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법적으로 설립·발급된 수서철도 법인과 면허 취소해야 2018.08.18 08:27:29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과거 국토교통행정의 잘못된 점을 깊이 성찰하고, 정책 지향을 명확히 하기 위해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지난 3월 29일 주택정책, 재건축제도, 공공임대주택, 아라뱃길, 친수구역에 대해 1차 개선권고안, 7월 10일에는 부동산가격공시제도, 철도안전 및 철도산업, 민자사업에 대해 2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했고, 8월까지 건설산업, 도시, 건축안전 등에 대해 3차 개선권고안을 최종 제시할 예정이다.
위원회가 다수의 국토교통의제에 대해 정책개선 권고안을 만들고는 있지만, 과연 국토교통 행정의 잘못된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성, 공평성, 능률성, 효과성도 행정집행의 중요한 원리이나, 무엇보다 그 기초는 합법성이다. 법치행정은 민주행정의 출발일 뿐만 아니라, 행정 횡포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행정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 대표적 사례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강행된 수서고속철도 별도법인 설립과 면허 발급이다.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이 드러나면서 수서고속철도 법인 설립 등기도 재판거래의 대상이었음이 밝혀졌다. 양승태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한 재판'의 대표적 사례로 2013년 (주)에스알 법인 설립 시 조사인가 결정사건(대전지법 2103비합55 결정)을 내세웠고, “법률이 아닌 국가경제적 관점에서 설립 등기를 허가함으로써 철도노조 파업을 종식시켰다”고 고백했다. 검찰의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 원상회복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대상이었던 KTX해고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우선 구제한 것처럼 국토교통부도 수서고속철도 별도법인 및 면허를 취소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사법농단의 배경에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국정농단이 있었다. 공공부문 민영화에 국민의 반대여론이 높아지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법률과 국회를 우회하여 꼼수민영화를 추진했다. 권위주의에 의한 불법행정도 완전히 청산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시장주의에 의한 불법행정이 만연했던 시기였다.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 시행령을 개악하거나 법률의 일부 문구를 형식적, 자의적으로 해석해 입법취지에 반하는 위법적 행정집행을 했고, 국토교통부 이에 조응해 수서고속철도 분할민영화를 강행했다.
현행 철도산업발전기본법과 철도사업법은 제정 과정에서 이호웅 의원의 발의로 대폭 수정됐다. 정부는 철도분할민영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철도노조의 저항에 막혀 철도공사화로 방향을 틀었다. 철도공사로 하여금 철도운영을 담당하도록 하고, 민영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주식발행이나 민간위탁 조항을 삭제하는 수정입법이 이루어졌다. 철도면허 조항 역시 재정으로 건설된 노선에 대해 철도공사가 포괄적으로 운영권을 갖고 민간투자로 건설된 노선에 한해 일시적으로 운영권을 부여하는 취지로 수정됐다. 따라서 재정으로 건설된 수서고속철도를 철도공사에서 떼어내 별도법인이 담당하도록 한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발전방안 수립과 면허 발급은 불법이었다.
법 제정 당시 노정협의를 진행했던 필자(자세한 사항은 2013년 기고 참조)와 수정법안을 발의한 이호웅 의원은 동일하게 이를 밝히고 입법 취지에 대한 청문회까지 제안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사법농단 세력의 협조 속에 일방적으로 수서고속철도 법인 설립 허가 등기를 하고 면허 발급을 강행했다. 국토교통부는 불법논란이 일자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재정으로 건설된 노선과 민간투자로 건설된 노선을 구분하지 않고 일부 문구를 형식적으로 해석하도록 질의하여 유리한 답변을 얻는 꼼수를 부렸다.
이와 같은 국토교통부의 수서고속철도 분리 추진은 대우건설과 동부그룹 등 대기업의 사업제안이 있기 전까지 그 동안의 계획과 발표를 뒤집은 것으로서 최소한의 일관성이나 도덕성도 찾아볼 수 없다. 2006년 건설교통부 시절부터 2010년까지 국토교통부의 각종 연구용역, 기본계획은 수서고속철도가 철도공사 경영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일관되게 이야기 해왔기 때문이다.
수서고속철도 별도 법인 체제는 자회사와 모회사가 경쟁한다는 그 형식도, 고속철도의 노른자 노선을 지역독점하여 수익만 빼가는 그 내용도 기만적이다. 더 이상 위법적이고 기형적인 수서고속철도 분리체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철도는 네트워크산업의 특성상 분할과 경쟁보다는 통합과 협동이 공공성과 효율성 모두를 높여준다는 것이 주요 국가에서 이미 입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시기 경쟁체제란 이름 하의 철도민영화 반대를 표명하고, 철도 상하통합 추진을 약속했다. 지난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철도연결을 합의한데 이어 이번 광복절에는 동북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철도행정이 국정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꼼수 불법행정의 오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위법적으로 설립된 수서고속철도 법인과 면허를 조속히 취소하고, 철도 상하통합을 통해 남북철도, 동북아철도, 대륙철도 시대를 주도적으로 대비할 때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