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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7일 월요일

방울새의 ‘쪼로롱’ 목욕, 무더위도 ‘탈탈’

방울새의 ‘쪼로롱’ 목욕, 무더위도 ‘탈탈’

윤순영 2017. 07. 18
조회수 533 추천수 0
맹금류 경계하며 날개와 꼬리 펼쳐 구석 구석 샤워
나무 옮겨 앉아 물기 털고 겨드랑이 손질로 마무리 
 
1.jpg» 올해 태어난 어린 방울새가 더위를 참지 못하고 개울로 나와 더위를 식힌다.

더위와 가뭄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 춘천시 학곡천에 방울새 열댓 마리가 무리를 지어 더위를 식히려고 쉴 새 없이 날아와 주변의 안전을 재빨리 살핀 뒤 목욕을 즐긴다. 목욕을 하면서도 잠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2.jpg» 어린 방울새는 가슴과 배, 옆구리에 세로 갈색무늬가 있다.

목욕을 할 땐 무방비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작은 새들은 맹금류 천적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보호 감각이 본능적으로 작용한다. 올해 갓 태어난 방울새들도 보인다. 적당한 깊이와 바닥의 자갈은 새들의 목욕터로 제격이다. 심한 가뭄이지만 다행히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른다.

3.jpg» 어미 방울새도 냇가로 내려왔다. 목을 바짝 쳐들고 주변을 살펴본다.

4.jpg» 수컷 방울새는 안전을 확인하고 새끼들과 목욕을 즐긴다.

방울새는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는 새다. 울음소리가 청아하고 아름다우며 ‘또르르륵 또르르륵’ 또는 ‘또록 또록 또록’ 하는 소리가 작은 방울소리와 비슷하여 방울새라는 이름이 붙여진 다정한 새다. 특히 이른 아침에 방울새 소리를 들으면 하루가 상쾌하다.

5.jpg» 어린 새끼들이 목욕을 하는 동안 주변을 경계하는 어미 방울새.

김영일 작사, 김성태 작곡의 동요 ‘방울새’는 방울새의 방울소리를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방울새야 방울새야 쪼로롱 방울새야/ 간밤에 고 방을 어디서 사왔니/ 쪼로롱 고 방울 어디서 사왔니/ 방울새야 쪼로롱 방울새야/ 너 갈 제 고 방울 나주고 가렴/ 쪼로롱 고 방울 나주고 가렴.’ 

6.jpg» 몸 전체를 좌우로 흔들어 깃털을 적시고 더위와 기생충도 털어낸다.

7.jpg» 앞에서 본 모습.

방울새의 목욕법은 다른 새들과 다르지 않다. 적당한 깊이에 가슴과 배를 물에 대고 잠시 안정을 취한 다음 날개와 꼬리도 펼친다. 그리고 재빠르게 온몸을 흔들어 깃털 사이 사이에 골고루 물이 들어 갈 수 있게 한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양쪽 옆구리와 양쪽 날개깃을 번갈아가며 물로 털어내고 두 날개를 동시에 씻어 내기도 한다.

8.jpg» 앞가슴과 배를 닦기 위해 날개 세워 앞뒤로 흔들기.

9.jpg» 참새가 가끔씩 나뭇가지에 앉은 방울새에게 텃세를 부리기도 한다.


목욕 시간은 짧게는 30초, 길게는 2분 정도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물기를 털어내곤 나뭇가지를 향해 날아가 앉는다. 목욕 마무리를 위해서다. 우선 깃털에 묻은 물기를 몇 번이고 털어내 말린 다음 기지개를 마음껏 편다. 혈액 순환을 돕고 긴장으로 수축된 근육을 풀기위해서다. 그리고 겨드랑이를 양쪽으로 번갈아가며 다듬는다.

10.jpg» 좌우로 목을 돌리며 온몸 흔들어 닦기.

11.jpg» 날개는 목욕을 할 때 몸에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도 한다.


첫번째 날개깃을 한 깃 한 깃 다듬고 몸을 털고 맘껏 날갯짓을 하며 마무리한다. 홀가분해진 방울새는 날지 않아도 날아 갈 것 같은 개운한 모습이다. 그동안 관찰 결과 모든 새들은 목욕을 하는데 순서대로 진행하는 법칙이 있다. 새 날개는 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리를 구부린 자세에서 목욕할 때 날개는 중심을 잡아줘 몸을 털고 원하는 부위를 수월하게 닦을 수 있는 손 역할도 한다.

12.jpg» 좌우로 번갈아가며 날개 닦기.

13.jpg» 양 날개 올려 닦기.

방울새는 몸길이는 약 14cm로 수컷의 머리와 가슴, 허리는 갈색을 띤 녹색이고 날개깃은 검은색이며 노란색 띠가 뚜렷하다. 윗면은 올리브색이 도는 갈색이고 바깥 꽁지 깃털의 시작 부위 절반은 노란색이다. 배와 가슴은 갈색을 띤 노란색이며 암컷은 수컷과 비슷하나 색이 더 흐리고 윗면은 녹색을 띠지 않는다.

14.jpg» 꼬리 닦기.

15.jpg» 꼬리 닦기.

먹이는 주로 풀씨, 꽃씨와 조, 벼, 밀, 수수 등 식물성이다. 분홍색의 두툼한 부리는 낱알을 잘 까먹게 발달돼 있다. 연약한 풀잎 가지에 앉아 균형을 잡으며 씨앗을 잘 따먹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낮은 산 인가 근처에 있는 숲 나뭇가지 위에 풀뿌리, 나무껍질, 이끼 등으로 둥지를 만들고 4월 중순∼8월 초순에 3~5개의 알을 낳는다.

16.jpg» 목욕을 끝낸 방울새 깃털 손질만 남았다.

알을 품는 기간은 약 12~15일이다. 먹이는 주로 식물성이지만 새끼를 기르는 동안에는 곤충도 잡아먹는다. 어미 새는 먹이를 소낭에 저장해 새끼에게 토해서 먹인다. 특히 방울새는 겨울에 시골 마을 근처에서 20∼30마리씩 작은 무리지어 지내면서 인가 가까운 곳이나 뜰 안까지 날아드는 친근한 텃새였다.

17.jpg» 목욕 후 나뭇가지에 앉아 깃털 고르기를 하고 있는 방울새 깃털 고르기에도 순서가 있다.

이젠 방울새도 예전처럼 인가 근처에서 흔하게 볼 수 없어 아쉽다. 캄차카반도에서 중국 남부에 이르는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사계절을 지내는 텃새와 중국과 러시아에서 월동하러 온 방울새가 섞여 큰 무리로 지내기도 한다.

18.jpg» 목욕 후 깃털 고르기를 마친 방울새가 말끔하게 보인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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