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연습장' 된 충남 삽교호 생태숲... 주민들 소음 피해 호소
▲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소반리 우측에 조성된 생태숲에서 헬기가 저공비행을 했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 |
ⓒ 네이버 지도 캡처 |
충남 당진시 삽교호 인근 주민들이 주한미군 소속으로 추정되는 군용 헬기의 저공비행으로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군 부대가 사전 양해 절차 없이 주거지역인 마을 옆 생태숲을 사실상 '비행 훈련장'으로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천주교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이자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솔뫼성지가 있는 충남 당진시 우강면은 당진의 대표적인 평야이자 곡창지대다.
▲ 군용 헬기 비행 장면 충남 당진시 우강면 인근에서 군용 헬기들이 비행하고 있다 | |
ⓒ 최효진 |
삽교호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우강면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헬기 소음으로 인해 잠에 못 드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우강면의 강문리, 소반리, 신촌리, 내경리, 부장리, 공포리, 대포리(707세대, 1597명 거주) 지역의 피해가 크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당진 우강면 소반리에 사는 김용훈씨는 "함께 사는 부모님이 일찍 주무시는 편인데, 헬기가 오후 9시·10시에도 다닐 때가 있다"라며 "(헬기가) 저공비행을 해서 매번 깜짝 놀라신다. 불편함이 크다"라고 말했다.
송산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 역시 "뜨거운 한낮에는 오지 않다가 초저녁이나 밤이면 헬기들이 나타난다"라며 "헬기가 워낙 저공비행을 하니 창문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다. 삽교호 생태숲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철 강문리 이장은 "지난주에는 헬기가 자정이 다 되도록 마을 위를 돌아다녔다"고 말했고, 김선태 우강면 면장은 "최근에는 헬기 비행 횟수가 더 많아졌다.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비가 오지 않는 좋은 날씨엔 거의 매일 헬기들이 온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주민들이 찍은 사진 속 헬기에 'united states army'
삽교호 인근 생태숲은 2015년 12월 조성됐다. 대전국토관리청은 하천변 국유지에 있는 논에 흙을 덮어 생태숲을 만들었고, 이곳에 수풀이 우거지게 되면서 온갖 동식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현지 주민들 역시 자연보호를 위해 이곳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우강면 주민들은 생태숲 조성 이후인 2016년부터 군용 헬기 비행이 잦아졌다고 증언한다. 수풀이 우거지고 비교적 넓은 둔턱이 생기자 군 헬기들이 이곳을 사실상 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주민들의 추측이다.
실제로 헬기 소음으로 고통받던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평택 해군 2함대 측에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헬기 훈련 사실을 인정한 해군 2함대 측은 '향후 훈련 시 사전통보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사전에 공지가 되지 않은 군용 헬기들이 지역 인근에 계속 나타났다. 올 4~5월 주민들이 촬영한 동영상에는, 군용 헬기가 주거지역 인근에서 저공비행을 하다 착륙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진시는 해당 헬기가 평택 해군2함대 소속이 아니라고 밝혔다. 어느 부대 소속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생태숲 관리 책임이 있는 대전국토관리청도 "삽교호 생태숲 지역 군사훈련에 관한 협의나 보고가 들어 온 것은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당진시와 가까운 평택의 주한미군 부대 소속 헬기들이 우강면 인근에서 사전 양해 없이 비행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 주민과 공무원 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헬기에 'united states army'라고 적혀 있다.
김재운 소반리 노인회장은 "올 2월 말인가 3월 초에 미군 10여 명과 한국인 통역관 한 명이 마을에 찾아와 바닥에 빠져버린 헬기를 운반 차량으로 실어 간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현철 강문리 이장 역시 "지난해에도 미군 2명이 헬기가 고장 났다면서 마을회관에 찾아온 적이 있다"라며 "당시 미군들이 고장 난 헬기를 이송해 갔다"라고 증언했다. 미군 헬기 역시 삽교호 생태숲이 조성된 우강면 인근에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8군 측 "미군 헬기... 소속 부대는 확인해 봐야"
미8군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사진과 증언으로 볼 때 (해당 헬기가) 미군일 것으로 본다"라며 "다만 정확한 소속 부대와 훈련 절차상 문제를 확인해봐야 한다. 지역신문의 기사 등을 (영어로) 번역해 미군 측에 넘겨 확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도 관련 자료를 제공받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김종대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군뿐만 아니라 미군 헬기도 해당 지역에서 비행한 것까지는 확인이 됐지만 어느 부대 소속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헬기 이착륙시에는 훈련으로 판단하고 비행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삽교호 인근에서 훈련한다는 내용은 파악된 바 없다는 게 미군 측 설명"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군 측에 소속 부대 등을 알려달라고 요청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미군에서 구체적인 부대 정보 등을 확인해 준 적은 거의 없다"라며 "만약 주민 피해가 확인된다 해도 피해 보상은 한국 정부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박석규 우강면 개발위원장은 어기구 국회의원 측과 우강면의 도움을 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민원으로 제기한 상태지만, 우강면 주민들이 미군 측의 헬기 비행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상 미군 훈련과 관련해 지역 주민에게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2003년 SOFA 합동위원회 특별회의를 열고, 미군부대 훈련 시 2주 전 사전 통보하도록 한 '훈련 안전조치 합의서'에 서명한 바 있다.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효순이 사건'을 계기로 이뤄진 조치였다. 다만 이 합의마저도 '경기 북부 지역'에만 한정돼 충남 당진시 우강면은 해당되지 않는다.
부산에선 미군이 통보 없이 총 쏘며 훈련하기도
앞서 부산에서는 지난 6월 주한미군 군수물자 기지에서 밤중에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려 주민 신고가 잇따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총성은 주한미군이 가상훈련을 하면서 쏜 공포탄 소리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주한미군 부대가 사전 양해 없이 주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훈련을 진행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미군은 훈련을 진행하면서도 지자체나 경찰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관련 기사 : 미군, 통보 없이 부산 도심서 총 쏘며 훈련).
당시 시민단체인 '부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부산 평통사)'은 논평을 통해 "대도시 부산의 도심에서 주민들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총포 훈련이 아무런 사전 통고나 예방 조치 없이 감행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며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SOFA 등 관련 규정의 개정 및 보완을 위해 즉각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석분 부산 평통사 상임운영위원은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본이나 필리핀은 SOFA와 별도로 훈련이나 기지 운용 협정을 체결한 상태"라며 "훈련 사전 양해 문제는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SOFA 개정을 넘어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고 국회 비준을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송산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 역시 "뜨거운 한낮에는 오지 않다가 초저녁이나 밤이면 헬기들이 나타난다"라며 "헬기가 워낙 저공비행을 하니 창문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다. 삽교호 생태숲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철 강문리 이장은 "지난주에는 헬기가 자정이 다 되도록 마을 위를 돌아다녔다"고 말했고, 김선태 우강면 면장은 "최근에는 헬기 비행 횟수가 더 많아졌다.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비가 오지 않는 좋은 날씨엔 거의 매일 헬기들이 온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주민들이 찍은 사진 속 헬기에 'united states army'
▲ 7월 5일 촬영된 사진. 헬기 뒷부분에 'UNITED STATES ARMY'라고 쓰인 글씨가 희미하게 보인다 | |
ⓒ 최효진 |
삽교호 인근 생태숲은 2015년 12월 조성됐다. 대전국토관리청은 하천변 국유지에 있는 논에 흙을 덮어 생태숲을 만들었고, 이곳에 수풀이 우거지게 되면서 온갖 동식물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현지 주민들 역시 자연보호를 위해 이곳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우강면 주민들은 생태숲 조성 이후인 2016년부터 군용 헬기 비행이 잦아졌다고 증언한다. 수풀이 우거지고 비교적 넓은 둔턱이 생기자 군 헬기들이 이곳을 사실상 훈련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주민들의 추측이다.
실제로 헬기 소음으로 고통받던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평택 해군 2함대 측에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헬기 훈련 사실을 인정한 해군 2함대 측은 '향후 훈련 시 사전통보하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 군용 헬기 비행 장면 충남 당진시 우강면 인근 생태숲에서 군용 헬기가 착륙하는 듯한 모습 | |
ⓒ 최효진 |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사전에 공지가 되지 않은 군용 헬기들이 지역 인근에 계속 나타났다. 올 4~5월 주민들이 촬영한 동영상에는, 군용 헬기가 주거지역 인근에서 저공비행을 하다 착륙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진시는 해당 헬기가 평택 해군2함대 소속이 아니라고 밝혔다. 어느 부대 소속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생태숲 관리 책임이 있는 대전국토관리청도 "삽교호 생태숲 지역 군사훈련에 관한 협의나 보고가 들어 온 것은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당진시와 가까운 평택의 주한미군 부대 소속 헬기들이 우강면 인근에서 사전 양해 없이 비행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 주민과 공무원 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헬기에 'united states army'라고 적혀 있다.
김재운 소반리 노인회장은 "올 2월 말인가 3월 초에 미군 10여 명과 한국인 통역관 한 명이 마을에 찾아와 바닥에 빠져버린 헬기를 운반 차량으로 실어 간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현철 강문리 이장 역시 "지난해에도 미군 2명이 헬기가 고장 났다면서 마을회관에 찾아온 적이 있다"라며 "당시 미군들이 고장 난 헬기를 이송해 갔다"라고 증언했다. 미군 헬기 역시 삽교호 생태숲이 조성된 우강면 인근에서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8군 측 "미군 헬기... 소속 부대는 확인해 봐야"
미8군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사진과 증언으로 볼 때 (해당 헬기가) 미군일 것으로 본다"라며 "다만 정확한 소속 부대와 훈련 절차상 문제를 확인해봐야 한다. 지역신문의 기사 등을 (영어로) 번역해 미군 측에 넘겨 확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도 관련 자료를 제공받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김종대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군뿐만 아니라 미군 헬기도 해당 지역에서 비행한 것까지는 확인이 됐지만 어느 부대 소속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라며 "헬기 이착륙시에는 훈련으로 판단하고 비행계획서를 제출하는데, 삽교호 인근에서 훈련한다는 내용은 파악된 바 없다는 게 미군 측 설명"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군 측에 소속 부대 등을 알려달라고 요청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미군에서 구체적인 부대 정보 등을 확인해 준 적은 거의 없다"라며 "만약 주민 피해가 확인된다 해도 피해 보상은 한국 정부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박석규 우강면 개발위원장은 어기구 국회의원 측과 우강면의 도움을 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민원으로 제기한 상태지만, 우강면 주민들이 미군 측의 헬기 비행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규정상 미군 훈련과 관련해 지역 주민에게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2003년 SOFA 합동위원회 특별회의를 열고, 미군부대 훈련 시 2주 전 사전 통보하도록 한 '훈련 안전조치 합의서'에 서명한 바 있다. 훈련 중이던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효순이 사건'을 계기로 이뤄진 조치였다. 다만 이 합의마저도 '경기 북부 지역'에만 한정돼 충남 당진시 우강면은 해당되지 않는다.
부산에선 미군이 통보 없이 총 쏘며 훈련하기도
▲ 미군이 기지 방어 훈련을 진행중인 모습<자료사진> | |
ⓒ U.S.army |
앞서 부산에서는 지난 6월 주한미군 군수물자 기지에서 밤중에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려 주민 신고가 잇따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총성은 주한미군이 가상훈련을 하면서 쏜 공포탄 소리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주한미군 부대가 사전 양해 없이 주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훈련을 진행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미군은 훈련을 진행하면서도 지자체나 경찰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관련 기사 : 미군, 통보 없이 부산 도심서 총 쏘며 훈련).
당시 시민단체인 '부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부산 평통사)'은 논평을 통해 "대도시 부산의 도심에서 주민들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총포 훈련이 아무런 사전 통고나 예방 조치 없이 감행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며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SOFA 등 관련 규정의 개정 및 보완을 위해 즉각 미국 측과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석분 부산 평통사 상임운영위원은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본이나 필리핀은 SOFA와 별도로 훈련이나 기지 운용 협정을 체결한 상태"라며 "훈련 사전 양해 문제는 국민 생명·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SOFA 개정을 넘어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고 국회 비준을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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