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2018. 0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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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만㎞ 이동하지만, 어린 개체는 이동 않고 먹이터 모여
1980년대 이후 개체수 절반 감소…집결지마다 보호조처 시급
» 탄자니아 마피아섬에 모여든 어린 고래상어가 물고기떼 사이에서 헤엄치고 있다. 사이먼 피어스(simonjpierce.com) 제공
고래상어는 다 자라면 길이 20m 무게 40t까지 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따뜻한 대양 표면을 유유히 헤엄치면서 덩치에 걸맞지 않게 주로 작은 플랑크톤을 커다란 입으로 흡입해 걸러 먹는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이 물고기는 언제 어디서 태어나 자라고 어떻게 번식하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동물이기도 하다.
고래상어의 이동생태도 미스터리다. 세계의 고래상어는 크게 인도·태평양 집단과 대서양 집단으로 나뉜다. 인도·태평양 집단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 동쪽의 인도양부터 남아메리카 서쪽의 태평양까지 서식하는 고래상어는 서로 만나 유전자를 나눈다. 그러나 고래상어가 어디서 자라 어떻게 이동하고 번식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만일 인도양부터 태평양까지 같은 유전자를 지닌 고래상어가 산다면 일부 지역 집단이 남획이나 혼획, 선박 충돌 등으로 사라진다 해도 별문제 없을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최근 장기간의 관찰과 생화학적 연구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기간의 진화적 시간으로 보면 유전적 교류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지역별로 이동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지역별로 고래상어를 보전하지 않는다면 전체 집단의 생존도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조사를 벌인 고래상어 집결지(네모). 위로부터 아라비아해, 탄자니아 해안, 모잠비크 해안. 클레어 프레블 외 (2018) 제공.
영국 사우스햄프턴대 ‘해양 거대동물 재단’과 ‘샤크 워치 아라비아’ 연구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서부 인도양의 아프리카 해안 가운데 고래상어가 해마다 몰려들어 먹이활동을 하는 핵심 구역(핫 스폿)인 모잠비크, 탄자니아 해안과 아라비아해를 대상으로 육안으로 고래상어를 관찰하고 동위원소 분석을 했다. 고래상어 피부의 점무늬 패턴은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마다 특이해 과거 사진과 비교하면 이동 여부를 알 수 있다.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 분포는 해역별로 달라 고래상어의 피부 조직을 분석하면 어느 해역에서 먹이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다.
» 탄자니아 마피아 섬에서 작은 물고기 떼를 포식하려는 고래상어. 사이먼 피어스(simonjpierce.com) 제공.
9일 과학저널 ‘해양 생태학 진전 시리즈’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이들 3개 해역에서 고래상어 1240마리를 추적 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해마다 이들 먹이터에 모여드는 고래상어는 대부분 길이 4∼9m의 어린 수컷이었다. 그런데 조사 대상 가운데 오직 2마리 만이 2000㎞ 떨어진 모잠비크와 탄자니아 사이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레어 프레블 사우스햄프턴대 박사는 “고래상어는 해마다 1만㎞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는 놀라운 수영선수로, 2000m 가까운 깊이로 잠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화학적 연구결과는 이들이 몇 달∼수년 사이에 주요 집결지 사이를 이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걸 보여준다. 이것은 이 멸종위기종 보전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 물고기 떼와 헤엄치는 고래상어. 클레어 프레블, 사우스햄프턴대·해양 거대동물 재단 제공
연구에 참여한 사이먼 피어스 해양 거대동물 재단 박사는 “고래상어는 대양을 너끈히 가로지를 능력이 있지만, 적어도 어린 개체는 그러지 않음을 알 수 있다”라며 “이들은 먹이를 먹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마다 같은 곳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습성의) 긍정적인 측면은 지역적인 보전이 멸종위기종의 복원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연간 1억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고래상어 관광에도 기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어린 고래상어를 찰영하는 연구자. 좀처럼 서식지를 벗어나지 않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종 전체와 지역의 관광소득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모잠비크 토포 해안에서 촬영했다. 클레어 프레블/사우스햄프턴대·해양 거대동물 재단 제공.
고래상어는 70년 이상 장수하지만 늦게 자라고 성숙이 느려 인간의 영향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해안의 자망 어업, 대양의 다랑어 어업, 아라비아해의 기름 탱커와의 충돌 등이 큰 위협이다. 이번에 연구가 이뤄진 3곳 모두 고래상어의 세계적 집결지이지만, 보호지역이 아니다. 프레블 박사는 “세계 고래상어의 절반 이상이 1980년대 이후 죽임을 당했다. 인도양 서부가 이 종의 핵심 구역이지만, 가장 큰 먹이터라고 해도 100∼200마리가 모일 뿐이다. 이번 연구가 보여주듯이 고래상어가 모이는 각각의 해역을 따로 잘 보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lare E. M. Prebble et al, Limited latitudinal ranging of juvenile whale sharks in the Western Indian Ocean suggests the
existence of regional management units, 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 doi: 10.3354/meps1266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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