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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2일 수요일

문 대통령도 원하는 전교조 법외노조 해결, 방법 있다

18.08.23 09:09l최종 업데이트 18.08.23 09:17l





윤소하 의원 :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와 사법농단이 드러났고,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직권취소를 권고한 지금이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의 최적기다. 지금 바로, 먼저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하시는 것이 대통령과 정부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 "나도 하고 싶다. 국회에서도 할 수 있는 일, 먼저 ILO 비준을 하는데 협조해달라."

윤소하 의원 ; "그건 우리의 의무이니 저희는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그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정부에서 행정적으로 즉시 푸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고려 부탁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 : "알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낮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함께하기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인사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낮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을 함께하기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6일 있었던 원내대표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오고 간 윤소하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내용 일부다.

이 대화를 통해서 한 가지는 명확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 문제를 풀고 싶어한다는 것. 사람들이 '왜 문재인 대통령이 직권 취소를 안 하는 거냐?'하는 의문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내용이 아니라 방법의 차이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면서 직권 취소 요구에 대해서는 "하겠다"가 아니라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보인다. 윤소하 의원은 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단히 신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신중한 사람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떤 일에도 쉽게 흥분하거나 서두른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절차를 밟아서 차근차근, 그러나 끈질기게 일을 추진한다는 것을 여러가지 일들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하는 전교조 법외노조 사태 해결의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 입법을 통해서이다. 즉, 직권취소와 같이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기보다는 사법부와 입법부를 통한 간접적 해결을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다. 직권취소가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법외노조 해결 방법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당사자인 전교조도 알고 있고, 고용노동부(노동부)나 교육부도 알고 있으며, 청와대 수석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나서서 이 길을 가려고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해결책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라도 하면 된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직권취소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물론 돌아가는 길이기는 하지만, 그것이라도 하면 이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이 증명될 수 있다.

정부는 법외노조 소송 당사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나 수석들, 그리고 김영주 노동부 장관 등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행정부, 구체적으로 청와대가 소송 중인 사건에 개입하는 것을 3권 분립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김기춘으로 대표되는 청와대의 재판 뒷거래 의혹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가지면서 이런 생각을 더욱 굳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맞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을 지향하는 나라로 행정, 입법, 사법의 3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국가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누구도 이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하나 생각해야 하는 내용이 있다. 행정부가 부당하게 사법부의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되지만, 전교조 사건은 거기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제3자 소송에 대해서 행정부를 대표하는 청와대가 재판이 아닌 뒷거래를 통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국기를 뒤흔드는 범죄다.

이런 이유에서 지난 박근혜 정부가 김기춘 비서실장을 앞세워 황교안 법무장관, 윤병세 외교장관까지 대동하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위안부 소송을 거래하려 했다는 의혹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흔히 말하는 제3자 소송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당사자인 재판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 취소 소송)은 전교조가 원고이고 대한민국 정부가 피고인 소송이다. 즉, 대한민국 정부는 재판의 결과에 따라야 하는 제3자가 아니라 재판에서 행정 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다투는 당사자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는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 자신의 입장을 내면 된다. 즉,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노동부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두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피고, 즉 당사자인 소송에서 재판부에 자신의 입장을 제출하면 된다.

이전 이명박근혜 정부와 다른 입장을 재판부에 제출하면 그만이다. 이걸 안 하면서, 이전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서 제출된 재판 자료와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을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더 단적으로 말하면, 현재 대법원에 제출된 이전 박근혜 정부의 입장, 즉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정당하다'는 주장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두 탄핵하고 새로운 문재인 정부의 입장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무리했다, 또는 위법하다'는 입장과 관련된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면 된다. 이건 재판 개입도 아니고, 당연히 3권분립 위반도 아니다. 이걸 했는지 궁금하다.

재판에 제출된 박근혜 정부 자료부터 탄핵해야

이전 2010년 일제고사 소송 사례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11월 남아무개 교사 등은 강원도교육청에서 시행된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을 받자 강원도교육감(당시 한장수 교육감)을 상대로 해임취소 소송을 냈다. 2010년 2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강원교육청은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서 항소를 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2010년 4월 교육감 선거에서 일제고사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민병희 교육감이 당선됐고, 민 교육감은 항소 취하를 법무부, 구체적으로는 검찰에 요구했다. 민병희 교육감은 항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소송에서 지는 수밖에 없다고까지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 법무부와 검찰은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해서 재판 당사자(정부 기관)의 요청으로 행정 소송을 취하한 전례가 없다면서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정말로 강원도 교육청은 일제고사 해직교사들의 소송에서 패소해 버렸다. 보기에 따라서는 일부러 졌다고도 볼 수 있다. 아니 이기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전 한장수 교육감 시절에는 일제고사가 정당하고 일제고사를 거부한(정확하게는 선택권을 안내한) 교사들의 해임이 정당하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법정에 제출했지만, 민병희 교육감의 강원교육청은 그러지 않았다. 이전 교육청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었다.

청와대와 노동부는 여기서 교훈을 얻어 방법을 찾으면 된다. 당장 직권취소를 하면 제일 빠르고 확실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겠으면 재판부에 이전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잘못되었다는 입장을 제출하면 된다. 박근혜 정부가 자신의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하다며 제출한 각종 근거들을 스스로 탄핵하면 된다. 그러면 재판부 역시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재판을 뒤로 미룰 이유도 없다. 

대법원과 국회의 의무

여기에 행정부보다 훨씬 더한 책임을 져야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사법부이다. 구체적으로는 대법원이다.

이 사건 2심 판결이 나온 것이 2016년 2월이니 이미 2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개월수로 따지면 30개월이다. 스스로 법률이 정한 3심 재판 기한인 6개월을 5배나 초과했다. 아무리 강행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이라고 하더라도 단 한번의 공개 변론도 없이, 특별한 해명도 없이 6만의 조합원을 가진 최대 교원 단체의 생사 여부를 30개월 넘게 끌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백보양보하여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 신중한 결정을 위하여 법리 검토나 사례 연구 등이 필요하고, 그래서 최종적인 본안 심사에 시일이 걸린다고 할 수는 있다. 그래서 현재 조희대 대법관이 재판장으로 되어 있는 3부에서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수도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법률가들이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원합의체로 회부될 때를, 그리고 그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법률이 정한 6개월을 5배나 초과한 30개월도 모자라서 더 많은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면 본안 심사는 그리 하더라도 '법외노조 통보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 여부는 조속히 결정할 수 있다.

이 소송의 1심과 2심에서도 본안 소송까지는 1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지만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원래 가처분 소송의 취지가 그런 것 아닌가?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지위를 인정하느냐 여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조희대 대법관에게 요청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관련하여 결정을 미루지 말고 당장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대신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이것마저 못하겠으면 대법관의 자격이 없다. 법을 어기면서 의도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대법관이 어떻게 법의 최후 보루라는 대법관의 자격을 가질 수 있겠는가?

물론, 국회도 할 일을 해야 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정의당 이정미 등 의원들이 대표발의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 법안 심사에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당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노동운동한 경력을 평생의 자랑으로 삼는 정치인 아닌가? 그 법이 부당하다면 국회에서 부결시키면 되고, 정당하다면 통과시키면 되지 않는가? 왜 법안 심사 자체를 거부하고 있을까? 이 역시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가 가져야할 태도는 아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병원 긴급 후송 단식 27일째에 접어든 11일 오후 2시,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병원 긴급 후송 단식 27일째에 접어든 지난 11일 오후 2시,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 전교조

전교조 조창익 위원장은 30일이 가까운 긴 시간동안 단식 농성을 이어가다 병원으로 실려갔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부위원장과 시도 교원노조 대표들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진실이라면, 지난 대선 공약을 실현하고 싶다면 우선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한다. 일제고사 거부 해고 교사들에게 강원도 민병희 교육감이 했던 것처럼 대한민국 정부가 당사자인 소송에서 2018년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은 박근혜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고,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주장과 자료를 스스로 탄핵하면 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제3자가 아니라 재판 당사자다. 아무리 못해도, 아무리 안 해도 이것은 할 수 있지 않은가? 이것도 못하겠다면 "전교조 문제를 나도 해결하고 싶다"는 발언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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