 대화하자고 떼를 쓰고 안 되니 중국까지 찾아가 도움을 구한 건 무엇 때문인가. 누가 봐도 미국 정부는 지금 북한의 연말 시한을 신경 쓰고 있는데 비건 대표의 발언은 비웃음만 살 뿐이다.
민주당이 ‘화염과 분노’를 하지 말고 협상을 하라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자 다음날 공화당은 켈리 크래프트 유엔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더욱 강경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그 다음날엔 미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연말 시한이 끝나고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우리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 “오늘 밤에라도 싸울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경고에 밀려 한미연합훈련을 끝내 취소한 미군의 입에서 나올 얘기는 아닐 듯하다.
한편 이 와중에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며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탄핵 정국과 관련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2월 20일자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이후에는 야당 뿐 아니라 여당의 비판도 견뎌낼 여력이 있기 때문에 평양 방문을 통한 비핵화 선언 등 훨씬 더 큰 자유를 누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지 않도록 북한이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북한 보고 트럼프 재선 선거운동을 해달라는 말이나 다름없는데 염치도 집어던진 듯하다.
중구난방 어수선한 미국의 연말 상황을 보면 내년에도 미국이 한반도 상황을 정리하고 주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4. 왜 호떡집에 불이 났는가
미국 상황이 심각한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보자.
첫째, 미국은 양아치 사기꾼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껏 약소국을 상대로 자기는 하나도 주지 않고 상대에게 모든 걸 받아내는 양아치 깡패 국가로 살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자기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를 막으면서 북한에 준 건 하나도 없다고 자랑한다. 미국에서는 이게 자랑이 된다. 합리적인 상거래, 정상적인 국제 협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미국에서는 자랑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다른 나라와 무역협상을 하고 나서 대통령이 ‘한국은 아무 것도 안 주고 오로지 받아내기만 했다’고 자랑하면 국민들은 뭔가 잘못 됐거나 거짓말일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시정잡배, 양아치, 조폭 세계에서나 통하는 자랑이 미국에서는 버젓이 통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당연히 양아치처럼 할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렇다고 미국이 현실을 빨리 인정하고 반성하고 갱생의 길을 걷는 것도 아니다. 그냥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북한이 밀리지 않는다. 그러니 수모를 당하고 자가당착에 조현증까지 보이는 것이다.
둘째, 미국은 북한에 밀리고 있다.
북한이 약하고 미국이 밀어붙이는 상황이면 지금 미국의 모습을 강온양면전술로 여길 수도 있다. 주먹경찰-담배경찰 전략처럼 한쪽에선 북한을 압박하고, 다른 쪽에선 북한을 회유하는 작전으로 봐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모습은 누가 봐도 미국이 세계 앞에서 체면을 구기고 수모를 당하는 형국이다. 미국이 힘에서 우위에 있다면 망신을 당하면서까지 강온양면전술을 펼 이유가 없다. 이건 그냥 북한에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승승장구하며 전진만 하던 부대가 한번 후퇴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밀린다. 질서도 없고 오가잡탕에 중구난방이 된다. 지금 미국의 모습이 그렇다.
셋째, 미국이 공포에 빠진 듯하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새로운 길’이 뭔지를 두고 온갖 상상을 해왔다.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라고 주장하는 사람,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것이라는 사람, 심지어는 무슨 관광사업을 하는 게 새로운 길이라는 사람까지 별의 별 주장이 다 나왔다.
실체를 모르면 불안하고 불안이 커지면 상상은 망상이 된다. 이성은 마비되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급기야 탄핵당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도록 도와달라는 말까지 나왔다. 앞으로 무슨 말이 더 나올지 참으로 가관이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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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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