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대표단 사상 첫 마석 모란공원 열사모역 참배, “평양에서 봅시다” 아쉬운 이별
신종훈 기자 sjh@vop.co.kr
발행 2018-08-12 13:24:21
수정 2018-08-12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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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길 조선직업총동맹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노동자 축구선수단 6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께 모란공원을 찾았다. 양대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를 비롯한 통일선봉대원 300여 명은 단일기를 흔들며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미국의 '전쟁반대노동조합협의회' 리스 셰널트(Reece Chenault) 사무국장을 비롯한 푸른 눈의 노동자들도 환영 대열에 함께했다.
묘역 입구에는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석한 북측 선수단의 마석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 참배를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펄럭였다. 북측 대표·선수단은 전태일 열사와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문익화 목사 묘역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이들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조직위원회 명의로 '조국통일 완수'라고 쓴 조화를 열사 묘역에 올리며 엄숙히 추모했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의 묘역을 첫 번째로 찾았다. 묘역에는 '열사 정신 계승하여 조국통일 완수하자'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열사 약력 소개에 나선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암울했던 70년대에 노동자들의 삶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기의 몸을 불태운 전태일 열사"라고 소개하며 "열사의 유업을 잇기 위해, 이제는 남북 노동자가 함께 단결해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자"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는 "남북의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다. 태일이 형도 함께 즐거우셨을 것"이라며 "8천만 민족이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에 남북 노동자들이 함께 힘을 모으자"고 밝혔다. 역시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도 참배에 함께했다.
북측 대표·선수단은 이소선 여사의 묘역에도 헌화한 뒤 늦봄 문익환 목사의 묘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는 문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도 함께 모셔져있다.
열사 약력 소개에 나선 통일맞이 이혁희 운영위원장은 "조국통일을 요구하는 수많은 젊은 청년들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문 목사님은 1989년 분단의 사선을 뚫고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나 조국의 통일을 논의했다가 옥고를 치르신 분"이라며 "문 목사님은 모란공원의 가장 높은 곳에서 수많은 열사들을 보듬으며, 통일과 민주주의를 영원히 지키는 마음으로 살아계신다"고 추도의 마음을 전했다.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성근 통일맞이 부이사장은 "문 목사님이 평양에 다녀오신 후에 '통일은 됐어'라고 선언했지만, '어~' 하는 사이에 30년이 흘러버렸다"며 "이번 4.27 판문점선언으로 조성된 새 국면에서는 다시는 이런 허송세월을 하지 않도록 남북이 모두 힘차게 전진하자"고 말했다.
북측 대표·선수단은 모란공원에서 이동하는 도중에도 남측 관계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한 북측 관계자는 "전태일 선생이 청계천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어떤 일을 하셨냐"고 물어보며 관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모란공원 길목마다에는 '북녘 형제여! 사랑하고 환영합니다!', '하나되는 것은 더욱 커지는 것입니다!' 등의 대형 걸개가 나부꼈다.
북측 대표·선수단이 참배를 모두 마치고 묘역을 내려오기 시작하자, 남측 노동자들은 "환영합니다", "가을에 또 만납시다", "평양에서 봅시다" 등의 인사를 건넸다. 남측 기자단과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던 북측 기자단도 이 모습을 관심있게 취재했다.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려던 한 북측 관계자는 떠나기가 아쉽다는 듯, 단일기를 들고 배웅에 나선 남측 노동자들의 손을 꼭 잡고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다.
북측 대표·선수단은 모란공원에서 40여 분의 시간을 보낸 뒤 숙소인 서울 워커힐 호텔로 향했다. 이들이 탄 버스대열이 빠져나가자 남측 노동자들은 "우리는 하나다!" 함성을 외쳤다. 버스 안의 북측 대표·선수단은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흔들고 단일기를 흔들어보였다.
이날로 2박 3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친 북측 대표·선수단은 오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출경 절차를 밟은 뒤 북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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