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부르더호프 동화나라
“떨어졌니?”
“아니요. 아직 그대로 있어요.”
“이상하다, 오늘 아침은 아주 추운 것 같았는데 아직 덜 추웠나 보네……”
요즈음 한동안 우리 가운데 오간 아침 대화 시작입니다.
우리 모두 오래 인내하며 그 날(?)을 기다립니다.
공동체 마을 입구와 어린이집 옆에 서 있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든 것도 거의 3주나 넘었습니다.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옷을 훌훌 벗어 버린 다른 단풍 나무들이 부럽지도 않은 양 한 주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나도 노란 은행나무는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는 듯 꼼짝도 안하고 늦장을 부립니다.
주변의 모든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 밖에 없으니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자신의 황금빛 옷을 마지막까지 자랑하고 뽐내고 쉽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그런지 은행나무는 좀처럼 샛노란 잎을 쉽게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할머니도 어린 아이들도 나도 매일 아침마다 언제 은행잎이 떨어질까 은행나무를 쳐다봅니다.
푸른 하늘과 대조되는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노란 은행나무 잎은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합니다. 사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다른 단풍 나무들은 여러 주에 걸쳐 나무 줄기와 잎자루 사이에 떨켜라는 보호막을 형성해 서서히 잎이 떨어지지만 은행나무는 보호막을 한꺼번에 형성했다가 아주 심한 서리가 내리면 잎이 한꺼번에 떨어지게 됩니다. 얼마전부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목요일이 지나고 금요일이 지나고 드디어 토요일입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느 날과 같이 은행나무를 보러 갔습니다. 며칠 동안 어지간한 서리에도 꼼짝 않더니만 간밤에 내린 서리가 못 견디게 너무 심했던지 은행나무 잎은 줄기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 후 그동안 굳게 잡았던 손을 다같이 한꺼번에 놓아 버렸습니다. 이미 마을 아이들이 황금빛 쏟아져 내리는 은행나무 아래에서 신나게 장난을 치며 놀고 있습니다.
드디어 모두가 기다리던 그 날이 왔습니다. 나도 아이들과 동화되어 황금빛 비를 맞으며 자연이 주는 행복을 만끽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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